[100세 시대, 노쇠는 病이다] [13] 전문가 좌담 〈끝〉
―최근 들어 노쇠가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장원: 고령 인구의 급증과 함께 장애 환자가 늘어 국가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보호자 역시 힘이 들어 전반적인 관심이 커졌다. 고령자의 기능 저하가 '장애' 단계로 악화되면 회복이 어렵다. 장애로 가기 전 단계인 '노쇠'가 중요한 이유다.
박현태: 노쇠가 생겼다고 바로 사망하지는 않지만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긴 여명을 살 수 있는데, 이것은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 등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만큼 심각한 질환이다.
손정민: 20년 전 대사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나왔을 때 의사들조차 '그게 무슨 병이냐'며 심각하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대사증후군 관리가 매우 주목받고 있는 것처럼 노쇠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다. 개인이나 의학계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국내의 노쇠 대비 실태는 어떤가?
원장원: 지자체별로 동사무소나 보건소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없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노쇠 관련 연구(한국노인노쇠코호트 및 중재연구) 외 국가적 사업은 없다.
박현태: 체계적인 노쇠 대비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일부 단발성 연구만 진행되고 있어 나머지는 외국 자료를 가져다 써야 한다.
―노쇠는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노쇠 시작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손정민: 기력이 없어져 보행 속도가 느려지고 악력이 떨어진다. 이게 전(前)노쇠 단계다. 이때 빨리 알아채야 하는데 '연로하면 원래 그렇다'며 넘겨 회복 기회를 놓친다.
박현태: 결과적으로 근육 부족이 원인이다. 허벅지나 종아리 근력이 줄면 보행이 어렵고 넘어져 다칠 위험도 커진다.
손정민: 고령자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숟가락 드는 힘부터 약해지고 음식을 삼키기도 힘든데, 하루 이틀만 못 먹어도 기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걸 빨리 알아채야 한다.
―노쇠 예방 또는 개선을 위해서 무엇이 특히 중요한가?
박현태: 하지 근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스쿼트가 가장 좋지만, 자세 잡기가 힘든 고령자는 앉거나 눕거나 의자를 잡고 하는 근력 운동을 해도 된다. 유연성 운동이나 발가락 체조도 도움이 된다. 혼자 어렵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손정민: 식사는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 어르신들은 밥과 국에 김치만 먹어도 식사를 잘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단백질 음식이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는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 때문인데 동맥경화가 생기는 데는 20~30년 걸린다. 노인은 근육 감소가 더 문제이기 때문에 고기를 먹어야 한다. 삼킴 장애가 있거나 기력이 없는 노인은 특수 영양 음료가 도움이 된다. 귀리나 견과류를 갈아 두유에 타 먹어도 된다. 그러면 보통 250㎉에 단백질 7~8g을 섭취할 수 있고, 오메가3, 오메가6 지방도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식사 대용보다 간식으로 먹으면 좋다.
박현태: 편안한 삶을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평소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식이다. 신체활동도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즐겁게 해야 한다. 좋은 예가 미국에서 권장하는 반려견과 함께 걷기다.
원장원: 노쇠를 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한두 달 내에 내놓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증명된 것은 노쇠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다각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양, 운동, 사회 관계 등이 모두 중요하다. 의료도 중요하지만 이 역시 일부이고 영양과 운동은 물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등의 사회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또, 불필요한 약물을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박현태: 노쇠 환자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쇠 맞춤형으로 잘 짜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일본은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실제 노쇠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잘 행해지고 있다. 우리는 아직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시스템 제작 단계다.
손정민: 노쇠 환자를 찾아내는 일도 중요하다. 복지관에 가서 조사하면 노쇠 환자가 거의 없지만 노인 주간보호센터에 가면 대부분이 노쇠 환자다. 노쇠 예방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개발해서 집중 케어해야 할 사람들을 선별해 적용시켜야 한다.
―노쇠나 전노쇠에서 회복되는 사람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원장원: 낙천적인 성격과 적극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손정민: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들이다. 남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며 자신이 꼭 살아야 한다는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이 잘 회복된다. 이들은 권장 식사법과 운동법을 적극적으로 따른다.
원장원: 노쇠를 사망 전 단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노쇠는 장애가 시작되는 단계로 일부는 회복될 수 있다. 여기서 넘어가면 완전한 장애가 되는 것이다.
―끝으로 노쇠 예방과 관련해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은?
박현태: 편안한 삶을 버리고 건강한 삶을 찾기 위해 근육을 키우고 10분씩 더 운동하자. 더불어 영양습관을 잘 들이면 포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손정민: 어떻게 먹는 게 좋은지 방법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또 스스로 노력하는 게 먼저라는 걸 알아야 한다.
원장원: 노쇠에 대해 의사, 과학자, 정부, 사회가 힘을 합쳐 예방을 위해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다. 지금이 시작점이다. 노쇠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를 해결했을 때 어떤 좋은 결말이 있는지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다.
[좌담회 참가자]
▲원장원 교수(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노인노쇠코호트 및 중재연구 사업단장)
▲손정민 교수(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국임상영양학회 회장)
▲박현태 교수(동아대 건강관리학과 교수, 한국운동생리학회 부편집위원장)
▲사회: 김공필 헬스조선 취재본부장
※ 공동 기획: 대한노인병학회·한국임상영양학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