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의 모습](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8/01/09/2018010901878_0.jpg)
"저는 그 분(이대목동병원 소아중환자실 교수)이 신생아학을 배우던 곳에서 배운 사람입니다. 그분과 제가 배운 것이 다를까요? 그렇다면 저는 그 사건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 비난들이 오롯이 제게로 돌아오는 비난일 수 있다는 생각에 소아신생학을 계속할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모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 담당 소아청소년과 A교수는 9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전달한 글을 통해 이대목동병원 소아중환자실 사고와 관련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다음 당사자가 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오늘날의 대한민국 신생아중환자실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의사 1명이 365일 근무
A교수는 NICU에 대해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NICU는 의사 1명이 365일, 24시간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 2명을 고용하기에는 NICU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메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NICU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1명이다. 하지만 NICU 담당 의사가 외래환자를 안 볼 수 없다. 일주일에 4~5회(외래 1회 최소 4시간)까지 외래를 보는 일도 있다. NICU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래진료까지 겹치니 피로도가 누적될 수 밖에 없다. A교수는 "저의 전임자였던 친구는 당시 주말 일반 병동 회진까지 전부 보면서, 일주일에 외래도 5회나 들어갔다"고 말했다. 결국 전임자는 병원을 그만뒀다. NICU는 진료과 특성상 다른 진료과 의사가 진료지원을 할 수 없다. 오롯이 소아신생아학을 배운 의사여야 한다. 그래서 홀로 NICU부터 외래환자까지 돌봐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지 않은 업무량이다.
NICU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인력도 늘 부족하다. 노동강도가 높아 사직률이 높다. 간호사의 경우 NICU에서 3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NICU는 신생아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성인보다 훨씬 세심하게 챙겨줘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타 간호업무에 비해 노동강도가 세다. 직업적 사명감을 안고 신규간호사가 NICU에 지원하지만 대부분 3년을 넘기지 못한다.
◇NICU에 투자 꺼려해
NICU는 첨단 의학이 집합된 공간이다. 신기술도 해마다 발표돼 학문 발달 속도도 매우 빠르다. 그래서 수준높은 신생아중환자 진료를 위해선 투자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NICU는 병원 입장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 국내 병원 90%는 민간에서 운영하므로 수익이 적은 곳에 투자를 꺼린다. 그래서 NICU는 병원에서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 나있다. 근래 병원들의 암병원 투자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NICU는 투자도 미흡한데, 감염예방을 위한 많은 일회용 소모품까지 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A교수는 "그렇다면 병원이 어떻게 하기를 원하겠느냐? 감염예방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전부 1회 사용하고 폐기하도록 독려하겠느냐? 정답은 다들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교수는 "이번 이대목동병원의 상황은 앞서 밝힌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감염관리 힘든 환경
그렇다면 NICU내 로타바이러스 등 감염환자가 발생하면 완벽한 격리 치료가 가능할까? 아직까지 국내 NICU내 제대로된 격리실을 갖춘 곳이 없고, 격리 공간이 있다고 해도 의료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A교수는 "간호사 1인당 4명까지 신생아를 담당할 경우, 일손이 모자란 상황에서 아기 한번 처치할 때마다 손 씻고 장갑 끼고 가운 입고 등등의 감염관리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지킬 수 있을까? 이것은 개개인에게 독려하고 감시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NICU는 병원에서 투자한 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의료인력도 부족하고 업무강도는 높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관리만을 강조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A교수는 "결국 모든 것은 인력과 돈의 문제"라며 "현재 우리 의료시스템은 NICU를 선순환시킬 능력이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만일 간호사 1명당 1~2인의 소아신생아 중환자만 돌볼 수 있고, 때론 중증도가 높은 소아신생아의 경우 간호사 2명까지도 배정될 수 있다면, 또 감염관리를 잘하면 할 수록 가산점을 받아 수익과 연결된다면 NICU가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A교수는 "충분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합당한 수가를 받는다면 우리는 지금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NICU 떠나는 의사들
NICU는 높은 업무강도와 인력부족, 병원의 미흡한 투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NICU 현장을 떠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늘고 있다. A교수는 "올해도 저희 선배 두분이 NICU 스텝을 그만두고 개원가로 나갔다"며 "해마다 가을철이 되면 채용공고를 내지만 나타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교수는 "그렇게 힘들다면 왜 남아있느냐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알아달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자괴감이 들어, 나도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일을 당할까봐 그만두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교수는 "바라건대 부디 NICU가 선순환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길 바란다. 의료진을 처벌하고 해당 병원을 폐쇄해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병원과 의사가 NICU를 꺼리는 현상을 빚을 것"이라며 "정부가 NICU 인력 기준이나 장비 기준, 근무 조건을 강제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어, 병원들이 강제기준을 지켜서라도 NICU를 운영하고 싶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A교수는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는지 개개인의 잘못을 가늠하는 동시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현재의 구조가 달라지지 않는한 언제 어디서든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그 다음 당사자가 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과 의무만 강조되고 그에 따른 어떤 구조 개선이나 지원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 때도 열정만으로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부디 NICU가 선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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