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인줄 알고 방치하면 큰 일… 약만 복용하면 문제없이 살 수 있어”

입력 2025.01.27 07:00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강직성 척추염 명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윤정 교수

 
강직성 척추염은 전신에 생기는 염증이 척추 관절을 침범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염증이 골반의 천장관절을 침범한 게 확인돼야 진단할 수 있다. 이름에 ‘강직’이 붙은 이유는 병이 진행하면 척추뼈가 다 붙어서 대나무처럼 강직해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 진료 인원은 2016년 4만64명에서 2020년 4만8261명으로 8197명(20.5%)이 증가했다. 특히 남성은 같은 기간 2만8489명에서 3만4891명으로 22.5%(6402명) 증가했다. 이러한 강직성 척추염은 진단 후 약만 잘 복용하면 별 문제없이 일상을 영위하며 살 수 있지만 방치하면 척추가 굳어서 숨 쉴 때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진단, 치료 방법에 대해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윤정 교수에게 물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윤정 교수./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강직성 척추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몇몇 요인들이 밝혀졌을 뿐이다. 유전적 요인과 관절에 가해지는 스트레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등 세 가지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면역 반응에 이상을 일으키고 척추 관절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관절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라면 발목 염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나?
“여기서 말하는 스트레스에 인대가 찢어지는 등 기계적인 외상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아주 드물게 유전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반복적인 염좌를 겪으면 그게 ‘트리거’가 돼 강직성 척추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허리디스크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먼저 원인이 다르다. 디스크라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 뼈 사이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가 터져서 신경을 압박하거나 국소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게 원인이다. 반면, 강직성 척추염은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곳에서 원인 불명으로 발생한 염증이 서서히 관절을 파괴하는 질환이다. 발병 시점 역시 다르다. 강직성 척추염은 젊은 나이부터 시작한다. 보통 10대 때 많이 발병하는데 이르면 11~12살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40세를 넘어가서 증상이 나타나면 염증성 요통이라고 보지 않는다. 허리디스크는 연령과는 상관없이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통증 양상이다. 디스크 환자들은 오래 서 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특정 자세를 취하면 통증을 느낀다. 이러한 통증은 쉬면 좋아진다. 그런데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은 아침에 자고 일어날 때가 가장 고통스럽다. 즉 같은 자세를 오랜 시간 유지했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반대로 움직이면 통증은 완화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축성 관절인 척추에 염증이 침범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염증이 척추 외에 다른 곳에서도 발생한다고?
“강직성 척추염은 전신에 생긴 염증이 주로 관절을 침범해서 이름 붙여진 것이다. 전신 염증은 다른 장기에도 침범할 수 있다. 눈에 염증이 생기는 포도막염이 가장 흔하고 건선이나 염증성 장염이 동반하기도 한다. 인대가 뼈에 붙는 부착부위, 팔꿈치나 아킬레스건에도 염증이 잘 생긴다. 실제 강직성 척추염 환자 10~20%는 염증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으며 포도막염을 앓는 비율은 무려 30%에 이른다.”

-구체적인 진단 과정은?
“가장 먼저 병력 청취가 필요하다.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섬유근육통 등 감별질환이 많이 때문에 척추 통증이 염증성 요통인지 판단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대로 통증이 어렸을 때부터 나타났고 운동 후 호전이 되면서 포도막염, 장염 등 동반질환이 있는 지 살핀다. 여기서 강직성 척추염이 의심된다면 유연성 검사를 한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척추와 흉곽의 가동 범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정상인은 두 점을 찍어놓고 허리를 앞으로 숙인 상태에서 5cm 이상은 더 늘어난다. 반면,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늘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든다. 이렇게 신체 검진을 마치면 엑스레이로 염증이 천장관절을 침범했는지 확인한다. 이 외에 혈액, 유전자, 염증 수치 검사가 추가로 이뤄진다.”

-질환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천장관절을 침범한 염증은 척추를 타고 목뼈까지 올라간다. 즉, 척추에 변형이 오는 것이다. 원래 C자 커브를 그려야 하는 등의 흉추가 일자로 펴지면 보상 작용으로 무릎과 목이 굽혀진다. 쉽게 말에 똑바로 누워도 뒤통수가 땅에 닿지 않게 된다. 과거에는 병이 끝까지 진행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요즘엔 드물다. 그만큼 빠르게 개입하면 병이 없는 사람과 똑같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치료 옵션은 무엇인가?
“세 가지다. 비약물적 치료, 약물적 치료, 수술적 치료가 있다. 그런데 수술적 치료는 골절이나 척추 변형이 너무 심할 때 고려하기 때문에 약물적 치료와 비약물적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단계적으로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소염진통제 ▲20년 전부터 사용된 생물학적 제제 ▲2~3년 전부터 사용된 소분자 제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소염진통제를 사용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식이다.”

-소염진통제 복용 후 통증이 완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소염진통제 같은 경우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 교과서적으로는 늦어도 2주 정도면 약물 반응이 나타난다고 본다. 다만 일부 약물의 경우 12주까지도 걸리기 때문에 통상 첫 약물 복용 시점으로부터 3~6개월 뒤에 약물 반응 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약을 바꾸거나 증량을 결정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제제와 소분자 제제의 차이는 무엇인가?
“생물학적 제제가 항체를 주입해 염증을 억제하는 원리라면 소분자 제제는 사이토카인과 같은 염증 신호를 차단해서 염증을 억제하는 원리다. 소분자 제제는 분자를 타겟팅하는 원리라 의료기술이 고도화한 최근 2~3년 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약물은 평생 복용해야 하나?
“그렇다. 강직성 척추염은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완치도 어렵다. 따라서 약물도 원칙적으로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자가면역질환 특성상 면역세포들이 노화하면 증상이 약해지고 병의 진행 속도도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 경험상 40세를 기준으로 질환의 활성도가 꺾이는 것 같다. 이러면 약물 사용량을 줄이는 등의 시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비약물적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임상에서 약물 치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비수술적 치료는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환자가 약을 먹거나 병원에 방문하는 시간은 합쳐봐야 고작 10분이다. 삶의 대부분은 그 외에 있으므로 비약물적 치료가 강조될 필요가 있다. 비약물적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운동이고 그 다음이 생활습관 개선이다. 운동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수영, 요가 등의 운동이 좋다. 주요 환자 층인 젊은 남성들은 축구, 농구 등 과격한 운동을 선호하는데 안타깝지만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생활습관 개선에 있어 필수적인 건 금연이다. 이외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발목이나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신발을 착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 있어 중요한 변화가 있다면?
“강직성 척추염을 확진하려면 엑스레이 상 염증이 천장관절을 침범한 게 보여야 했다. 그런데 염증이 천장관절을 침범하려면 발병 후 아무리 빨라도 10년은 지나야 했다. 강직성 척추염은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예후가 좋은데 진단 기준이 치료 시점을 늦추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MRI로 뼈 속의 염증을 발견한 뒤 혈액 검사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더해 강직성 척추염을 확진할 수 있게 됐다.”

-자녀를 낳으면 유전될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진료하다 보면 환자의 부모가 몹쓸 병을 물려줬다고 자책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오해가 생기는 원인이 HLA-B27이라는 유전자다. 강제성 척추염 환자 90%는 HLA-B27 양성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인구의 약 4% 정도가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중에 5~6%만 강직성 척주염을 앓는다. 즉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강직성 척추염을 앓는 것도 아니고 유전자가 없다고 해서 강직성 척추염을 앓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강직성 척추염이 발병했다고 부모를 원망하거나 자식에게 미안함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완치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좌절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엔 약물과 진단법이 발전했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만 받는다면 장애 없이 평생 일반인하고 똑같이 생활하는 환자들이 많다. 초기 증상을 무시하지 말고, 요통이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윤정 교수./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
박윤정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의료정책의원, 골관절연구회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주요 분야는 강직성 척추염,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베체트, 염증성 근염 등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 마커를 발굴하고 강직성 척추염의 정량적 골 손상 평가 및 지표를 개발하는 등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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