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에 새와 꽃이 자주 그려진 이유

파워 남성학

남근의 어원은 새, 여음의 어원은 연못

‘신랑은 진홍빛 새(朱雀)를 꺼내고, 신부의 붉은 바지끈을 푼다. 맨발을 들고 옥 같은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신부가 신랑의 주작을 쥐니 황홀경에 빠진다.… 신부는 기꺼이 경작해야 할 문을 신랑에게 맡긴다. 앞으로 주작이 돌입하여 쪼개는 듯하니, 비로소 동정이 열려 흥건하다. 그 순간부터 부부가 되는 것이며, 소위 음양의 합일이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다.’

당나라 시인 백행간이 쓴 《천지음양교환대락부》에 나오는 내용으로 신혼부부의 첫날밤 정경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이다. 이 글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남근을 ‘새’로 표현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남근의 어원을 새(雀: 참새 작)에서 찾는다. 이는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인 진나라의 시조 비자(非子)가 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를 인류의 조상이며 생명의 근원이라고 본다. 웅크리고 있는 새의 주둥이와 머리는 음경을, 몸체는 고환과 비슷한 형상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산수화에는 유난히 새가 많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새의 까딱까딱하는 고개 짓을 통해 성행위를 암시한다.

또한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진득하게 고개 짓을 하지 못하는 새의 특성을 통해 남성의 외도 기질과 숙명적인 조루증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여성의 음문은 꽃(花)이나 연못(池)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씨앗을 퍼트리는 번식력과 물고기를 키우는 물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꽃은 오랜 시간과 과정을 통해 피어나고, 연못은 강한 바람이 불어야 출렁거리므로 천천히 반응하는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상징한다.

 

그림 셔터스톡

남녀의 신체·기질적 차이가 성 트러블의 주된 원인

중국에서는 성행위를 ‘친(親)’이라고 표현하며, 성행위 시 남녀 간에 충분히 교감하고 함께 즐거움을 만끽하라고 가르쳤다. 충분한 전희를 통해 여성의 음문이 스스로 열릴 때 하나가 되고, 하나가 되었으면 중단 없이 지속하라고 했던 것이다.

성행위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현대 의학의 관점으로 보아도 전혀 그릇됨이 없는데, 연구에 의해 성행위가 두통과 불안을 해소시켜 준다는 것도 입증되었다. 칼로리 소모로 인한 비만 예방, 피부 윤택 등에도 긴요한 작용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원만한 부부생활은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양생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남녀 간에는 성적 불만족으로 인한 갈등이 존재했다. 성적 트러블의 원인은 다양한데, 남녀 간의 신체적·기질적 차이가 주된 원인이다.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수세적이고 감미로운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동양의 성의학에서는 남성을 ‘불(火)’, 여성을 ‘물(水)’에 비유했는데, 중국의 고전 《앵앵전》을 원본으로 각색한 <서상기>에는 ‘가만히 꽃술을 벌리면 이슬방울 떨어지고 모란 봉오리 벌어진다. 물기를 만나 온몸이 저려오고. 이제야 이루었네, 물과 물고기의 연분을…’이라는 노래가 있다.

당나라 때의 전기(傳奇)소설로 장생과 앵앵의 비극적 사랑을 줄거리로 하는 이 작품은 당시 사람들의 풍속과 성문화를 세밀하게 알 수 있게 해주는데, 현대적인 기준으로 보아도 무척 대담한 사랑을 나누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남녀 간의 만남과 사랑을 물과 물고기로 자주 표현하고 있어 동양의 자연철학과 성의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서양도 남녀의 사랑을 물고기 형상으로 문양화했고, 수많은 알을 낳는 물고기를 다산의 상징으로 보았으나 동양의 물과 물고기 인식에는 미치지 못한다. 동양은 물을 여성으로 보았다. 불(남성)이 있어야만 끓는 물의 성질이 여성의 신체 특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는 현대 의학의 관점으로도 손색이 없는 비유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신체 반응이 매우 천천히 나타나지만 오래 지속된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욕구가 일어나고 금방 분출되는 남성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가 남성의 조루이다. 54%의 여성들이 남성의 조루를 가장 큰 불만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시간이나 피스톤 운동의 횟수로 판정하던 조루는 현대 의학에 의해 사정을 자신의 의지로 제어할 수 있는지의 여부로 진단하는데, 이런 기준에 의하면 80% 내외의 남성들이 조루라고 할 수 있다. 불은 금방 타오르지만 쉽게 꺼지고, 물은 천천히 끓지만 오래도록 식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조루증이 있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부간의 금슬을 회복하는 비방이다.

여성의 성 주도권 증가와 남성의 성기능 저하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남자는 불, 여자는 물’이라는 동양철학과 성의식에 의해 잠자리에서조차 정숙함을 최선의 미덕으로 여기던 유교문화권 여성들은 성적 욕구의 표출은 물론이고, 특정 체위의 요구나 오르가슴의 표현, 성적 불만족 등을 감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오죽하면 여성상위 체위조차 땅인 여성이 하늘인 남성 위에 올라타는 자세라고 해서 금시기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성적 역할과 주도권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서양에서는 고대부터 성에 있어 남녀가 동등했다.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아내가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남편이 하며, 남편도 이와 같이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아내가 하나니’라는 글귀가 이를 증명한다. 즉, 성행위의 요구는 어느 일방이 아니라 부부간에 동등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부부들은 아직은 남편(74%)이 잠자리 요구를 주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1980년 후반 조사에서 여성들이 먼저 원하는 비율이 4%에 불과한 점에 비춘다면, 성에 있어서 여권신장이 놀랍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체위를 비롯한 애무의 진행 단계 등 섹스 주도권에 있어서는 남성 56.7% 대 여성 43.3%로 남녀평등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동적이던 여성들의 반란(?)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성 트러블과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여성들의 성의식이 개방화되고 적극화되었으나 남성들의 성기능은 날로 저하되고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성인병으로 인한 성욕저하와 성기능장애가 주요 원인이다.

특히 대부분의 남성들은 왜소 콤플렉스와 조루, 발기부전이라는 3대 성기능장애로 인해 의무방어전조차 기피하고 있으니, 결혼 10년차 이상의 주부 40%가 성적 불만으로 이혼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따라 여성들의 혼외정사 비율도 날로 상향되고 있는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성충동을 느낄 때 60.4%는 배우자와 잠자리를 갖지만, 22.6%는 자위로 풀며 9.3%는 마음에 맞는 상대를 유혹해 해소한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위기의 가정’이라고 진단할 수 있는데, 시대 변화에 따른 남성들의 분발이 촉구된다. 무엇보다 조루, 발기부전, 성욕감퇴 같은 성기능장애를 조기에 적극 치료해야 하며, 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부부간에 솔직한 대화로 서로의 성적 취향을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재영 남성 성기능장애, 발기부전 등 남성수술 분야를 이끌고 있는 강남퍼스트비뇨기과 원장. 주요 일간지 칼럼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건강한 성(性)에 대한 국민 인식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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