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나 흔드는 것도 잠드는 데 도움 안돼… 되레 수면 습관만 악화 재우기 전 지나친 수유 소화 안돼 불면 일으켜
돌이 된 딸을 키우는 주부 신모(31·경기안산시)씨는 아기를 낳은 뒤 밤에 편하게 잔 날이 하루도 없다. 딸을 재우려면 매번 1시간 이상 걸리고, 아이가 간신히 잠이 들어도 1~2시간 만에 깨어나 울기 때문이다. 소아과에 데려가 봤는데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미국국립수면재단(NSF) 연구에 따르면 생후 1년 이내 영아의 59%가 재우려고 하면 울면서 보채거나 자다가 심하게 자주 깨는 등 '수면개시(開始)장애'문제가 있었다. 정고운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기의 수면 습관을 개선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성장과 두뇌 발달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아가 잠을 자지 않는다고 안아서 어르거나 재우기 전에 분유 등을 잘못된 방법으로 먹이면 수면 습관이 더 나빠진다. 아기 침실은 20~25도 정도의 실내온도에 너무 깜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영아기에 잠 못 자면 성장과 두뇌 발달 늦어져
영아기에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면 성장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긴다. 잠은 1~2단계인 얕은 수면과 3~4단계인 깊은 수면, 꿈을 꾸는 렘(REM) 수면의 5단계로 나뉜다. 성장호르몬은 보통 깊은 수면 단계에서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잠을 깊게 못 자고 자주 깨는 아기는 그만큼 성장호르몬 분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또 불충분한 수면은 영아의 두뇌 학습 능력을 저하시킨다. 고홍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아기는 두뇌 발달이 가장 급속히 진행되는 때"라며 "어린 아기의 미숙한 두뇌는 낮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였다가 잠잘 때 두뇌의 기능을 정비하고 기억을 공고히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아기는 학습 능력이 뒤떨어질 수 있다.
◆잠재우려고 안아주거나 토닥이면 안 돼
아기가 제대로 수면 습관을 갖춰 신체와 두뇌 성장을 정상적으로 하게 하려면 수면 습관이 형성되는 생후 3~12개월 때 부모가 올바로 잠을 재워야 한다. 정 교수는 "아기를 재울 때 안거나 업거나 흔들어주거나 토닥토닥 두드려주면 안 된다"며 "이런 행동은 아기가 잠드는 데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독립적인 수면 습관을 기르는 데 방해만 된다"고 말했다. 영아는 똑바로 눕혀 놓고 잠자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미 부모의 불필요한 습관에 길들어져 있는 아기는 2주 정도 아기가 울고 보채도 모른 척하며 아기가 잠들 때를 기다려야 한다. 어떤 때는 달래주다가 어떤 때는 내버려두는 식으로 행동하면 영아는 잠을 더 안 자게 된다.
또 영아를 재우기 전에 수유를 너무 많이 하면 아직 미숙한 위가 부담을 받아 소화가 잘 안 되고 장에 가스가 차서 복통이 생겨 잠을 제대로 못 잘 수 있다. 잠을 재우기 1시간 전부터는 아기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게 좋지만, 아기가 배가 고파서 잠이 들지 못하면 모유나 분유를 가볍게 먹이고 트림을 시킨 후 눕힌다.
◆수유 잘못해도 제대로 잠 못 들어
고 교수는 "분유 등을 먹일 때 천천히 먹이려고 젖병을 기울였다 세웠다 하면 뱃속에 공기가 들어가 아기가 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젖병의 젖꼭지 내에 공기순환 밸브를 넣어 아기가 젖병을 빨 때 분유만 들어가고 공기는 뱃속에 들어가지 않도록 만든 아벤트 숙면젖병 등이 나와 있다. 생후 3~12개월에 수면 습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수면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영아기를 벗어난 3~4세에 자다가 깜짝 놀라 깨서 자지러지게 우는 야경증(夜警症) 아이가 적지 않다. 이건희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야경증은 뇌가 미성숙해 수면 초반 단계에서 꿈 수면 단계(REM)로 가지 못하고 갑자기 잠을 깨 비명을 지르는 것"이라며 "보통 일정한 시간에 나타나므로 30분 전쯤 미리 깨워 소변을 보게 하는 등 쉬게 했다가 다시 재우면 점점 좋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평소 잠을 잘 자던 아이가 밤에 자주 깨면서 숨쉬기를 힘들어하면 천식 폐렴 심장질환 등을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검사를 받게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