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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비장애 경계 허문 ‘어울림플라자’, 공공시설의 새로운 기준 [조금 느린 세계]

    장애·비장애 경계 허문 ‘어울림플라자’, 공공시설의 새로운 기준 [조금 느린 세계]

    발달장애인에게 도서관은 낯설고도 어려운 공간이다. ‘정숙’이 기본인 곳에서 갑작스러운 소리나 움직임은 곧바로 시선을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공간이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경계 없이 어울리는 곳, 서울시 어울림플라자다. 지난달 18일 문을 연 이곳에서는 조용하지 않아도 괜찮고, 다르다는 이유로 시선을 받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지향한다. ‘함께 살아가는 공간’의 출발점이 된 현장을 찾았다.
    기타신소영 기자2026/04/10 13:20
  • “우리만의 속도대로 취업 준비부터 직무 적응까지” 발달장애인 선배의 조언 [조금 느린 세계]

    “우리만의 속도대로 취업 준비부터 직무 적응까지” 발달장애인 선배의 조언 [조금 느린 세계]

    고생스러운 취업 준비 끝에 드디어 취직했건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발달장애인에게는 매 순간이 고비다. 일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다가도 문득 영영 능숙해지지 못할까봐 두렵다. 그러나 비장애인 직장 동료에게 이런 고충을 털어놓기는 쉽지 않다. 이런 ‘사회 초년생’ 발달장애인을 위해, 자신의 직업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을 시행하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있다. 바로 꿈앤컴퍼니에서 ‘발달장애인 진로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지적장애 3급 류승철(34·서울)씨다.◇다양한 직업 경험한 발달장애인, 직접 ‘직업 상담’ 나서류승철씨는 ▲바리스타 ▲주방 보조 ▲장애 인권 개선 강사 ▲발달장애인 동료 상담가(진로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바리스타 일은 약 3개월, 주방 보조는 약 9년의 경력이 있다. 장애 인권 개선 강사와 발달장애인 동료 상담가 일은 본업을 하면서 틈틈이 병행해왔다. 본업의 경우, 올해부터 발달장애인용 읽기 쉬운 자료 개발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감수원’ 일을 시작했다. 그는 “발달장애인의 마음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안다”며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고 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동료 상담가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그 배경에는 꿈앤컴퍼니의 박대수 대표(45·경기)가 있었다. 박대수 대표는 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로서 11년 8개월의 경력을 쌓은 뒤, 이를 바탕으로 발달장애인의 진로 설계를 돕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보호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비장애인 강사를 통해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류승철씨를 비롯해 다섯 명의 발달장애인이 ‘발달장애인 진로 코디네이터’로서 취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일을 시작한 발달장애인에게 동료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박대수 대표는 “다양한 직무를 경험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시행착오를 극복한 과정을 다른 발달장애인과 공유하는 것이 이들의 적응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며 “아울러 이러한 역할 자체가 ‘발달장애인 진로 코칭 전문가’라는 하나의 직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도했다”고 말했다.◇대인 관계 어려워도… 비장애인 동료와 ‘적극’ 소통해야류승철씨는 한 달에 20명가량의 발달장애인을 상담한다. 그들이 일하면서 겪는 고충을 자신의 경험이 비추어보고서 공감하고, 때로는 조언도 제공한다.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이를 돕기도 한다. 면접관의 예상 질문에 대해 답변을 미리 적어보게 한 다음, 가상 면접 연습을 도울 때도 많다. 그는 자신처럼 직업 생활을 하는 발달장애인들이 가장 자주 토로하는 고충으로 ‘대인관계’를 꼽았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발달장애인이 일터에서 한 행위의 의도가 비장애인 동료에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왜곡돼 비치기도 해서다. 류승철씨는 “발달장애인들은 일터에서 자신이 힘든 것, 불편한 것을 잘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며 “내버려두면 비장애인 동료의 오해가 커질 수 있으므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해야 할 일이 생기면 숨기지 말고 그때그때 말하기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직접 말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쪽지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어서 전달하거나 평소 소통을 잘 하고 지내던 직장 동료 그리고 사회복지사·직업재활사의 도움을 받아 말하기를 권했다. 주변에 정서적 지지 체계를 만들 필요성도 강조했다. 류승철씨는 “나 역시도 일에 적응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사회복지사 그리고 직업재활사에게 계속 정서적 지지를 받았다”며 “또 발달장애인은 인정 욕구가 강한데 일터에서 이것이 다 충족되지 않는다면 발달장애인 자조 모임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모임에서 각자가 일하며 있었던 일을 말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서로 ‘힘을 내보자’하고 기운을 북돋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대수 대표는 “이 밖에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해 개별화 지원 계획 수립 지원을 신청하면 의사표현 방법, 사회 적응, 직업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역량 향상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직장 생활은 직무지도원과 근로지원인, 자립 생활은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라이프이해림 기자2026/04/06 14:06
  • “AI 탓 일자리 위기”라지만… 발달장애인에겐 새로운 기회 [조금 느린 세계]

    “AI 탓 일자리 위기”라지만… 발달장애인에겐 새로운 기회 [조금 느린 세계]

    AI 기술 발전으로 자동화가 확산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에게는 AI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직무는 제조·조립·포장 등 단순 노무직 비중이 높고, 사무보조와 서비스 직무 등이 뒤를 잇는다. 이처럼 기존에는 단순 업무 중심의 일자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데이터 관리나 콘텐츠 제작 등 새로운 직무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취업 준비부터 업무 수행까지 도와AI는 발달장애인의 취업 준비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보조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업무 과정에서는 정보 정리나 오류 확인, 아이디어 구체화 등을 지원해 작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무개발팀 이지우 팀장은 “실제 현장에서는 AI가 작업 과정을 단순화하고 실수를 줄이며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반복 업무에서는 작업 순서와 단계를 차례대로 안내하고 오류가 발생할 경우 즉시 알려줘 업무의 정확도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발달장애인 근로자가 단순 보조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생산성을 발휘하며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취업 준비 단계에서도 AI 활용이 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한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 연습, 정보 탐색 등이 직업훈련 과정에 도입되고 있다. 사회복지사이자 발달장애인 진로직업교육 기업 ‘꿈앤컴퍼니’의 박대수 대표이사는 “현재 발달장애인 직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챗GPT 등 AI 도구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마인드맵 작성이나 직무 적합 분석 등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직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AI로 확대된 직업군… 농업·문화예술까지AI 기술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영역까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로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농업로봇 오퍼레이터’ 직무로, AI 기반 농업 로봇을 운용해 농작물을 재배한다. 발달장애인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용 인터페이스와 LED 안내 장치, 사진 중심의 매뉴얼이 함께 설계됐다. 작업 단계를 시각적으로 안내하고 오류를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업무 정확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농업은 작업 환경과 날씨, 작물 상태 등에 따라 업무 수행 방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발달장애인이 수행하기 어려운 분야로 여겨져 왔다. 이지우 팀장은 “그러나 AI 기반 로봇과 작업 안내 시스템을 통해 업무 과정을 단계별로 구조화하면서 발달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는 직무로 확대됐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직무를 설계한 결과 발달장애인 8명이 해당 분야에 취업했다”고 말했다.발달장애인의 업무 특성과 강점을 반영한 직무도 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반복성이 높고 기준이 명확한 업무에서 강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정리, 품질 확인, 콘텐츠 점검처럼 정해진 절차를 꾸준히 수행하는 업무가 대표적이다. 이 팀장은 “업무 과정에서 AI가 작업 순서를 안내하거나 오류를 보완하면 이러한 강점이 보다 안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며 “실제로 AI 데이터 라벨링이나 디지털 문서 정리와 같은 IT 기반 업무, AI 도구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제작 분야에서도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무가 활발히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 라벨링은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이미지·영상·텍스트 등에 정답 정보를 표시해 주는 작업을 말한다.문화·예술 분야로도 확장되는 중이다. ‘AI 샌드 아티스트’ 직무가 그 예다. 발달장애인이 표현하고 싶은 장면이나 이야기를 구상한 뒤 AI 이미지 생성 도구로 이미지를 만들면, 이를 바탕으로 샌드아트(모래로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표현하는 공연 예술) 작품을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이미지 구상이나 장면 구성, 스토리 흐름 정리 등을 보조한다. 박대수 대표이사는 “이를 통해 발달장애인 근로자는 복잡한 창작 과정의 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감정과 표현 의도를 작품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며 “AI와 문화예술을 접목한 이러한 직무는 중증장애인의 창작 활동 진입 장벽을 낮추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직무 가능성을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유예진 기자2026/03/13 09:20
  • 취업보다 더 큰 문제… 발달장애인 부당 해고·임금 체불 해법은? [조금 느린 세계]

    취업보다 더 큰 문제… 발달장애인 부당 해고·임금 체불 해법은? [조금 느린 세계]

    발달장애인 고용이 확대되고 있다.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함께 10여 년 전부터 정부가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한 결과다. 특히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전국에 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설치하는 등 체계적 지원을 강화하면서, 발달장애인들도 치열한 노동시장에 당당히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 이후 직장 내 갈등과 부당 처우, 임금 체불, 고용 불안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고용의 양이 아니라 질과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상담 4326건… 직장 부적응·임금 체불 적지 않아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34.5%, 발달장애인 고용률은 29.3%로 집계됐다.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김태양 센터장은 “발달장애인은 직무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률이 과거보다 상당히 개선된 수치”라며 “이전에는 고용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의지가 있다면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상당 부분 마련됐다”고 말했다. 직무 영역도 제조업·카페·사무보조 중심에서 최근에는 AI 관련 직무와 문화예술 분야까지 다양해졌다.그러나 취업 증가가 곧 안정적인 고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경기 등 전국 6개소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의 2024년 상담 건수는 4326건으로, 매년 약 5%씩 증가하고 있다. 상담 유형을 보면 ▲심리 상담(12.6%)이 가장 많고 ▲직장 부적응(7.1%) ▲직장 내 괴롭힘(5%) ▲업무 스트레스(4.3%)가 뒤를 이었다. 노동권 침해 사례도 적지 않다. ▲임금 체불은 3.7%(159건), ▲부당해고는 3%(130건)를 차지했다. 김 센터장은 “취업은 늘었지만 직장 부적응과 갈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며 “특히 임금 체불과 부당해고는 비중이 큰 편이다”고 말했다. 
    기타신소영 기자2026/02/26 17:32
  •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어요” [조금 느린 세계]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어요” [조금 느린 세계]

    ‘취업 준비’라는 말 앞에서는 누구나 두려워진다. 발달장애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발달장애인 구인 구직 정보는 간간이 보이지만, 실제로 취업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또는 면접은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대한 실전 정보는 드물다.경기도 고양시 소재 특수학교인 ‘홀트학교’ 류지현 특수교사 역시 지난해에 고등학교 3학년을 가르치며 고군분투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출퇴근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함께 대중교통을 타고 곳곳을 누볐고, 직접 면접관이 돼 모의 면접도 수차례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그의 제자들은 다양한 직군으로 진출했다. 그에게 발달장애 학생들이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배워두면 좋을 것들에 대해 물었다.- 발달장애 학생들은 주로 어느 직무로 취업하나?조립, 청소 보조, 물류센터 상하차, 급식 보조, 사무 보조, 주방 보조, 제빵 반죽·포장, 사서 보조, 바리스타, 애견 목욕 등 다양한 직무로 취업한다. 운동형 일자리나 예술형 일자리도 있다. 기업이 운동선수나 예술가를 후원하듯, 이 일자리로 취업한 학생들은 일정 시간 동안 운동이나 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월급을 받는다. - 발달장애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주로 어떤 어려움을 겪나?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거나 미숙한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처음 시작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한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해도 괜찮다. 그러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이라면 중학생 때부터 자기소개서에 들어갈 항목에 대해 부모님이나 교사와 함께 생각을 정리해보고, 말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다. - 직업 관련 교육을 받아볼 수 있는 경로가 있을까?장애인고용공단 그리고 발달장애인훈련센터 등에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밖에도 지역 장애인 복지관에 있는 직업 훈련반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연계하는 공공일자리사업을 시도해볼 수 있다. 전공과로 진학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수학교나 대학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직업 훈련을 보다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게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다. 예컨대, 인천광역시교육청이 인천재능대학교와 운영하는 대학형 전공과의 경우 ▲호텔관광과 ▲호텔외식조리과 ▲바이오코스메틱과 ▲뷰티아트과 등의 학과를 두고 학생들에게 직업 생활에 필요한 실무 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전공과와 협약을 맺은 다양한 현장 실습 기관도 있다. - 직업 교육 이외에, 학생들에게 특히 신경 써서 가르친 것이 있나?생활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들을 함께 연습했다. 쓰레기 봉투 묶어보기, 청소기 밀어보기, 손걸레질 해보기, 냉장고 청소해 보기, 속옷 정리해보기 등 정리정돈을 연습해보고, 집에서 스스로 해 보면서 이를 영상으로 찍어 오는 ‘청소 과제’를 내 줬다. 기초 체력과 끈기도 길러줘야 한다. 다운증후군 학생들은 체력이 빨리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자페가 있는 학생들은 자신이 흥미 없는 일을 오래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체육 활동을 통해 체력과 끈기를 길러주면 취업해서 장시간 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흥미 없는 일도 참고 해낼 수 있는 근성이 생긴다. 이 밖에도 ▲겉모습을 단정하게 정돈하기 ▲사회적 예절을 지키면서 타인에게 도움 요청하기 ▲업무 지시 사항을 그대로 이행해보기 ▲몸이 아픈 증상에 따라 적절한 병·의원을 찾아가는 연습하기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보기 등의 활동도 함께했다. - 적성과 일자리의 객관적 조건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할까?회사 위치가 집에서 가까운지, 월급이나 근무 형태는 어떠한지를 많은 학생이 현실적인 우선 순위로 두기는 한다. 그러나 직업 생활을 장기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적성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것이 좋겠다. 적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학생의 일상을 잘 관찰해보자. 나의 제자 중 한 명은 운동을 잘 하고, 체력도 굉장히 좋았는데 물류센터 상하차 직무로 취업해서 칭찬을 많이 받으며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악기 연주에 흥미를 두고 꾸준히 이어나간 제자도 있었다. 브라보비버라는 장애인표준사업장에 훈련생으로 취업해서 강한 끈기로 일에 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악기를 배우며 쌓은 근성이 업무에서도 발휘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 면접은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자기소개 시, 학생이 말해야 하는 내용을 목록화한 다음 순서대로 말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 이름-사는 곳-취미-특기 순으로 말하기를 연습하는 식이다. 무조건 암기하기보다는, 자신이 왜 이런 취미를 갖게 되었는지와 같은 사례를 계속 상기하면 자기소개도 다채로워지고, 학생들도 더 잘 외우는 것 같다. 마주한 사람이나, 말하는 장소를 계속 바꿔가면서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도구의 사용법이나 대중교통을 스스로 이용해본 적이 있는지도 면접에서 많이 묻는 편이다. 이에 대해서도 대답하는 연습을 미리 해 보는 것이 좋다. 또 면접관은 서는 자세나 표정까지도 확인하므로 바르게 서고 걷는 연습 그리고 미소 짓는 연습이 필요하다. 취업에 대한 동기 부여는 필수다. 학생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활동, 여행가고 싶은 곳을 기억해뒀다가, ‘일해서 돈을 벌면 스스로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다’ 같은 식으로 일과 좋아하는 것을 연결해주면 좋다.- 제자들이 직업 활동을 잘 이어나가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 있나?지적장애가 있지만,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사회인으로서 장기간 근속 중인 제자들이 있다. 한 학생은 태건비에프라는 기업에서 전기용품 조립 직군으로 일하는데, 벌써 4년 차다. 근무시간에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돼있고, 쉬는 시간이 짧은 등 행동 제약이 있는 환경인데도 지시나 규칙을 준수해서 일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함께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름과 국적을 다 외워서 나에게 말해주기도 한다. 이 친구는 일을 시작한 이래로 집에서 스스로 라면이나 달걀부침 등 간단한 요리를 해 먹거나, 혼자 당구장이나 볼링장에 가서 여가 활동을 하기도 한다. LG 디스플레이에서 청소 업무를 7년째 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이 친구는 학생 때부터 친화력이 무척 좋았는데, 함께 일하는 여사님들과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침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통근 버스를 타고 일찍 일하러 가야 해서, 저녁마다 일찍 자는 습관을 들인 것이 대견하다. 위캔쿠키라는 수제쿠키전문점에서 베이킹 포장 업무를 4년째 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올 때마다 자신이 만든 쿠키를 선물해주는데,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학창시절 때 베이킹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스스로 찾아갔다. 이 모든 학생이 자랑스럽다. 
    라이프이해림 기자 2026/02/18 19:32
  • ‘프렌치파파’ 이동준 셰프, “발달장애인과 함께 꿈꾸는 주방 만들 것” [조금 느린 세계]

    ‘프렌치파파’ 이동준 셰프, “발달장애인과 함께 꿈꾸는 주방 만들 것” [조금 느린 세계]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2’에서 ‘프렌치파파’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이동준(50) 셰프. 방송 중 아들의 발달장애 사실을 고백해 화제가 됐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 이후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응원 덕분에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고 행복해지는 기적을 경험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 셰프는 아들 재진이를 단순히 돌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준 ‘은인’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아들의 장애를 통해 깨달은 삶의 가치와 그 연장선에 있는 새로운 꿈에 대해 들어봤다.◇치료 찾아 국경을 넘다… 발달장애 가족이 마주하는 현실이 셰프가 아들 이재진(13)군의 다름을 인지한 것은 두 살 무렵이었다. 재진이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눈 맞춤이 부족하고 언어 발달이 늦었으며, 장난감을 유독 질서정연하게 나열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셰프는 “처음에는 그저 규칙적인 아이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경계성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이 셰프는 아이를 위해 국내 치료 여건을 수개월간 조사했으나, 당시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문 교육자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보호자가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발달장애 진단이나 상담 단계까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작 아이의 성장에 필수적인 재활 치료는 비급여 항목인 경우가 많아 고스란히 부모의 몫이 되곤 한다.무엇보다 이 셰프가 미국행을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응용행동분석(ABA) 프로그램의 전문성과 체계적인 시스템 때문이었다. ABA는 행동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바람직한 행동은 강화하고 부적응 행동은 감소시키는 치료법으로, 전 세계적인 발달장애 표준 치료 방식이다. 이 셰프는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아이에게 치료를 제공하고 싶었는데, 이왕이면 ABA를 개발하신 박사님이 계신 미국 본사에서 치료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행동 치료도 보험이 적용돼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또한 이 셰프는 한국의 교육 환경과 사회적 편견 역시 해외행을 선택하게 된 주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장애 아동을 분리하는 한국과 달리 통합 교육이 일상인 미국에서는 장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 그리고 장애인은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폐쇄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4년 반 동안 이어진 치료 끝에 재진이는 사회성 영역과 감각 영역에서 큰 호전을 보였다. 하지만 이 셰프는 그 과정에서 아이의 상태 변화만큼이나 자신의 내면적 성장이 컸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의 고난을 ‘비바람’에 비유하며 “그 당시에는 그 모든 것들이 나를 가두는 비바람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비바람을 벗어났다면 번개나 맹수의 공격 같은 더 무서운 일을 겪었을 거다”며 “그 과정을 견뎠기에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했다.◇“부모가 아이의 인생 대신 설계할 수 없어”이 셰프가 비바람 속에서 깨달은 것은 양육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이의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겪는 고통의 핵심이 타인과의 ‘비교’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셰프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간다”며 “정말 힘든 건 내 아이가 뒤처진다고 느끼는 부모들이다”라고 했다.이 셰프는 부모가 아이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부모가 자식의 꿈을 대신 설계할 수는 없다”며 “자식은 내 마음대로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실제로 그는 재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며 가족의 행복을 찾아갔다. 아이가 운동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매일 두 시간씩 함께 땀을 흘렸고, 디저트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함께 디저트 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는 “재진이 덕분에 남들보다 건강도 좋아졌다”며 “오히려 재진이가 나를 고쳐준 은인이다”라고 밝혔다.이 셰프는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아이만의 특성을 찾는다면 가족이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꿈을 이루는 것은 비장애인에게도 어려운 일이며, 발달장애인에게는 그 문턱이 더 높겠지만, 그는 아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낸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기꺼이 돕겠다는 각오가 있다.◇요리와 직업교육 공존하는 ‘편견 깨는 식당’ 꿈꿔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지지해주고 싶다는 이 셰프의 마음은 개인적인 다짐을 넘어, 요리사라는 본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로 확장됐다.그가 구상하는 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을 넘어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 교육 기관의 역할을 겸한다. 이 셰프는 “식당의 한 공간에서 요리, 커피, 서비스 등 분야별 직업 교육을 진행할 생각”이라며 “아이들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함께 찾고, 그에 맞춰 현장에 투입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의 요리가 과거에는 완벽한 미식의 정점을 지향했다면, 이제는 아이들이 충분히 소화하고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이 셰프는 이 레스토랑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편견을 걷어내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장애인 직원들이 능숙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손님들이 편견을 깨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며 “동시에 그들의 열정이 담긴 음식에서 순수한 감동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들 재진이 역시 이 식당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소망도 함께였다.
    기타김영경 기자2026/02/06 17:43
  • 수행평가 앞, 커진 부모의 부담… 통합교육의 또 다른 과제 [조금 느린 세계]

    수행평가 앞, 커진 부모의 부담… 통합교육의 또 다른 과제 [조금 느린 세계]

    통합교육이 확대되면서 장애 학생이 또래와 함께 배우는 일반학급에 배치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 ‘2022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일제 통합학급에 배치된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2012년 1만3746명에서 2022년 1만7514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이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발달장애 학생 역시 일반학급에서 비장애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수행평가와 숙제가 성적·입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 발달장애 학생의 과제 수행 과정에 부모가 개입하는 사례도 흔하게 나타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부모의 과도한 개입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이 발달장애 학생의 학습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현행 평가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일반학급 기준, 발달장애 학생에겐 ‘높은 문턱’통합학급은 일반학급 안에서 운영되는 만큼, 발달장애 학생에게 부여되는 숙제와 수행평가 역시 일반학급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는 만들기 활동이나 받아쓰기, 알림장 작성 등이 주를 이루고,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보고서 작성이나 발표 과제, 모둠 활동 결과물 제출 등 수행평가의 비중이 커진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발달장애 학생의 학습 특성을 고려해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채 적용될 때 발생한다.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이영선 교수는 “수행평가는 대부분 비장애 학생을 기준으로 한 성취 기준과 수행 방식에 맞춰 설계돼 있다”며 “쓰기 속도나 발표 능력, 사회적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과제는 경도 발달장애 학생에게도 높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발표 자료나 보고서, 탐구 결과물처럼 점수에 반영되는 핵심 산출물은 가정에서 준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이 같은 평가 방식은 학부모 부담으로 이어진다. 초등학생 발달장애 자녀를 둔 A씨는 “전반적 발달지연이나 난독을 겪는 학생은 시지각이나 소근육 발달이 미숙해 동일한 기준의 수행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과제의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함에도, 결과 중심 평가가 반복되다 보니 부모가 도와주지 않으면 과제를 제출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서석준 위원도 “현실에서는 일반교사가 부담을 이유로 과제나 수행평가 기준을 조정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고, 특수교사 역시 협업 구조 안에서 역할이 제한된다”며 “그 결과 학생에게 맞는 과제가 설계되지 못하고, 결국 부모가 그 공백을 메우게 된다”고 했다.◇부모 도움에도 ‘선’ 필요… 넘어서면 역효과물론 부모의 개입이 모두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발달장애 학생의 과제 수행 과정에서 부모의 지원이 교육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언제·어느 정도까지 도울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초기에는 과제의 요구사항을 이해하도록 돕고 시작 단계에서 필요한 안내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개입을 점차 줄여 학생이 스스로 수행하도록 유도해야 학습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허용 가능한 부모의 지원은 과제의 내용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수준에 머문다. 과제의 지시문을 학생의 수준에 맞게 풀어 설명하거나 수행 순서를 정리해주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중·고등학교 수행평가의 경우 수업 외 시간에 팀 활동이나 공동 과제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역할은 ▲일정 조율 ▲이동과 안전 관리 ▲준비물 관리 ▲자료 출력과 정리 등 수행 환경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영선 교수는 “사고 과정이 핵심인 과제와 절차 수행이 중심이 되는 과제는 부모가 도울 수 있는 범위와 방식이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반대로 결과물 제출을 목표로 부모가 수행을 대신하는 방식은 학생의 성장 기회를 약화할 수 있다. 과제의 방향이나 내용을 대신 결정하거나, 독후감에 부모의 생각을 적어주고, 계산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답을 바로 알려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가천대 유아교육학과 장유진 교수는 “이러한 개입은 단기적으로는 점수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학습 과정이 학생에게 축적되지 않아 장기적인 학습 역량과는 분리돼 작동한다”며 “‘나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강화해 자기효능감과 자립적인 학습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개입이 전제된 제출 과제와 스스로 수행해야 하는 학교 수업 사이의 괴리가 커질 경우, 학생은 수업 현장에서 더 큰 소외감을 느끼고 장기적으로 학교 적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과정 중심’ 평가 강화하고 협업 구조 갖춰야전문가들은 현행 수행평가 방식을 발달장애 학생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개선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결과물 자체보다 수행 과정과 성장 정도를 평가에 포함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동일한 교육 목표를 평가하되, 학생마다 다른 수행 경로와 표현 방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선 교수는 “글쓰기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구두 발표나 그림·사진, 동영상 제작 등 학생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며 “정답 여부보다 참여도와 노력의 과정, 이전 수행과 비교한 변화와 성장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는 과정 중심 평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또래가 조력자가 돼 과제 수행을 돕는 협력적 학습 모델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단순히 ‘도와주는 친구’에 그치는 구조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 명확한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유진 교수는 “예를 들어 ‘보고서에 ○○이가 촬영한 사진이 반드시 세 장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식으로, 각 학생의 역할이 과제 완성에 필수적이 되도록 교사가 과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라며 “이 협력 과정 자체를 평가의 일부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수행평가 조정이 교과교사 개인의 부담에만 맡겨지지 않도록, 특수교사와 교과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교수는 “과제 설계 단계부터 공동 논의가 이뤄져야 발달장애 학생의 수행 수준을 반영한 평가가 가능하다”며 “학교 차원에서 허용 가능한 조정 범위를 명확히 제시해야 교사와 학부모 모두 기준을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라이프유예진 기자2026/01/30 08:00
  • “예술 앞에 장애는 없다” 치료를 넘어 세상을 잇는 힘 [조금 느린 세계]

    “예술 앞에 장애는 없다” 치료를 넘어 세상을 잇는 힘 [조금 느린 세계]

    붉은 말의 해를 상징하는 가지각색의 말(馬)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러쉬 두물머리점 러쉬빌리지에 전시된 128점의 작품은 발달장애 예술가와 가족들의 손에서 나왔다. ‘붉게 힘차게 말’이라는 같은 주제 아래, 그림은 작가마다 전혀 다른 시선과 표현을 보여준다. 말로 감정을 또렷이 설명하는 데 조금은 서툴러도, 그림 앞에서 이들은 자신만의 언어를 자유롭게 펼친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각자의 삶과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있다. 이들에게 그림은 단순한 표현 수단을 넘어,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가장 정확한 언어다. 전시를 주최한 네이버 커뮤니티 ‘그림엄마’를 운영하는 한젬마 예술감독의 작업실에서 발달장애 예술가 세 명과 그들의 어머니를 만났다.◇그림에 담긴 그들의 세계
    기타신소영 기자2026/01/16 16:28
  • 발달장애 자녀 학교 폭력 걱정, ‘녹음기’가 능사는 아니다 [조금 느린 세계]

    발달장애 자녀 학교 폭력 걱정, ‘녹음기’가 능사는 아니다 [조금 느린 세계]

    발달지연·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 폭력에 휘말리지 않을까 항상 두렵다. 실제로 발달지연·장애 학생들은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잦고, 반대로 의도치 않게 가해자로 지목되기도 한다. 걱정되는 마음에 전원을 켠 녹음기를 아이의 가방에 넣어 보내는 보호자도 종종 있다. 그러나 녹음은 아이를 온전히 보호해주지도, 이미 발생한 학교 폭력을 해결해주지도 못한다. 전문가들에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물어봤다.◇놀림·따돌림 피해 多… 가해자 되는 경우도발달지연·장애 정도가 덜 심해 비장애 학생과의 접점이 많을수록 학교 폭력 피해 사례가 많은 경향이 있다. 발달지연·장애 학생은 비장애 학생을, 비장애 학생은 발달지연·장애 학생을 잘 이해하지 못해 상호작용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인ABA행동지원센터 박인환 대표(국제공인행동분석가)는 “발달지연·장애 학생이 보이는, 비장애 학생들과 다른 행동 특성을 두고 놀리는 언어적 폭력이 많다”며 “발달지연·장애 학생을 놀이나 조 모임 활동 또는 대화에서 배제하는 식의 따돌림도 학교 폭력 피해 사례에서 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발달지연·장애 학생이 사회적 시선에서 가해자로 분류되는 사례도 때로 있다. 크게 두 가지 경우다. 학교 폭력에 만성적으로 시달리다가 내면에 누적된 부정적 정서가 욕설 또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폭발하듯 분출되는 것이 하나, 일상 속 욕구나 감정을 말 대신 ▲물건을 던지는 것과 같은 공격적인 행동 ▲소리를 지르고 펄쩍펄쩍 뛰는 류의 과잉된 행동 등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나머지 하나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은 보편적인 사회적 기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도전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정서적·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종종 있다. 법조공익모임 나우의 이수연 변호사는 “발달지연·장애 학생의 도전 행동이 타인에게 의도치 않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혔을 경우, 악의 여부에 대한 고려 없이 타인에게 피해를 줬다는 결과만 두고 교권 침해나 학교 폭력으로 판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속내 표출 돕고, 대처 방안 미리 교육해야발달지연·장애 학생은 자신이 연루된 학교 폭력 사안을 보호자에게 알리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과거 한 발달장애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 폭력 피해가 의심된다며 박인환 대표에게 상담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피해를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데, 아이가 자세한 얘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박 대표가 해당 학생과 대화하다 보니, 처음에는 “친구들이 놀린 적이 있다”라고만 대답하던 아이가 나중에는 “친구들이 하루에 몇 번 정도 놀려?”라는 물음에 “50번”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친구들이 놀릴 때 어떻게 해?”라는 물음에는 “상상 속에서 그 친구들을 혼낸다”고 답했다. 박인환 대표는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아이 마음에 상처가 남고 나중에 이것이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로 발전하거나 자칫 공격적인 돌발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부모가 아이와 직접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아이가 상담이나 정신 건강 분야 전문가를 꾸준히 만나 소통하면서 자신의 속에 있는 생각과 정서를 꺼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친구에게 놀림을 받았을 때 어떤 말과 행동으로 대처하면 되는지, 어떤 때에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등 단계별 대처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미리 교육하는 것도 좋다. 보호자 역시 아이가 평소 하는 말이나 사소한 변화를 잘 듣고 관찰해야 한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혹은 논리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학생의 경우, 학교 폭력을 당했을 때 스트레스가 몸 상태나 행동 변화로 드러나는 사례가 많다. 등교를 거부하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고 평소보다 과식 또는 소식​하는 등 수면과 식사 양상에 큰 변화가 있거나, 소화 불량 또는 두통 등의 신체 이상이 나타나는 식이다.◇피해 증명, 사진·진단서·진술서가 중요피해 사실이 의심되거나 확인됐다면 관련 자료를 모아야 한다. 발달지연·장애 학생은 비장애 학생에 비해 자신의 피해에 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수연 변호사는 “아이의 몸에 상처가 반복적으로 발견되면 학교 폭력 피해일 수 있으니 사진을 찍고 진단서나 전문사 소견서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며 “학교 폭력 장면을 목격한 교사나 같은 반의 다른 학생 또는 발달지연·장애 학생이 주기적으로 만나서 소통한 상담사 등에게 진술서를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증거를 남기려 아이에게 녹음기를 지참하도록 하는 사례도 있지만, 실제로는 녹음 파일보다 진단서와 진술서가 더 유효하다. 보통은 녹음본에서 대화 내용을 식별할 수 있는 일부분을 발췌한 녹취록을 학교폭력위원회나 교권심의위원회에 제출하는데, 욕설 없는 미묘한 언어적 폭력의 경우 대화 일부분을 통해 사실관계를 드러내기 어려워 녹음 파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모가 녹취 시작 버튼을 누른 다음 아이의 가방에 넣어서 보낸 녹음기를 통해 취득한 녹음파일은 형사 재판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발달지연·장애 학생 진술 돕는 제도 필요물론 보호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피해자로든 가해자로든 학교 폭력 심의 위원회에 회부된 발달지연·장애 학생은 발언권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현행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 폭력 피해자나 가해자가 장애 학생인 경우 심의 위원회가 특수교육 전문가나 해당 장애에 관한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청취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이것이 의무 사항은 아니므로 실제로는 교육청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발달지연·장애 학생이 낯선 환경에서 위축되면 사안에 관한 원활한 진술이 더 어려울 수 있는데, 현행법은 피해자 또는 가해자로 학교 폭력 위원회에 회부된 발달지연·장애 학생이 진술 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이수연 변호사는 “교육청 재량에 따라 진술 조력인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발달지연·장애 학생과 심의 위원회가 열리는 당일에 처음 만나는 관계라 진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의 입장이 심의 위원회에서 충분히 고려되도록 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잘잘못을 따지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교육과 소통으로 폭력을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갈등을 풀어나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인환 대표는 “발달지연·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해 생기는 갈등이 많으니, 발달지연·장애 학생과 함께 지내는 비장애 학생들에게 해당 학생의 행동 특성을 알려줘야 한다”며 “도전 행동의 경우 어릴 적부터 교정을 위한 행동 중재 교육을 하면 상당히 완화되니 일찍부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로 의사 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 아동에게, 공격적이지 않은 다른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 방식을 훈련하는 것이 행동 중재 교육의 한 예다. 이 변호사는 “가해 학생이 징계를 받도록 하는 데에만 몰두하기보다, 학생들이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경미한 학교 폭력의 경우 곧바로 심의에 들어가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 아래 소통함으로써 관계 회복을 우선 시도해보는 ‘관계 회복 숙려제’가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가 보다 활성화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라이프이해림 기자 2026/01/05 10:39
  • “내 꿈은 이제부터 시작” 발달장애인 아티스트 77명의 ‘기적의 무대’ [조금 느린 세계]

    “내 꿈은 이제부터 시작” 발달장애인 아티스트 77명의 ‘기적의 무대’ [조금 느린 세계]

    "무대에 서 보니까,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무대 위 조명이 꺼지고, 객석에서는 한동안 박수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긴장으로 손을 떨었고, 누군가는 무대와 객석에서 눈물을 훔쳤다. 지난 8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는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재능을 발굴하는 ‘기적의 오디션 시즌 3 쇼케이스’가 열렸다. 서울시 어린이병원 레인보우 예술센터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성인 77명이 무대에 올랐다. 보컬, 피아노, 바이올린, 드럼, 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1년간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공연은 단 하루였지만, 이 무대가 참가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에 남긴 의미는 결코 짧지 않다.
    기타신소영 기자 ​ 2025/12/24 17:50
  • ‘한 숟가락’의 변화를 기록하다… 특수학교 속 AI 스캐너 [조금 느린 세계]

    ‘한 숟가락’의 변화를 기록하다… 특수학교 속 AI 스캐너 [조금 느린 세계]

    11시 50분. 명현학교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20분 전이다. 몇몇 선생님은 미리 급식실을 찾아, 식판에 음식을 담고 가위를 찾았다. 그리곤 음식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기 시작했다. 곧 아이들이 급식실을 찾았고, '삡'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아이들이 스스로 음식을 담은 식판을 스캐너에 찍는 소리였다.명현학교는 사회복지법인 중앙사회복지회 산하기관 특수학교로,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발달장애 아동은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거나 구강 운동이 미숙해 섭식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이제는 기술 발전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국내 스타트업 누비랩이 식판을 자동으로 촬영하고,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AI 푸드스캐너'를 개발한 것. 이미 일반학교에는 수년 전 도입됐지만, 특수학교에는 최근까지 활용된 적이 없었다. 국내 최초로 푸드 스캐너를 도입한 특수학교인 명현학교를 찾아갔다.◇발달 장애 아동, 편식은 어쩌면 당연한 모습김치볶음밥은 다양한 채소를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대다수 학교의 급식 단골 메뉴다. 하지만 자율선택급식을 운영하는 명현학교에서는 밥 종류가 세 가지로 늘어난다. 김치볶음밥(1), 매운 음식을 어려워하는 학생을 위한 햄계란볶음밥(2) 그리고 여러 재료가 섞인 음식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을 위한 흰밥과 김(3)이다. 명현학교 이승민 영양교사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30%는 볶음밥처럼 여러 재료가 섞인 요리를 어려워한다"며 "볶음밥뿐 아니라 햄버거 특식일 때도 빵을 먹지 못하는 학생이 있어, 이를 고려해 밥과 국을 포함한 대체 식단을 함께 준비한다”고 했다.발달장애 아이들은 예측하기 어렵고 새로운 감각에 스트레스받기 쉬워, 질감과 색이 다양한 재료가 섞여 있는 볶음밥은 감각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부담이 큰 음식이 될 수 있다. 음식 섭취가 까다로워 편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인향 교수는 "발달장애 아이 중에 후·미각이 예민한 비중이 높아 특정 음식만 먹는 경우가 있고, 위장계가 예민한 아이도 있어 변비와 소화불량을 겪는 비율이 비장애인보다 높다"고 했다. 강릉대에서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으로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1640명과 일반학교 학생 3240명의 성장 발달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영양섭취가 부족해 특수학교 학생의 키가 상대적으로 더 작았다. 반면 지방이 많은 음식 섭취율은 높아 비만률은 더 높았다.발달장애 학생에게 섭식장애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고 학교를 찾았기에, 편식하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식판을 싹싹 비우며 모든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저작활동이 어려운 학생은 음식을 작게 자르거나 다진 개별화된 식사가 제공됐고, 특수교사와 지도사가 함께 식습관 지도를 지원했다. 이승민 영양교사는 “학생마다 편식 정도와 식습관 편차가 크지만, 이를 다양한 식단 제공과 꾸준한 식습관 지도로 서서히 넓혀가는 게 특수학교 급식의 역할”이라며 “편식이 심한 학생은 ‘골고루 먹기’같은 큰 목표보다, 먼저 먹을 수 있는 식재료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기타이슬비 기자 2025/12/05 05:30
  • “대학을 갔든 안 갔든, 나는 지금 나만의 길에서 성장 중” [조금 느린 세계]

    “대학을 갔든 안 갔든, 나는 지금 나만의 길에서 성장 중” [조금 느린 세계]

    대학 졸업장이 사회적 증명서처럼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고등학생이 된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대학에 진학할지, 아니면 대학 대신 일찌감치 본격적인 직업 또는 사회생활에 뛰어들지다.기자 역시 발달장애인의 학창 생활에 관해 취재하며 어느 쪽이 정답일지 고민된 적이 많았다. 이에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직업 생활을 시작한 이은수(26)·김태환(29) 작가,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김은영(21·한경국립대 제품공간디자인전공 2학년)씨와 그들의 조력자를 만나봤다. 이은수·김태환 작가는 발달장애인 작가 지원 단체 ‘아트림(ARTRIM)’, 김은영 학생은 ‘이루미술심리상담센터’를 통해 연이 닿았다.◇대학 포기 vs 진학, 각자의 길 개척이은수 작가는 포스코홀딩스 소속 작가로 작품 활동을 하느라, 김태환 작가는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개인전·단체전을 연거푸 여느라 바쁜 2025년을 보냈다. 두 작가 모두 어릴 적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았다. 기자가 만나본 이들은 예술가답게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했다. 기자의 말에 종종 대답하고, ‘인터뷰가 길어져 지루하다’는 속내를 표정과 몸짓으로 내비치기도 했으나 원활한 대화는 어려웠다. 이에 작가의 ‘만능 매니저’인 정양숙(55·이은수 작가 모)씨과 박선화(57·김태환 작가 모)씨와의 실질적인 인터뷰가 이뤄졌다.
    생활건강이해림 기자2025/11/21 07:22
  • 달리며 배우는 ‘함께’의 의미… 오티즘 레이스 현장 [조금 느린 세계]

    달리며 배우는 ‘함께’의 의미… 오티즘 레이스 현장 [조금 느린 세계]

    "가족 다 같이 축제처럼 즐기기 좋은 마라톤이에요." "다양한 사람이 모두 함께 뛰니까 더 즐거워요."지난 1일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2025 오티즘 레이스'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비 예보가 무색하게 하늘은 쾌청했고, 가을을 맞이한 공원은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을 뽐냈다. '다름을 다채로움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다채'로운 레이스, 오티즘 레이스가 개최되기 딱 좋은 날씨였다.오티즘(자폐스펙트럼장애) 레이스는 오티즘 당사자와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마라톤이다. 오티즘은 공감 기능이 떨어지고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발달 장애의 일종이다. 의사소통이 어렵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적다. 그만큼 운동 시설을 이용하기도 어려워 심혈관계 질환과 만성질환 위험이 큰 편이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당사자들의 활동성을 높이고, 오티즘에 대한 인식도 개선하기 위해 '오티즘 레이스'를 2020년부터 개최하고 있다.직접 참가해 보니 레이스보단 축제에 가까웠다. 경쟁보다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었다.◇"같이 뛰어서 좋아요"… 레이스 나가기 전 연습부터 '함께'10월 21일 오후 7시반, 레이스가 개최되기 열흘 전 여의도 공원을 찾았다. 오티즘 레이스를 위해 연습하는 러닝 클럽 멤버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오티즘 레이스 러닝 클럽은 레이스 6주 전부터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인 건강 파트너가 한 팀으로 여섯 차례 만나 함께 달리기를 연습하는 일종의 동호회다. 전문 코치 지도 아래에서 4.2km 완주를 목표로, 단계별로 함께 달린다.가기 전, 기자부터 선입견에 휩싸여 있었다.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증상이 매우 다양한 질환이다 보니 모두 즐겁게 연습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도착하자마자 만난 오티즘 당사자 김상욱(24)씨를 보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오히려 어떤 러닝 클럽보다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포용력 넓고, 친절한 연습장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한 김상욱 씨는 꽤 능숙한 러너다. 2019년 처음 나간 대회에서 청년 일반부 1등을 차지하기도 했을 정도. 그러나 지난해 갑자기 뇌전증(이유 없는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질환)이 생기면서 잠시 운동을 쉬어야 했다. 이런 그가 주변 만류에도 오티즘 레이스와 러닝 클럽 연습에는 꼭 함께하고 싶어 했다. 김상욱 씨는 "같이 뛰는 게 좋다"며 "달리는 게 힘들어도, 옆에 짝꿍이 있으면 안 힘들다"고 했다. 오티즘 당사자 중엔 김상욱 씨처럼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기능인 사람도 있지만, 대화 자체가 어려운 중증 오티즘 당사자도 있다.서지훈(17)씨는 어렵지만 분명하게 "달리는 거 좋아해"라고 말했다. 서지훈 씨 어머니는 "아이가 운동장 달리는 걸 좋아하는데, 같이 달리긴 어려워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며 "사람이 많아서 참여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왔는데, 오히려 재밌어하더라"고 말했다. 중증 오티즘 당사자는 낯선 사람이나 복잡한 환경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비장애인 건강 파트너에게도 러닝 클럽은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홍보팀 소속으로 있는 이혜림(38)씨는 지난해에 이어 두 해째 러닝 클럽에 참가했다. 이혜림 씨는 "공공행정기관이다보니 현장에서 당사자를 만날 기회가 드물어 참여하게 됐고, 확실히 만나면서 당사자 입장을 이해하는 건 정말 달랐다"며 "무엇보다 도와준다는 느낌보다 같은 곳을 보고 옆에서 나란히 뛰면 협동하는 느낌이라, 같은 팀으로서 더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당사자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지만, 장애인 관련 기관 종사자라면 참여하길 강력히 추천한다"고 했다. 교육청에서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있는 유혜민(32)씨도 "발달장애인이 운동이나 취미를 갖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러닝 클럽이라는 좋은 기회를 소셜미디어로 알게 돼 참여했다"며 "같이 달리면서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좋다"고 했다.
    기타이슬비 기자2025/11/07 08:00
  • “졸업 후 어디로?” 발달장애 학생들의 진로 고민, 전문가 조언은 [조금 느린 세계]

    “졸업 후 어디로?” 발달장애 학생들의 진로 고민, 전문가 조언은 [조금 느린 세계]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에게 고등학교 졸업은 기쁨과 걱정이 동시에 찾아오는 시점이다. ▲특수학교 전공과에 남아 취업을 준비하거나 ▲일반 대학·대안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훈련센터를 이용하는 등 선택지는 다양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막상 대학에 들어가도 대인관계나 학업 적응 문제로 휴학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학 진학 자체보다 지속 가능한 자립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학 진학의 벽… 지원 체계는 여전히 미흡'자립'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성인기의 목표다. 그러나 발달장애 학생에게 대학은 여전히 높은 문턱이다. 교육부의 '2022년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전체 고교생의 대학·전문대 진학률은 73.7%였지만, 장애학생은 14.7%에 불과했다. 특히 특수학교 졸업생 9378명 중 3704명(39.5%)은 비진학·미취업 상태였다.대학에 진학한 발달장애 학생은 대부분 경계성 또는 경도 발달장애에 해당한다. 기본적인 인지·의사소통 능력이 있어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학 후가 더 큰 문제다. 한 대학 특수교육과 교수는 “법적으로 모든 대학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실제로는 시각·청각·지체장애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전문 인력이나 지원 시스템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이런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강의 속도나 과제량을 따라가지 못해 소외감, 불안, 우울을 겪고, 결국 휴학이나 중도 탈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구대 특수교육과 홍정숙 교수는 “대학 내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발달장애 학생의 학습·행동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매뉴얼 제공, 의무 교육, 상담센터 연계 등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 흥미, 적성 중심의 진로 선택대학 진학을 고려한다면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하다. 부모들은 흔히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찾지만, 전문가들은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홍정숙 교수는 “발달장애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 단순히 취업 위주로 접근하면 오히려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셈이 된다”며 “개인의 흥미와 강점을 살린 전공 선택이 더 실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학생 중 음악·미술 등 예술 분야 재능을 살려 사회적 기업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는 사례도 있다.적성 기반의 진로 지도가 필요하다. 홍 교수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과 연계해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안산대 에이블자립학과 김병철 교수 역시 "입시 사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본인의 의지"라며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로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한편, 최근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대학 과정도 확대되고 있다. 안산대 ‘에이블자립학과’, 대구대 ‘특수창의융합학과’, 나사렛대 '재활자립학부'가 대표적이다. 이들 학과는 학생의 수준에 맞춘 커리큘럼을 운영하며, 병원·행정보조·사서보조·요양보조 등 실무 중심의 수업을 병행한다. 김병철 교수는 “일반 대학의 수업은 용어나 진도 자체가 맞지 않아 중도 탈락률이 높지만, 이런 맞춤형 학과는 학습 부담이 적고, 관계 중심 교육이 가능하다”며 “이들에게 대학은 단순한 기술 습득의 공간이 아니라, 또래 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간 100% 취업률을 기록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직업 유지율’”이라며 “학생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사회적 기업, 직업훈련센터 등 다양한 길지적장애를 동반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성인이 되면 복지관이나 보호작업장(직업재활시설)에서 지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취업 준비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사회적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려면 취업 의지뿐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 소근육 활용, 감정 조절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직업훈련시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업재능개발센터 이대호 센터장은 “비장애인 직업훈련센터가 기술 중심의 ‘직무훈련’을 한다면, 우리는 그보다 앞 단계인 ‘직업적응훈련’을 함께 한다”며 “장애인의 개인적 특성에 맞는 직무를 탐색하는 것은 물론, 발달장애인은 직장 문화나 동료 관계에 적응하기 위한 근로태도와 예절·시간 관리 등 기본적인 근로 습관을 익히는 것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히 훈련받은 사람일수록 취업 유지율이 높고, 직장 내 관계 적응도 원활하다”며 “단순한 ‘취업’보다 ‘취업 유지’가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최근에는 바리스타, 사무보조 외에도 데이터 라벨링, AI드로잉 등의 4차산업·AI관련 직무와 무용, 화가 등의 문화예술 분야 등으로 훈련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다만, 사회의 인식 개선 없이는 이들의 자립이 어렵다. 이 센터장은 “발달장애인은 적응 자체가 큰 도전이지만, 기업의 생산성 중심의 시각만으로는 이들이 버티기 어렵다”며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이해가 병행돼야 진정한 자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대학은 목표가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대학이든 취업이든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너무 빠르게 사회에 진출하면 번아웃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의 속도에 맞춰 진로를 결정하고, 스스로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홍정숙 교수는 "발달장애 학생에게 대학은 목표가 아니라 삶의 선택지 중 하나여야 한다"며 "대학 진학이 곧 성공의 지표가 아니라, 사회 경험을 넓히는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교수는 “부모는 아이에게 ‘원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현실 감각을 키워줘야 한다"면서 "대학 진학 자체보다 아이가 사회 속에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과 미래를 스스로 그리며 당당하게 세상에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 시기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라이프신소영 기자 2025/10/23 13:00
  • "추석 어떻게 잘 보내지?" 발달장애 아동에게 동화로 알려줘요 [조금 느린 세계]

    "추석 어떻게 잘 보내지?" 발달장애 아동에게 동화로 알려줘요 [조금 느린 세계]

    독서는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고민들을, 이야기를 통해 미리 체험해볼 수 있게 한다. 발달장애 아동들도 성장 과정에서 그들만의 고민에 빠지곤 하나 이들이 읽을 만한 책은 많지 않다. 대부분 원래 존재하는 책을 단순히 읽기 쉽게 편집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서다.다행히 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확충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책의 소재부터 발달장애 아동들의 고민거리에서 찾는 것이 한 예다. 20대 초반의 지적장애인 자녀를 둔 도서출판 날자 조윤영 대표가, 아들의 일상적인 걱정을 담은 책 '걱정이랑 친구할래?'를 출판한 것도 그 때문이다.평소와 일상이 달라지는 추석 연휴는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남몰래 고민이 생기는 시기일 수 있다. 동화 '마음 편한 한가위'는 이들을 위해 조윤영 대표가 구글의 인공지능(AI) 챗봇 제미나이(Gemini)을 이용해 만든 동화다. 조윤영 대표는 "아이들이 동화를 통해 추석에 대한 정보와 응원을 얻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라이프도서출판 날자 조윤영 대표2025/10/03 08:33
  • 특수학교는 지역 주민 위한 공간이기도… “원활한 설립 필요” [조금 느린 세계]

    특수학교는 지역 주민 위한 공간이기도… “원활한 설립 필요” [조금 느린 세계]

    특수교사의 맞춤형 교육·돌봄 필요성이 큰 발달지연·장애 학생들은 통합학교(일반학교) 특수학급을 이용하는 대신 특수학교에 진학하곤 한다. “아이가 특수학교에 다니면서 밝아졌다”는 학부모 후기가 많은 만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지만, 쉽지 않다. 특수학교 수가 원체 적다 보니 ‘티오(빈자리)’가 없다. 어렵사리 입학해도 문제는 계속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남연 서울지부장은 “특수학교 수가 적으니 통학에 한두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다반사”라며 “직접 통학시키는 학부모는 아침에 아이를 씻겨서 학교에 데려다 주고, 학교가 끝나고 집에 데리고 오기만 해도 금세 저녁이 된다”고 말했다.특수학교를 지역 곳곳에 신설해야 해결될 문제다. 그러나 특수학교 설립 행정예고가 나온 후 실제 개교하기까지의 기간은 6년이 넘기 일쑤다. 서울시 중랑구에 들어설 특수학교 ‘동진학교’의 경우 설립 방침이 세워지고 부지 등 설립 계획이 확정되는 데까지만 7년이 소요됐다. 꼭 필요한 시설인데도 이토록 설립에 난항을 겪는 까닭이 무엇일까.◇특수학교, 장애 학생 분리 아닌 ‘교육받을 권리’발달지연·장애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어울리게 하는 ‘통합 교육’이 대세다 보니, 특수학교를 없어져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이 꽤 있다. 대세에 걸맞지 않게 ‘분리’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은 오히려 특수학교를 학생이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로 본다. 발달장애인 친형과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특별한 형제’ 저자이면서 세종시 특수학교에서 수년간 근무한 장한샘 특수교사는 “특수학교에 오면 특수교사에게 학생 맞춤형 교육과 돌봄을 받기 쉽다”며 “통합학교에서 비장애 학생에게 도움받는 입장에 있다가, 특수학교에서 학우와 서로 돕는 경험을 하면서 리더십과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적장애 자녀를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 특수학교로 진학시킨 김남연 서울지부장은 “통합학교에 다닐 때 아이가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들었던지, 특수학교로 진학한 후로부터 눈에 띄게 밝아졌다”며 “중증 장애가 아니라면 통합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부대끼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중증 장애인 경우 특수학교가 아이 정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수학교가 필요한 학생 수는 증가할 것으로 짐작된다. 교육부에서 발간한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2020년 9만 5420명, 2021년 9만 8154명, 2022년 10만 3695명, 2023년 10만 9703명, 2024년 11만 5610명으로 증가 추세다. 세종시 제3특수학교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세종교육청 도경만 장학관은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25%가량이 특수학교가 필요한 중증 학생”이라고 말했다.◇학교 부족해 과밀 학급 多… “신설 시급”지난해 기준 특수학교 수는 전국 195개소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을 위해 특수교육 대상자 중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를 전체 특수학교 수로 나누어 보면 한 학교당 약 154명이 다니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반학교 정원보다 적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는 물음은 잘못됐다. 특수교사가 제공하는 돌봄과 교육이 필요한 학생 특성상, 특수학교는 학급당 학생 정원이 한자릿수로 제한된다. 유치원은 4명, 초·중학교는 6명, 고등학교는 7명을 넘을 수 없다. 애초에 전교생이 많아지기도 어렵고, 지나치게 많아져서도 안 되는 교육 기관이다. 그러나 특수학교 수가 부족해 수많은 특수학교 학급이 적정 인원을 초과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 특수학교 학급 중 과밀학급 비율은 평균 10.1%였다. 이에 교육청은 특수학급을 신설하고, 신설이 어려운 경우 과밀학급에 특수교사를 추가 배치해 교사 한 명당 학생 인원을 줄임으로써 과밀학급 비율을 3.8%로 낮췄다. 그러나 특수교사를 추가 배치하는 것으로 과밀을 해소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장한샘 특수교사는 “특수학교 학생들 사이에 상성이 존재해서, 같이 있을 때 시너지가 날 때도 있지만 갈등이 잦아지거나 불안한 분위기가 형성될 때도 있다”며 “이 경우 연초에 학생들을 서로 다른 반에 편성해서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몹시 중요하니, 과밀학급에 특수교사를 추가 배치하기만 할 게 아니라 학교나 학급 증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이프이해림 기자2025/09/25 09:08
  • “자폐, 질병 아닌 삶의 조건… 맞춤형 지원·사회성 조절 약물 필요” [조금 느린 세계]

    “자폐, 질병 아닌 삶의 조건… 맞춤형 지원·사회성 조절 약물 필요” [조금 느린 세계]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질병’이 아닌 일생을 함께하는 ‘삶의 조건’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자폐는 약 90% 이상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자폐인의 70%가 성인이 돼서도 진단을 유지하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와 지원이 필요합니다.”한국자폐학회 유희정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지난 6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한국자폐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 주제는 ‘자폐의 현재와 미래, 세계의 석학들이 답하다’로, 자폐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최신 과학적 연구와 치료·지원 전략을 논의했다. 해외 석학과 국내 의료진, 자폐 아동 부모, 대학원생·연구자, 임상가, 교육자 등이 참석해 한국 사회가 자폐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실질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자폐는 끝이 아닌 출발점, 각자 장점 살려야”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디어 속 자폐인은 ‘특별하거나 불행한 존재’로 묘사됐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다큐멘터리 시리즈 ‘러브 온 더 스펙트럼' 등에서는 우리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그려지고 있다. 유희정 회장은 “이는 자폐를 사라지는 질병이 아닌 삶의 조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특히 전문가들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다양성과 평생에 걸친 변화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UCLA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캐서린 로드 교수는 “자폐는 원인도, 발달 경로도 매우 다양하다”며 “어떤 아동은 매우 영리하고 독립적 생활이 가능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언어·인지 발달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누구도 9~19세 구간에서 평평한 성장 곡선을 그리진 않는다는 점”이라며 “더디더라도 개입을 지속하면 언어·사회성 발달에서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로드 교수는 실제 임상 사례를 통해 5살 자폐 아동이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그는 “자폐인은 각기 다른 특성과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이를 조기에 파악해 맞춤형 개입과 프로그램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폐 성인의 삶이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로드 교수는 “많은 성인(약 35%)이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지만, 일상생활 능력을 키우고 직업을 갖는 등 사회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며 “자폐라는 진단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며, 개별적 특성과 강점을 이해하고, 발달 단계마다 목표를 설정해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기타신소영 기자 2025/09/11 10:30
  • 태권도 학원 거부당한 아이들… “함께 운동하고 싶어요”[조금 느린 세계]

    태권도 학원 거부당한 아이들… “함께 운동하고 싶어요”[조금 느린 세계]

    지난해 6월, 경기도마을정책플랫폼 ‘도미니’에 “발달장애 아동에게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가 밝힌 사연은 이러하다. 발달장애 아동도 건강한 성장을 위해 규칙적인 신체 활동과 또래와의 어울림이 필요하다. 하지만, 받아주는 생활체육 시설은 부족하고 사설 발달장애 치료센터에서는 개별 수업을 진행해 또래와 함께하는 경험을 나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래서 글쓴이가 속한 협동조합에서는 특수체육전문가로 이뤄진 협동조합과 협업해 지난 2022년부터 초등생 1~6학년 발달장애 아동을 모아 농구, 축구, 배드민턴, 줄넘기 등을 주1회 90분씩 진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매년 공모 사업에 선정되지 않으면, 장소와 비용 문제로 더이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었다. 글쓴이는 매년 예산이 줄고 있는 고양시 장애인 건강증진 사업 예산을 늘려, 이런 단체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비장애인 또래 아이들은 방과 후 태권도장이나 댄스 학원으로 향하지만, 발달장애 아동에게는 함께 운동하러 향할 곳이 없다. 문턱을 넘으려고 하면 대다수 체육 학원에서는 거부할 뿐이다. 이 아이들은 어디서 운동해야 할까.◇발달장애 아동, 생활체육 기관 문턱 높아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운동이 필요하다. 어쩌면 발달장애 아동은 운동하기 위해 더 의식하고 노력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발달장애인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김인향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발달 장애인 아동은 인지적인 특성이나 감각 예민함으로 활동량이나 운동량이 부족하기 쉽다”며 “이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비만, 당뇨병 등 만성 대사질환 발병률이 더 높게 나타나므로, 어릴 때 올바른 운동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운동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은 많지 않다.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월 ‘2024 장애인 생활체육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발달장애인 생활체육 실행자는 장애인 평균보다 낮은 34.5%에 불과했다. 비장애인이 지난해 수치가 감소해서 49.5%인 것을 고려하면 꽤 차이가 많이 난다. 여기서 생활체육 참여율은 주 2회 이상(1회 30분 이상) 집 밖에서 운동하는 것을 말한다.사회·환경적으로 생활체육 접근성이 떨어져서 생긴 현상이다. 기본적으로 또래 아동과 함께 생활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학교인데, 실질적으로 참여가 제한된다. 특수 교육을 받는 아동의 약 73%가 일반 학교에 재학중인데, 학교마다 다르지만 아무래도 발달장애 아동은 운동 기능이 부족하고, 또래와 상호작용이 어려워 체육 수업 중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축구, 농구 등 경쟁 스포츠를 할 때 더 함께 하는 운동이 제한된다.학교 밖에서는 생활체육 활동을 이어가기 더 어렵다. 발달장애가 있는 두 아이의 어머니 A씨는 “간혹 아주 운 좋게 태권도장 선생님이 수용적이고, 아이도 기능이 좋은 경우 일반 아이들과 함께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면서 “그런 경우는 극소수라, 다른 부모들은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7세 발달지연 아동 어머니 B씨는 “복지관에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생활스포츠 프로그램이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면서도 “하지만 들어가려면 수도권 대다수 지역에선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까지 대기해야 하고, 1~2년 이용 후에는 다시 대기해야 해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했다.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특수체육 수업을 하는 센터도 있다. A씨는 “이런 수업은 보통 선생님과 1대 1에서 1대 3 진행하고, 40분 수업 10분 상담 한 번에 비용이 5~6만원 정도 든다”며 “1주일에 두 번, 한 달이면 40만 원 정도라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어 “어차피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면 사회에 섞여 같이 살아야 하는데, 계속 분리해서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정책 제대로 작동 못 하는 중앞서 소개한 협동조합은 다행히 아직 운영되고 있다. 취재 결과, 올해는 공모에 선정돼 급한 불은 껐지만, 공모 사업은 주로 1년 단위로 진행 돼, 당장 내년 재원은 또 어떻게 구해야 할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자금을 구하지 못했을 때 협회원 자부담으로 운영을 유지해왔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렇게 지속성이 떨어지는데도, 생각보다 발달장애 아동 부모가 단체를 만들어 생활체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를 따로 둘 정도로 장애인 체육 활동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데, 왜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개별적인 활동을 주로 하는 것일까? 제대로 작동하는 정책이 많지 않았다. 현재 대표적으로 진행하는 정책으로는 ▲장애인 스포츠 강좌 이용권 사업 ▲생활밀착형 국민체육센터 건립 지원 ▲장애·비장애 학생 어울림 통합체육 지원 확대 등이 있다.먼저 스포츠 강좌 이용권 사업은 만 5~69세 장애인에게 월 11만원 범위 내에 스포츠 강좌 수강료를 지원해주는 것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센터가 정해져있다. 취재 중 가장 많은 발달장애 부모가 알고 있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이용자가 늘어나 확대하고 있는 주력 사업이다. 다만, 실상을 살펴보니 ‘발달장애’ 아동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B씨는 “신청을 해도 기존 이용자를 우선 선정하고, 노인 아동 순으로 지급해 받기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받아도 문제다. 막상 센터를 가면 다른 장애인과 달리 발달장애 아동은 길면 1주일 정도 받다가 더이상 수업하기 어렵다며 돌려보내는 곳이 태반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해당 상황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가맹 시설을 늘리고, 명패를 주는 등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월 11만원도, 초등학교 저학년 1인당 평균 예체능·취미 분야 학원비가 약 21만3000원인 걸 고려하면 매우 적은 가격이다. 상향될 계획은 없다.생활밀착형 국민체육센터인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예산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이다. 장애인을 우선하고, 비장애인도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체육 시설이다. 하지만, 발달장애 아동 부모 중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럴만 하다. 올해 5월 기준 전국에 총 39개소만이 개관됐다. 2027년까지 전국 150개소 건립을 목표로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발달장애 아동을 위해선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이 함께 체육 활동을 하는 ‘통합체육’ 지원을 확대하는 데 가장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일반 체육 교사들의 참여가 미흡하다. 함께 운영하는 시교육청에는 따로 통합체육을 지원하는 부서가 없다. 비장애인 체육과에서 더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통합 학급부터 적극 실현화 해야현실적인 해결책은 먼저 학교에서 생겨야 한다. 통합 체육 수업의 활성화가 ‘키’다. 고등학교 2학년 발달장애 아들을 두고 있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서석준 운영위원은 “초등학교 가기 전부터 발달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체육 수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며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서울림 운동회였다”고 했다. 서울림 운동회는 서울시장애인최육회와 서울특별시교육청 연계로 서울시에 있는 20여개 학교에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한 팀이 돼 농구, 빅발리볼, 단체 줄넘기 등의 종목을 연습하고, 학교별로 겨루는 대회다. 서석준 운영위원은 “비장애 학생과 함께 팀이 돼 마라톤을 하는 오티즘 마라톤에서 우리도 못할 거라고 생각한 아이들이 완주를 해냈다”며 “우리 아이는 4km를 25분만에 뛰었고, 감동받았다”고 했다.발달장애 중증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반복학습, 천천히 말하기, 수행전 리허설 하기 등의 기다림으로 충분히 함께 어울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우선돼야 한다. 특수체육을 주전공으로 하고 있는 서울대 체육학과 이용호 교수는 “지금은 특수체육 교사 임용고시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모든 특수 교사가 체육을 담당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특수체육 교사를 따로 둬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모든 체육 교사가 특수체육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육아이슬비 기자 2025/08/29 17:00
  • 어휘 습득·대인 관계에 좋은데… 발달장애인 읽을 ‘책’ 부족하다 [조금 느린 세계]

    어휘 습득·대인 관계에 좋은데… 발달장애인 읽을 ‘책’ 부족하다 [조금 느린 세계]

    인간은 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때 사용할 단어를 배우고, 삶의 이런저런 고난을 간접 체험한다. 이는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만, 정작 다독하는 발달장애인은 많지 않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발간한 ‘2024년 장애인 독서 활동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독서율은 32.7%에 불과하다. 성인 비장애인 독서율인 43%보다 한참 낮다. 발달장애인도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그들의 삶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책의 가짓수가 아직 적은 탓도 있다.◇읽기 쉬운 책 적고, 도서관 문턱 높아도서관 서고에 꽂힌 수많은 줄글 책은 대부분 발달장애인에게 ‘잘 읽히지 않는 책’일 뿐이다. 2024년 ‘장애인 독서 활동 실태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 주된 이유로 “책을 읽고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꼽혔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로서,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출간하는 발달장애인용 ‘읽기 쉬운 책’을 감수한 김명일 감수위원은 “한 장에 문장이 5~6개 있고, 글씨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야 읽기가 좋다”며 “단어가 어려우면 책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어린이용 동화책을 읽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0대 초반의 지적장애인 자녀를 둔 도서출판 날자 조윤영 대표는 “아이가 어릴 땐 어린이용 동화책 등을 읽힐 수 있으니 그나마 책 선택지가 많았다”며 “그러나 중학생 즈음 되자 아이의 연령대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다루고 있으면서, 발달장애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아이는 자라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당면한다. 부모, 선생님, 친구와 갈등을 빚기도 하고,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마음이 좌절되기도 한다. 친구와 다툰 후 화해하는 법, 부모와의 오해를 푸는 법 등을 다룬 청소년용 책을 읽으면 이러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야기 속 인물의 행동 동기를 생각해보고, 이런 상황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사회적 훈련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이런 책이 많이 나와 있지만, 발달장애인 청소년을 위해서는 그렇지 않다.도서관에서 정숙해야 하는 분위기도 발달장애인이 책을 가까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구로종합사회복지관의 이지혜 사회복지사는 “함께 온 보호자가 책을 소리 내 읽어줘야 하는 때도 있고,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기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다”며 “조용히 책만 읽어야 하는 환경이라면 발달장애인이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자료개발과 홍은진 주무관은 “발달장애인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으려면 소음이 용인되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감각 교구 비치된 ‘시끄러운 도서관’ 있어다행히 발달장애인의 독서 문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시끄러운 도서관’이 한 예다. 시끄러운 도서관은 구로구와 은평구에서 운영되고 있고, 이름은 조금 다르지만 시끄러운 도서관과 비슷한 곳으로 성동구에 ‘와글와글 도서관’이 있다. 이들 도서관 안에서는 소리 내 책을 읽거나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등 정숙하지 않아도 된다. 비장애인 역시 이용할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읽기 쉬운 책’이 기존 도서관 대비 많이 구비돼 있다는 점에서 발달장애인 특화 도서관이기도 하다. 이지혜 사회복지사는 “감각 교구를 도서관 곳곳에 비치하고, 촉각도서(손으로 만져가며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도서)·소리도서(음성 효과 장치가 있는 도서) 등 특수도서와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도서 비중을 늘렸다”며 “소음이 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공간이라서 발달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일반 도서관보다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이해림 기자 2025/08/13 18:00
  • AI 기반 디지털 치료제, 자폐 아동 치료에 새로운 길 열릴까 [조금 느린 세계]

    AI 기반 디지털 치료제, 자폐 아동 치료에 새로운 길 열릴까 [조금 느린 세계]

    AI 기술을 활용한 진단과 치료가 의료계 전반에 확산되는 가운데, 발달장애 아동의 사회성 발달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디지털 의료기기)’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병원이나 치료센터에서 약물치료, 대면 심리치료, 사회기술 훈련 등을 받아야 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가정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개입이 특히 중요한 발달장애인 가족들에게는 반가운 변화지만, 동시에 ‘정말 효과가 있을까',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여전하다.◇게임·로봇 기반 디지털 치료제 속속 등장발달장애 아동 치료 분야에 쓰이는 디지털 치료제는 앱이나 게임 등 디지털 기반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의 인지·언어·사회성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일부는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효과도 입증했다.국내 기업 마인드허브는 지적발달장애, 경계선지능, 치매, 뇌졸중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AI 기반 인지·언어 재활 프로그램인 ‘제니코그(Zenicog)’를 개발했다. 이는 경기도 내 AI 실증사업을 통해 2000명 이상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받았다. 마인드허브 관계자는 “앱 기반 훈련은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고,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부족한지 훈련 리포트를 제공해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병원 중심 치료에서 가정 중심 재활로의 전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자폐스펙트럼장애와 사회적 의사소통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디지털 치료기 개발도 활발하다. 디지털 치료기 전문기업 뉴다이브는 디지털 훈련 프로그램 ‘NDTx-01’을 통해 사회성 향상 효과를 입증했다. 뉴다이브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게임 형식으로 학교 상황을 제시하고, 사용자가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훈련하는 방식”이라며 “식약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았고, 일본 후쿠이의과대학과도 일본어 버전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음성 기반 대화 기능과 인지 자극 콘텐츠를 통해 감정 이해 훈련을 돕는 AI 로봇 ‘모모(MOMO)’를 개발한 와이닷츠 역시 200여 명 이상의 자폐 아동을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한 바 있다.◇병원 연구도 활발… “기존 치료 한계 보완 가능”의료 현장에서도 디지털 치료제를 적극 연구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유숙 교수,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대구가톨릭대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최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지난 6월 ‘NDTx-01’을 활용한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10~18세 자폐 및 사회적의사소통장애 청소년 38명을 대상으로 6주간 진행한 연구에서, 기존 치료에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를 병행한 그룹은 사회성, 일상생활 능력, 반복 행동 등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정유숙 교수는 “자폐 청소년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또래와의 소통에서 비롯되는 사회성 문제”라며 “기존에는 PEERS 같은 대면 집단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입증돼 있었지만, 거리·비용·기관 부족 등으로 치료 지속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어 온라인으로 진행 가능한 사회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차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도 디지털 치료제 전문 기업과 협력해 자폐 아동의 문제 행동을 완화하거나 인지 발달을 돕는 디지털 치료제 연구·개발을 수년 전부터 진행 중이다.◇정부도 개발 나서… 2027년 식약처 허가 목표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자폐 유병률이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높은 한국에서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지난 2월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유아기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의 빅데이터를 고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 식약처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해당 의료기기는 자폐 스펙트럼을 포함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틱장애 등 다양한 발달장애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활용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최대 4년간 약 93억7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자폐 치료 분야에서 과학 기반의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한편, 디지털 치료제를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디지털 의료기기 허가가 필요하며, 임상연구를 통해 검증을 거쳐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는 불면, 뇌인지재활, 호흡기 재활 등 일부 분야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정유숙 교수는 “자폐 치료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임상 근거를 확보해 처방 가능한 치료로 자리 잡으면, 시간·공간 제약 없이 반복 사용이 가능해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맞춤형 개입 기대되나, 효과 입증된 도구 선택해야”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제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용에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자폐의 핵심 증상인 사회적 상호작용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FDA 승인 표준 약물이 없다”며 “발달장애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치료제는 맞춤형 개입이 가능하고 비용 부담도 줄여주는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아직 검증된 것은 아니다. 고대구로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지수혁 전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는 뇌를 직접 바꾸는 마법 같은 장치가 아니라, 학습과 반복을 통해 치료 효과를 내는 훈련 도구로 봐야 한다”며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출시되고 있는 초기 단계인 만큼, 검증된 제품을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또 접근성이 큰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부모가 정확한 사용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앱을 무심코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 교수는 “전문가의 확인과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디지털 치료제는 환자에게 동일한 훈련이 아닌 AI 기반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달장애 아동 치료에 효율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다. 뉴다이브 관계자는 “디지털 치료기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대면 치료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폐 아동·청소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기타신소영 기자 2025/07/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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