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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간병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개인 간병 비용은 하루 평균 약 11만 원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공동 간병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동 간병은 요양병원 등에서 여러 환자를 한 명의 간병인이 돌보는 방식으로, 개인 간병보다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어 활용되고 있다.하지만 공동 간병을 유지할 인력은 점차 줄고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보수로, 고령층과 외국인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현장에서는 중국 동포 출신 간병인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공동 간병 체계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실제 공동 간병 현장에서는 어떤 문제가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2년 동안 요양병원에서 공동 간병사로 일한 경험을 책으로 펴낸 신상봉 작가를 만나 이야기 들어봤다.-간병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살면서 단 한 번도 입원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병으로 평생 해온 사업을 접게 되면서 삶이 크게 흔들렸다. 환자가 되어 병원 침대에 누워보니 그제야 ‘간병사’라는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이후 무너진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격리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24시간 근무가 가능한 간병 일을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간병 중개소에서는 ‘한국 사람은 힘들어서 오래 못 버틴다’며 공동 간병사 자리조차 쉽게 소개해주지 않았다. 현장에는 한국인은 이 일을 견디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그래도 물러설 곳이 없어 간곡히 부탁해 일을 시작했고, 이후 환자들과 함께하는 병실 생활에 들어가게 됐다.”-간병사는 주로 어떤 경로로 병원에 배치되고, 고용 형태는 어떻게 이뤄지나?“대부분의 간병사는 간병 협회를 통해 병원에 배치된다. 개인이 직접 병원과 계약하기보다는 협회가 중간에서 인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고용 형태는 3.3% 원천징수를 적용받는 프리랜서 방식이다. 겉으로는 자유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병원에서 근무 방식과 업무를 통제받으면서도 법적 보호는 받지 못하는 구조다.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책임 공백’이다. 업무 중 문제가 발생하면 협회는 병원 책임이라고 하고, 병원은 협회 소속이라며 서로 책임을 미룬다. 이처럼 구조가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고, 간병사 교체가 잦아지면서 돌봄의 연속성도 깨진다. 결국 그 부담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돌아간다.”-처음 현장에 들어갔을 때 어땠나?“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현장에 들어갔다. 중국 동포 간병인이 3일 정도 기저귀 가는 법과 기본적인 업무만 알려주고 떠났고, 이후에는 유튜브를 보며 혼자 일을 익혀야 했다. 휠체어를 태우는 법이나 환자를 옮기는 방법도 모두 영상을 찾아가며 배웠다.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었다. 막상 현장에서 일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간병사 역시 지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그 속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이 특히 안타깝게 느껴졌다. 내가 일하는 병동부터라도 조금씩 바꿔야겠다고 생각했고, 현장의 모순과 관행을 알리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공동 간병은 병원에서 보통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공동 간병은 간병사 한 명이 4~6명의 입원 환자를 동시에 돌보는 구조다. 환자마다 병과 상태가 모두 달라 균형 있게 케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간병사도 적지 않아 기본적인 돌봄만 이뤄지고, 추가적인 케어는 어려운 경우도 많다.”-공동 간병사의 구체적인 일과가 어떻게 되나?“간병사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기저귀를 교체하고 병실을 정리한 뒤 세안을 돕는다. 이어 침대 시트를 정리하는데, 장시간 누워 있는 환자에게는 시트의 작은 주름도 욕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 수발과 약 복용을 확인한 뒤 오전 9시부터 주치의 회진을 보조하고, 환자들을 재활실로 이동시키는 일이 반복된다. 점심 이후에도 재활 일정을 챙기고, 그 사이 기저귀 교체와 침상 정돈 등 기본적인 돌봄이 이어진다. 저녁 식사와 위생 관리를 마친 뒤에도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야간에는 낙상 사고 위험이 높아 작은 소리에도 즉각 반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채 ‘가수면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주 1회 목욕 서비스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24시간 긴장을 유지하는 생활이 이어진다.”-간병사 급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공동 간병 기준으로 하루 8만~10만 원 받는다. 문제는 근무 시간이 24시간이라는 점이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시급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환자 다섯 명을 보면 병원에는 약 450만 원 정도가 들어오는데, 실제 간병사가 가져가는 돈은 그보다 훨씬 적다. 협회비나 각종 비용이 빠지지만 어디에 얼마가 쓰이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구조다. 이처럼 노동 강도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 보니 오래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고, 결국 간병사 교체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현장에서 체감하는 공동 간병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무엇인가?“간병 현장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무계획적인 방치 체제’다.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있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간병 인력은 부족한데 이를 관리할 체계는 갖춰지지 않아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 가깝다. 특히 공동 간병은 인력 상당수가 중국 동포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내가 근무하던 병원에서도 공동 간병사 약 25명 중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돼 온 측면이 있다. 협회나 요양병원 역시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변화보다는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나?“가장 시급한 것은 24시간 근무 체제의 폐지다. 사람이 24시간 동안 긴장을 유지하며 일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질 높은 돌봄이 이뤄지기 어렵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간호사처럼 3교대 근무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구조가 유지될수록 부담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고, 간병사 역시 기본적인 노동 환경을 보장받기 어렵다.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다. 정부가 요양병원 전반의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고령사회 돌봄 체계 전반과 직결된 문제다.”-근무 환경 변화 외에 국가가 제도권 안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간병사를 사각지대에서 끌어내 제도권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 현재처럼 프리랜서라는 명목 아래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자로 인정되면 최소한의 근무 시간과 최저임금 등 기본적인 안전망이 작동할 수 있다. 아울러 국가 차원의 교육과 검증 체계를 마련해 간병사의 전문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간병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안정적인 돌봄이 제공될 수 있다. 현재 일부 시행 중인 통합간병 서비스를 요양병원 전반으로 확대하고, 관리 공백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간병 일을 하며 얻은 가장 값진 교훈은 무엇인가?“병실에서 수많은 환자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기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흔히 노후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오늘을 미루고, 많은 일을 내일로 넘긴다. 하지만 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시간은 누구에게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에만 머무는 삶을 경계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두고 ‘그때 해볼 걸’ 하는 후회만큼 허무한 것은 없다. 지금은 할 수 있을 때 바로 행동하고, 표현할 수 있을 때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간병 체계 역시 미루지 말고, 지금이 손봐야 할 때라 생각한다.”-최근 집필한 ‘간병인의 숨겨진 하루’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이 책은 2년 동안 요양병원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담은 기록이다. 현장에서 가장 안타깝게 느낀 점은 많은 보호자가 환자를 병원에 맡기면 모든 돌봄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간병사 한 명이 여러 환자를 동시에 돌보는 구조에서는 모든 케어가 완벽하게 이뤄지기 어렵고, 보호자의 기대와 실제 현장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보호자가 직접 투약 여부와 병실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병원은 집보다 효율적일 수 있지만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록이 보호자에게는 실질적인 가이드가 되고, 간병 현장의 현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라이프유예진 기자2026/04/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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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오상훈 기자2026/03/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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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다 요양원으로 찾아오는 입소자들의 주치의, 바로 ‘촉탁의(계약의사)’다. 중요한 역할임에도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역 촉탁의인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예현수 정책부회장(촉탁의위원회 위원장)은 “하려는 사람이 적어 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촉탁의 활동을 보다 체계화하고, 장려하기 위해 2016년 관련 법이 개정됐었다. 지금도 여전히 제도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력의료기관’보다 ‘촉탁의’ 두는 쪽으로 변화우리가 흔히 ‘요양원’이라 부르는 입소자 10인 이상의 노인의료복지시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입소자 건강 관리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당 시설 소속은 아니나 시설과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를 보는 촉탁의(계약 의사)를 두거나 ▲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해당 의료기관 소속 의사가 입소자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의료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식이다.노인복지법에 나오는 촉탁의 관련 규정은 일련의 변화를 거쳤다. 1990년대의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노인의료복지시설 운영 기준에 “전담의사를 두지 않은 시설은 촉탁의사(시간제 계약에 의한 의사를 포함한다)를 두어야 한다”는 내용만 포함했다. 이 기조가 유지되다가 2008년 7월에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전담의사를 두지 않은 시설은 촉탁의사를 두거나(시간제 계약에 의한 의사를 포함한다) 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하여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바뀌었다. 보건복지부 전신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당시 개정 이유를 “일부 노인의료복지시설의 경우 지역 특수성이나 주변 병·의원 상황으로 인해 촉탁의사를 두기 어려운 곳이 있어 입소 노인의 건강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협력의료기관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입소 노인의 건강 상태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해 건강권을 증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당초 촉탁의 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폐지 대신 ‘협력의료기관’이라는 선택지를 법에 추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실제로 2008년 대한의사협회 김주경 대변인은 “촉탁의 제도를 폐지하고 협약 의료기관 제도만 도입할 경우 간호사의 판단에 따라 시설 입소자 중 응급환자에 대한 관리만 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설 내 입소자에 대한 적절한 건강 관리가 방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촉탁의 제도가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맞이한 것은 2016년이다. 촉탁의 관련 제도가 부실해 필요성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탓이다. 당시만 해도 촉탁의의 진찰 행위에 대한 보상 체계가 없어 의사의 사회 봉사 차원에서 진찰이 이뤄졌다. 또한, 요양시설장의 개인적 인맥을 통해 촉탁의를 선정하다 보니, 소규모 시설과 산간벽지나 오지에 있는 요양원 내 입소자의 건강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했다. 2016년 9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제도는 이러한 부분을 개선했다. 촉탁의가 제공하는 건강 서비스의 비용을, 촉탁의가 직접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도록 했다. 또한, 시설장이 개인적 인맥을 통하여 지정하던 촉탁의를 지역 의사회의 추천을 통해 지정받게 했다.◇여전히 ‘협력의료기관’ 의존도 높아10년이 지난 지금도, 의료계는 협력의료기관보다는 촉탁의를 두는 것이 더 권장된다는 입장이다. 대한노인병학회 가혁 요양병원협력정책이사는 “촉탁의는 의사 개인이 요양시설과 계약을 맺는 것이므로 해당 요양시설 입소자들의 주치의로서 ‘내 환자’라는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다”라며 “그러나 협약의료기관은 기관과 요양시설이 협력 관계에 있으니 입소자 건강 관리의 책임 소재가 촉탁의를 둘 때보다는 분산되고, 한 명의 의사에게서 계속 진찰받는 연속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현수 정책부회장은 “협력의료기관 소속 의사는 요양시설 입소자 진찰에 관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촉탁의로 활동하려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촉탁의 제도가 2016년에 개선되었음에도 10년이 지난 지금조차 요양시설 상당수가 여전히 협력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전체 시설급여 운영기관 6292개소 중 2892개인 45.96%가 촉탁의 제도만 이용해 입소자의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있었다. 촉탁의 제도와 협력의료기관 제도를 병행하는 기관의 비율은 30%(1888곳)였으며, 촉탁의 없이 협약의료기관 제도에만 의존하는 곳의 비율도 17.64%(1100곳)에 달했다. 협약의료기관에만 의존하는 기관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32.41%)와 경기 (29.79%)였다.
노인질환이해림 기자2026/03/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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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는 한국의 돌봄을 떠받치는 한 축이다. 이들 없이는 먹고, 씻고, 볼일을 보는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노인들이 존재한다. 누군가의 손발이 되어주는 일은 고되지만, 임금은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이에 지난 18일 국민의힘 정책과 미래(조은희·조정훈·이종욱·조승환·조지연·한지아 국회의원) 주최로,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고된 노동에도 월급은 ‘최저 임금’ 수준요양보호사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요양원 등 노인복지시설에서 신체·가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노인복지법에 의거해 노인복지시설 운영자는 시설 내에 요양보호사를 의무적으로 두어야 한다. 그러나 노인의 휠체어 이동, 목욕, 배변 관리 등을 도와야 해 고된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적은 등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 2023년 국민건강보험연구원이 요양보호사 25만 6366명을 대상으로 임금과 근무 시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등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79시간, 월평균 임금은 203만~214만 원이었다. 돌봄 대상자의 집에서 방문요양·방문목욕·주야간보호·단기보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는 월평균 근로시간이 89~178시간, 월평균 임금이 107만~201만 원이었다. 반면,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국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57.6시간, 월평균 임금은 396만 원이었다. 요양보호사는 보통의 임금 근로자보다 많이 일하지만, 최저 임금 수준의 돈만 버는 셈이다. ◇신규 유입 없어… 요양보호사 씨 마를 것이에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덩달아 오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는 주 대상인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대비 요양보호사 비율은 2008년 2.5대 1에서 2025년 기준 2.1대 1로 소폭 줄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요양보호사 1명당 노인 2명가량을 돌보는 셈이다. 그러나 돌봄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이 느끼는 업무 부담은 이보다 크다. 충원이 절실한 상태다.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최고전문위원회 박종림 부위원장은 “과거에는 노인요양시설 요양보호사들이 24시간 상주하거나 2교대로 근무했는데, 지금은 3교대로 근무하고 법정 공휴일과 연차일에 쉬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한 명당 근무 시간이 줄었다”라며 “이에 수급자 대비 요양보호사 비율이 2.1대 1이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 강도가 2.5대 1일때와 다름없다”고 말했다.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지만 활용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돌봄 현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급선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요양보호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는 304만 4230명이지만, 실제로 돌봄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22.9%인 69만 8521명에 불과했다. 현재 활발하게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의 은퇴가 머지않아, 향후 돌봄 현장에서 요양보호사 씨가 말라버릴 위험도 있다. 2025년 8월 기준으로 실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의 50.9%가 60대, 25.6%가 50대, 18.1%가 70대 이상이다. 20~40대는 0.2~4.6%에 불과하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정찬미 회장은 “1세대 요양보호사들이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신규 유입이 없다”라며 “50대 요양보호사들이 일을 시작했다가도 금세 관둔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양보호사 평균 근속 기간이 1년 11개월에 불과하다는 2021년 연구 결과가 있다. ◇근속 장려금은 임시 방편, 임금 체계 개혁 필요처우를 개선하려면 임금부터 올려야 한다. 요양보호사 신규 인력의 진입을 유도하고, 기존 인력의 근속 장려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장기근속장려금 제도 개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요양보호사 장기근속장려금은 기존에는 동일한 장기요양기관에서 3년 이상 장기근속한 요양보호사·간호(조무)사·사회복지사 등 장기요양요원에게만 지급했다. 지급 금액은 ▲3~5년 근속자에게 월 6만 원 ▲5~7년 근속자에게 월 8만 원 ▲7년 이상 근속자에게 월 10만 원이었다. 복지부는 지급 구간을 세분화하고, 금액을 상향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1~2년 근속자에게도 월 5만 원을 지급하기 시작하고, 3·5·7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기존 금액보다 5~8만 원을 더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 김도균 과장은 “요양보호사 일을 1~2년 차에 그만두는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만큼 일을 시작한 초반에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장기근속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인구감소지역이거나 의료취약지역이라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일하는 경우, 월 5만 원의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농어촌지역 장기요양요원 지원금’ 신설도 제시했다.요양보호사 단체 측은 장기 근속 장려금은 환영하나 이것이 처우 개선의 종착지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행 임금 체계를 유지하면서 장려금을 보탤 것이 아니라, 임금 체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민주일반연맹이 2024년 아이 돌보미, 노인생활지원사, 시설·재가방문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육대체교사 등 돌봄 노동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정 임금 수준을 ‘법정 최저임금의 130%’라고 답한 사람이 42.6%로 가장 많았다. 정찬미 회장은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은 단순히 한 직종의 권리를 향상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 인력’이라는 국가 인프라를 강화하는 일이다”라며 “임금뿐 아니라 감정 노동과 폭력 노출, 사회적 저평가, 불안정 고용 등 요양보호사를 둘러싼 다양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장기요양위원회에서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라이프이해림 기자 2026/03/2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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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질환유예진 기자2026/03/0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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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이 아닌 요양원 입소자라도, 기저 질환이나 갑자기 나빠진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의사 진료가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는 요양원 입소자 대부분이 고령자가 스스로 외부 병원을 다녀오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이에 노인복지법은 요양시설 입소자들이 최소한의 의료적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바로 ‘촉탁의’ 제도인데, 아직은 미비한 곳이 있어 실제로는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요양시설, 촉탁의 배치 또는 의료기관 협약 의무노인의료복지시설은 입소자 수에 따라 우리가 흔히 ‘요양원’이라 부르는 요양시설(10인 이상) 그리고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5~9명)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요양원은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 17조2항에 의거해 입소자 건강 관리를 위해 ▲해당 시설 소속은 아니나 시설과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를 보는 촉탁의(계약 의사)를 두거나 ▲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해당 의료기관 소속 의사가 입소자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의료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도 이것이 가능하나 의무는 아니다.두 가지 안 중에서는 촉탁의 배치를 권장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2008년 대한의사협회 김주경 대변인은 “촉탁의 제도를 폐지하고 협약 의료기관 제도만 도입할 경우 간호사의 판단에 따라 시설 입소자 중 응급환자에 대한 관리만 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설 내 입소자에 대한 적절한 건강 관리가 방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촉탁의 수 부족 “한 명 의사가 수백 명 진료도”지난 2016년, 31개 지역의사회는 진료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촉탁의 1명당 입소자 최대 150명까지만 진료할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5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자료에 따르면, 노인의료복지시설은 2020년에 5725개소, 총 입소 정원 20만 3075명이었다가, 점차 증가해 2024년 6195개소, 총 입소 정원 25만 898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노인의료요양시설에서 진료하는 의사는 2449명에 불과했다. 일부 노인의료복지시설이 촉탁의를 두는 대신 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하남 소재 요양시설에 촉탁의로 있는 성남시 서울가정의원 예현수 원장(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촉탁의위원장)은 “촉탁의 한 명당 요양시설 입소자 몇 명을 담당하고 있는지에 관한 통계는 없지만, 한 명의 촉탁의가 많게는 수백 명을 담당하고 있는 사례도 봤다”며 “요양시설 입소자 수와 비교하면 촉탁의로 나서는 사람이 턱없이 적어 권장 수준 이상으로 담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예현수 원장이 진료하는 성남시를 기준으로, 촉탁의는 10명가량 있으며 44개의 노인의료복지시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2025년 7월 기준).◇행위 제한적이고, 행정 절차 복잡한 탓촉탁의 수가 이렇듯 부족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촉탁의는 의사임에도 시행할 수 있는 의료 행위의 수가 극도로 제한적이다. 촉탁의가 진료를 시행하는 곳이 의료기관이 아니며, 촉탁의가 해당 시설에 직접 고용되어 있지 않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국가 건강 검진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준의 간단한 문진 그리고 약물 처방이 허용돼있다. 예현수 원장은 “혈액 검사를 비롯한 각종 검사 그리고 경비위관(콧줄)과 도뇨관(소변줄) 삽입 같은 의료적 처치가 불가능하고, 문진과 청진 정도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요양시설 입소자들은 가정 간호사 방문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정작 이 가정간호사는 자신을 담당하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경비위관과 도뇨관 삽입이 모두 가능하다.둘째는 시간적 부담이다. 촉탁의는 대부분 자신이 원래 일하는 병·의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촉탁의가 감당해야 할 행정적 업무 처리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 예현수 원장은 “촉탁의 진료에 대한 활동비를 청구하는 과정이 보통의 진료에 비해 복잡하다”며 “전산 입력을 직접 해야 하는데 수작업이 10배는 더 필요해, 시간이 곧 자산인 개원의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촉탁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제도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예현수 원장은 “촉탁의가 시행할 수 있는 의료 행위 범위를 현실화하고, 활동비 청구 등 행정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질환이해림 기자2026/02/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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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가능성이 낮은 ‘연명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의학적 효과가 제한적인 치료를 무리하게 이어갈 경우 환자의 고통과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 연명치료를 경험한 고령 환자 수는 오히려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3년)간 65세 이상 사망자 259만명 가운데 연명의료를 경험한 환자 수는 연평균 6.4%씩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55%에서 67%로 높아졌다. 이처럼 연명의료를 경험하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환자의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은 물론 가족의 간병 부담까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병원 치료 중심’ 구조, 자기결정권 반영 어려워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의료·제도 전반의 구조적 요인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아주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이미진 교수는 “재택 돌봄과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말기 환자는 병원 치료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며 “치료 행위에 보상이 집중된 행위별 수가 체계와 연명의료 중단 이후 법적 분쟁을 우려한 방어적 진료가 맞물리면서, 의료진과 가족 모두 일단 치료를 이어가는 선택을 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률이 낮고 죽음에 대한 대화를 꺼리는 문화 탓에, 대부분 위기 상황에서 연명의료 여부를 뒤늦게 논의한다. 이때 환자는 이미 의사 표현이 어려운 상태에 놓여, 가족과 의료진이 관성적으로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는 “가족 전원 합의 등의 절차 요건이 현실에서는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며 “환자가 사전 의사를 밝혔더라도, 실제 상황에서는 가족 간 이견이나 판단 번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현행 법·제도의 한계도 영향을 미친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6조 제1항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임종이 임박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한해 허용된다. 이 요건을 충족해도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의 공동 판단을 거쳐야 한다. 다만, 임종기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회복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도 연명의료 중단 논의가 지연되기 쉽다.◇‘치료 중단 결정’ 심리적 큰 압박… 의료비·간병 부담 키워연명의료가 장기화하면 의료비 부담은 물론, 가족의 간병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회복 가능성이 낮은 말기 환자의 경우 생애 마지막 1년 동안 입원 치료와 중환자실 이용, 고가 시술이 집중되면서 의료비 지출이 많이 늘어난다. 동시에 가족이 병원에 상주하거나 교대로 간병을 맡는 경우가 많아 간병 시간과 돌봄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이미진 교수는 “장기 입원이 이어질수록 가족 구성원이 일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이게 되면서 가계 소득이 감소하고,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까지 겹쳐 재난적 의료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러한 돌봄 부담은 딸이나 며느리, 배우자 등 여성 가족 구성원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경력 단절과 건강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가족이 떠안는 심리적 부담도 적지 않다. 환자의 사전 의사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가족이 대신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가족은 생명의 마지막을 두고 윤리적으로 가장 어려운 선택을 제한된 시간 안에 내려야 하고, 여기에 장기 간병 부담까지 겹치면서 심리적 소진을 겪게 된다.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김학주 교수는 “유교적 문화 속에서 ‘끝까지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하면서 가족 간 의견 차이가 갈등으로 번지기 쉽다”며 “막판 결정이 다툼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미국·일본 등 제도화… “병원 밖 돌봄 선택지 넓혀야”이처럼 한국은 연명의료 결정과 간병, 비용 부담이 가족에게 동시에 집중되는 구조인 반면, 해외는 사전의료계획과 공적 돌봄 제도를 통해 그 부담을 사회가 흡수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성인 인구의 약 3분의 1이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해 말기 치료에 대한 선호를 미리 정리하고 공유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국가 의료체계(NHS)에서 ‘지속적 의료보장 제도’를 통해 중증·복합적인 의료적 필요가 있는 환자에게 의료·돌봄 서비스를 공적으로 지원한다.일본 역시 개호보험제도를 통해 말기 환자 돌봄을 사회보험 체계 안에서 분담하고 있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환자는 공적 보험을 통해 방문간호, 재가 돌봄,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어, 간병 책임과 비용이 가족에게 전적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이미진 교수는 “이 같은 차이가 연명의료 장기화는 물론, 외국과 우리나라의 간병 부담 격차로 이어진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연명의료가 관성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충분한 상담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연명의료 결정과 사전의료계획(ACP) 상담은 의료진의 자발적 설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시간과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미진 교수는 “ACP 상담에 대한 별도 수가를 신설하고, 의료기관 내 윤리 자문과 상담을 전담할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상담과 작성에 그치지 않고, 사전의사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확인·반영되도록 시스템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중장기적으로는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지역사회 돌봄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학주 교수는 “말기 환자가 병원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연명의료 장기화와 가족 부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재택 의료와 재가 돌봄, 호스피스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돼야 환자와 가족이 치료 중단 이후의 삶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공적 간병 지원과 소득 보전 장치 강화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할 과제로 제시된다. 장기 간병으로 인한 소득 감소와 돌봄 부담이 가족 개인의 문제로 남을 경우, 연명의료 결정 자체가 가족의 경제적·사회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현영 교수는 “연명의료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나 가족의 책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애 말기 돌봄 전반을 공적 제도가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프유예진 기자2026/0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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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비 급여화와 통합돌봄지원법 등 우리 사회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에 집중돼 있어,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청년, 이른바 ‘영케어러(young carer)’는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노노(老老) 간병 그늘에 가려진 ‘영케어러’노노 간병은 노년기에 접어든 배우자나 노년의 자녀가 노인 환자를 돌보는 상황을 뜻한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며 60대 이상 간병인이 고령 환자를 돌보는 사례는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돌봄의 현장은 노년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픈 부모나 형제·자매를 돌보는 청소년과 청년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영케어러’로 불리며, 전국적으로 10만 명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간병과 돌봄은 누구에게나 고된 일이지만, 영케어러에게는 그 무게가 더욱 가혹하다. 이들은 가족의 질환을 떠안은 채 생계 보조, 간병, 가사노동까지 전방위적인 책임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학업이나 또래 관계 형성 등 성장기의 경험은 쉽게 희생된다.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는 “학교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사회적 안전망 밖에서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청년기로 진입하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말했다.영케어러이자 돌봄 커뮤니티 ‘N인분’의 조기현 대표는 영케어러 돌봄의 가장 큰 특징으로 돌봄 기간의 비정상적인 장기화를 꼽는다. 그는 “정신질환이 만성화되면 30년, 40년 이상 돌봄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영케어러라고 부르지만, 10대부터 부모의 정신질환을 돌보다 어느새 40대가 된 사례들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중증·정신질환자 돌보는 청년들은 소외간병인을 고용한 가구의 월 평균 간병비가 370만 원에 달하는 등 돌봄 부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제도적 개선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오는 3월 시행되는 통합돌봄지원법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분절적으로 운영돼 온 서비스가 연계된다는 점에서 돌봄 서비스의 지형을 바꿀 제도로 평가받는다.하지만 통합돌봄의 초점이 65세 이상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에 맞춰져 있어, 영케어러 가구는 지원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예컨대 65세 이하면서 암을 앓는 부모나 정신질환을 앓는 형제를 돌보고 있는 영케어러들은 통합돌봄이 시행돼도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돌보는 가족의 건강 상태는 중증질환(25.7%), 장애인(24.2%), 정신질환(21.4%), 장기요양 인정 등급(19.4%), 치매(11.7%) 순으로 나타났다. 영케어러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중증질환자와 정신질환자를 돌보고 있다.조기현 대표는 “중증 질환자 부모를 둔 어린 자녀들이나 정신질환자 형제를 돌보는 보호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통원 항암 치료를 받는 어머니를 돌보는 하나뿐인 자녀 등 그들의 입장에서는 직장에 온전히 다니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고 말했다.◇사각지대를 메워야 진짜 ‘통합돌봄’모든 돌봄 위기 가구를 포괄할 수 있는 공적 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 지자체 행정복지센터 등이 영케어러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분절적으로 나뉘어있는 서비스들과 신청주의로 인해 지원받는 걸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영케어러의 빈곤과 고용 불안이 고착되면서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연령을 기준으로 분절돼 있는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각종 돌봄 서비스와 지원 사업의 기준과 원칙을 재검토하고, 돌봄이 필요한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의 삶 전반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양난주 교수는 “영케어러의 아픈 가족에게 우선 지원을 보장하는 특례 제도를 도입한다면 돌봄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다”며 “영케어러 지원은 돌봄을 받는 가족에 대한 서비스이면서 돌봄을 수행하는 청년들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조기현 대표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보건복지부가 통합돌봄 대상 자체를 확대하는 것이지만, 어렵다면 지자체장이 돌봄 필요 대상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이 시급하다”며 “통합돌봄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에 한정되지 않고, 정신질환·중증질환을 포함한 모든 돌봄 위기 가구를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프오상훈 기자2026/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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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에 돌입한 췌장암 시한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한 적 있는 권이안(32)씨. 그는 휴직 후 직장 대신 ‘병원 출퇴근’을 시작했다. 돌봄휴직을 사용하기 전에 권이안씨는 주4일, 하루 12시간씩 직장 교대근무를 하고, 퇴근 후에 병원을 방문해 어머니를 돌본 다음 집안일까지 했다. 휴직 후부터는 어머니의 항암 치료 일정에 맞춰 입·퇴원에 동행하고 기본적인 생활과 회복을 도왔다. 권이안씨는 “휴직으로 쉴 시간이 생겼다기보다는, 주 역할이 바뀐 것에 가까웠다”며 “정신적 긴장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곁에 머무니 어머니가 안정돼서 돌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이처럼 자신의 일과 돌봄, 어느 하나도 허투루 포기할 수 없는 직장인들에게 가족돌봄휴직은 유일한 희망으로 보인다. 간병·돌봄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의 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제출하고 회사 승인을 받으면, ‘내가 돌아갈 일자리’를 유지하면서도 돌봄에 전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 희망의 지속 시간은 짧고, 나름의 대가도 따른다.◇짧은 휴직 끝나면, 다시 일과 돌봄 병행교육공무원은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라 한 번에 최장 1년, 사기업에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간 최장 90일의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간 안에 돌봄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소아 백혈병을 진단받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가족돌봄휴직을 쓴 교육공무원 한모씨는 “백혈병은 대략 3년의 치료가 필요하며, 내가 1년은 가족돌봄휴직으로, 나머지 1년은 육아 휴직으로 총 2년을 쉬었음에도 아직 치료가 남았다”고 말했다. 남은 치료는 한씨의 배우자가 휴직을 이어가면서 도울 예정이다. 권이안씨는 “휴직 기간이 끝나 복직하니, 근무조가 변경되며 업무가 바뀌어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이 많았다”며 “일에 다시 적응하면서 돌봄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이 벅찼다”고 말했다.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려 가족돌봄휴직을 쓴 대기업 사무직 안소정(33)씨는 가족돌봄휴직을 ‘제2의 육아휴직’에 빗댔다. 그러나 법이 보장하는 육아휴직은 자녀 한 명당 1년 6개월인 반면, 가족돌봄휴직은 1년에 90일에 불과하다. 가족돌봄휴직 제도가 잘 갖춰진 독일에 비해서도 짧은 편이다. 2024년 한국노동연구원 ‘일·생활 균형을 위한 가족 돌봄 지원제도 국제 비교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가족 돌봄을 위한 휴직 제도로 최대 3개월의 ‘임종 전 돌봄휴직’과 최대 6개월의 ‘가족돌봄휴직’이 있다.◇“생계 포기하고 돌봄 택한다” 휴직 내내 무급휴직 기간 내내 무급인 것도 부담이다. 고용주가 가족돌봄휴직 중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 한씨와 권씨 그리고 안씨 모두 가족돌봄휴직 기간에 무급이었다. 권이안씨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사소한 지출까지 최대한 줄이며 버텨야 했다”며 “생계를 포기하고 돌봄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 제도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안소정씨는 “휴직 기간에는 무급이기 때문에, 휴직 약 3개월부터 비상금을 조금씩 마련했다”며 “나의 경우 부모님의 노후 준비가 되어있어 병원비 부담이 없었지만, 만일 내가 부모님 병원비와 간병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경제적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육아휴직 시에는 정부가 고용보험 기금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제공한다. ▲1~3개월째에 상한 250만 원, 통상임금 100% ▲4~6개월째에 상한 200만원, 통상임금 100% ▲7개월 이후로부터는 상한 160만원, 통상임금 80%이다. 일본은 돌봄휴직 기간에 고용주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은 한국과 같으나 고용보험으로 돌봄휴업급부금(임금의 67%)을 제공한다. 스웨덴은 최대 100일간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경우 사회보험을 통해 평균적으로 급여의 80%를 보전한다. 독일도 무급이 원칙이나 휴직 기간에 무이자 대출을 지원해준다.◇‘돌봄 보장 체계 강화’ 방향으로 가야돌봄휴직 사용자들은 휴직 가능 기간이 길어지고, 그 기간에 임금 일부가 보전된다면 돌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권이안씨는 “돌봄휴직은 ‘배려’가 아니라, 누구나 삶에서 한 번쯤은 필요해질 수 있는 사회적 안전 장치라고 생각한다”며 “이 기간에 최소한의 소득이 보전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소정씨는 “일할 때의 소득보다 간병비가 더 비싸서 어쩔 수 없이 휴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육아 휴직 때만큼은 아니어도, 일정 부분 기본급이 지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돌봄휴직을 보다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한모씨는 “항암 치료 중인 자녀를 돌보겠다는 분명한 휴직 사유가 있는데도, 두 번째로 신청할 때에는 ‘계속해서 치료를 해야하는 이유’와 ‘치료 일정’ 등 구체적 근거를 의사의 소견서와 함께 제출하라고 요구받았다”며 “육아휴직처럼 돌봄휴직도 신청서를 써서 요청하면 승인되는 방식이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이안씨는 “회사에서 휴직 사용을 직접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휴직이 필요한 일이느냐’고 묻는 듯한 주변 시선에 눈치가 보였다”며 “개인 사정을 변명하듯 설명해야 했던 상황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말했다.다만, 간병 휴직 사용 시 임금의 일부분을 보장하면, ‘가족 일원이’ 자신의 일을 쉬면서 가족의 간병을 온전히 담당하게 하는 현재의 구조가 굳어질 위험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사회가’ 돌봄을 부담하는 돌봄 보장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는 “휴직에 대해 보상을 하더라도 본래 임금보다는 금액이 적을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해당 가구의 경제적 안정을 해칠 뿐 아니라 휴직자의 노후 소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 요양 등의 사회 서비스와 병원에서 입원 환자의 간병까지 책임지는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를 전면 확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건강이해림 기자2025/12/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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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유예진 기자2025/12/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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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오상훈 기자 2025/11/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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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아픈 사람이 한 명만 생겨도 간병비로 파산한다는 말이 나오는 시대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을 예견한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간병비를 건강 보험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대략적인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간병은 국가 책무’라는 메시지가 무색하게 사각지대가 많다는 것이 업계인들의 견해다.◇정부안, 일부 병원 일부 환자에게만 간병비 지원전국 요양병원 1391곳(2023년 기준) 중에서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500개 병원을 ‘의료 중심 요양병원’(가칭)으로 지정해, 이곳에 입원한 환자 중 요양병원 환자 분류 기준상 초고도·고도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비 약 70%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을 의료 중심 요양병원에 입원한 모든 환자로 두지 않은 것은, 의학적 처치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사회·경제적 이유로 단순 돌봄을 받기 위해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사례까지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것은 재정 낭비라는 판단이 있어서다. 의료 중심 요양병원 선정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9월 있었던 ‘의료 중심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비 급여화 추진 방향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이 공유한 임시안에 따르면, ▲초고도·고도환자와 일부 중도 환자(치매, 파킨슨병 등)가 입원 환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차지 ▲병동·병실·병상 수 등에서 소정의 기준을 만족 ▲의료기관 평가 인증과 급여 적정성 평가 등급 보유 등이 선정 조건에 포함될 전망이다. 간병 인력과 관련된 조건도 선정에 고려될 예정이다.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현재로서는 ▲병원이 간병 인력을 직접 고용하거나 파견직 형태로 간접 고용 ▲환자 4명당 간병인 1명 배치 (6인실을 없애고 4인실 위주로 병실 재편) ▲간병 인력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비롯한 돌봄 관련 자격증 소지 ▲병원마다 간병인 교육 관리 전담 간호사 1명 배치 등의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원이 간병인 직간접 고용해야 “관리 편해져”환자가 일대일 계약으로 고용한 사설 간병인이라면, 요양병원에서 일하더라도 사실상 병원과 무관한 사람이기 때문에 병원이 자질을 관리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안대로라면 요양병원이 간병인을 대상으로 간병 자질 교육과 관리를 시행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범 사업은 요양병원이 간병인을 대상으로 교육과 관리를 직접 시행해야 건강 보험에서 간병비를 지원하겠다는 기준을 적용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제일효요양병원 대표원장인 이운용 대한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병원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고용해야 하니 환자가 사설 간병인을 고용할 때보다 간병 서비스 질이 향상됐다”며 “병원이 간병인 교육을 하도록 의무화돼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의료 중심 요양병원 추진안도 간병인 교육 관리 전담 간호사를 병원마다 1명 배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간병 서비스 품질 관리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시범사업과 비슷하게 간병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간병 필요한데, 급여는 못 받는 환자 발생다만, 장점보다는 보완해야 할 점이 더 많다는 것이 업계인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첫째로, 정부안은 ‘의료적 처치 필요성이 높은 환자’에게만 집중돼, 의료적 처치 필요성은 비교적 낮으나 역시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은 급여화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치매 환자다. 현재 요양병원 입원 환자 분류 체계는 환자들이 의료적 처치를 필요로 하는 정도에 따라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 선택 입원군의 다섯 범위로 분류한다. 이중 의료최고도·고도 환자와 중도 중 일부 환자의 간병비만 급여화하겠다는 게 정부 안이다. 의료최고도는 혼수 상태에 있거나 인공 호흡기가 항상 필요한 정도의 환자, 고도는 심한 사지마비·욕창·화상 환자 등이 해당한다. 간병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중이 통상 떠올리는 환자가 바로 치매 환자인데, 망상·환각 등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중증 치매 환자여도 의료 중도로 분류된다. 경증 치매거나 몸이 불편해 재활 치료를 받는 정도의 환자 역시 간병이 필요하지만 의료경도에 속한다. 간병·돌봄 서비스 플랫폼 케어닥 박재병 대표는 “간병인들이 가장 돌보기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치매 노인인데, 이들 대부분이 간병비 급여 대상에서 빠지면 ‘국가가 간병을 돕겠다’는 정책 의미가 퇴색된다”고 말했다.둘째로, 의료 중심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환자들은 애초에 급여 적용 고려 대상이 아니게 된다. 이운용 부회장은 ‘의료중심 요양병원으로 선정되지 않은 요양병원에도 초고도·고도 환자들이 분명 있을 텐데, 이들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그렇다고 초고도·고도 환자들이 의료 중심 요양병원으로 옮겨가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과 사설 간병 업체가 생각하는 대안, 제각각그렇다면 업계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개선안은 무엇일까. 요양병원 측에서는 의료 중심 요양병원을 따로 지정할 것이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병비 지원이 필요할 만한 환자들이 어느 요양병원에든 있을 것이므로 현행 정부안처럼 일부 요양병원으로만 지원 범위를 한정하면 불가피하게 지원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초고도·고도 환자와 중도 환자 일부로만 한정된 지원 범위를 중도 환자 전체를 포괄하는 방향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운용 부회장은 “중증 치매 환자 이외에도 뇌졸중이나 뇌병변 등으로 편마비가 온 환자들도 중도에 속한다”라며 “이들 역시 간병이 필요하므로 정부안을 수정해 중도 환자까지는 급여 적용을 해 줘야 한다는 것이 요양병원들의 견해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정부가 제시한 급여 30%로 설정된 본인 부담금의 수준을 더 낮춰야 환자와 그 가족들의 간병비 부담이 더 효과적으로 절감된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운용 회장은 “간병 급여도 일반적인 의료 급여와 마찬가지로 본인부담금을 20%로 낮추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사설 간병 업계 쪽에서는 병원이 간병인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형태의 급여화가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재병 대표는 “간병인의 근로자성이 인정될수록 4대 보험료, 교대 근무 등 간병인에게 응당 제공해야 할 근로 조건이 많아지고, 이것이 간병 인건비를 상승시킨다”며 “간병 인건비 자체가 상승한 상태라면 정부가 간병비의 일정 비율을 건강 보험으로 부담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간병비 완화 효과가 기대만큼은 크지 않을 수 있고, 건강 보험 부담도 불필요하게 커진다”고 말했다. 차라리 간병비에 본인 부담 상한제를 두고, 정부가 설정한 일정 금액(상한선) 이상으로 간병비를 지출한 환자에게 그 초과분만큼의 금액을 건강 보험으로 환급해주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급여화 방안이든 본인 부담 상한제든 건강 보험 공단에서 재정을 지출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정부안은 ‘건강보험공단→병원→병원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간병인’의 흐름으로 돈이 흐르게 해 환자가 부담하는 돈을 줄이는 반면, 사후 환급 방식은 환자가 자율적으로 사설 간병 업체를 이용하고, 이때의 본인 부담금이 정부가 설정한 상한선을 넘겼을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추후 환자 개인에게 초과분을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박재병 대표는 “간병인의 직간접적 고용이 불필요하니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는 동시에 환자의 간병비 부담도 낮출 수 있다”며 “다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간병’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하는 ‘의료 서비스’에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간병은 환자 가족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인식 탓에 아직은 의료 서비스 안에 간병이 포함돼있지 않고, 따라서 병·의원의 직간접적 고용을 통하지 않고서는 의료 급여 청구가 불가능하다. ◇간병에 대한 기존 인식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한편, ‘간병’이라는 것이 정부가 전제한 것보다 더 넓은 개념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허준수 교수는 “간병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초고도·고도 환자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건강한 사람이든 만성 질환자든 아파서 입원한 누구든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누구만 골라서 지원할 것이냐로 건강 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꼭 요양병원이 아니더라도 2차 병원 이상인 의료기관에 일정 기간 이상 입원해 돌봄이 필요한 전 국민을 간병비 급여 지원 대상으로 두되, 급성기 질환에 대한 치료가 끝났거나 산소 호흡기가 필요한 등 초고도·고도 환자가 아니라서 의료적 처치 의존성이 낮은 사람들은 요양원 등으로 전원함으로써 건강 보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했다. 요양병원은 건강 보험, 요양은 노인 장기 요양 보험 소관이다. 허준수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요양원이 노인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노인 장기 요양 보험’에서 노인이라는 말을 떼야 하며, ‘만 65세 이상 노인이거나 65세 미만이어도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을 스스로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라는 현재의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며 “젊은 사람이어도 상황에 따라서는 돌봄과 장기 요양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건강이해림 기2025/11/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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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간병비 부담은 새로운 사회적 위기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적 간병비 지출 규모는 2018년 8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미래의 간병비에 대비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민간 간병보험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간병 현장에서는 이 보험이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간병 기간·비용 반영 안 돼 실질 보장력 떨어져현재 국내 간병보험의 대부분은 ‘진단금형 정액 지급 구조’다. 피보험자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거나 치매 진단을 받으면 보험사가 정해진 금액을 한 번에, 혹은 매월 일정 금액으로 지급한다. 다시 말해, 실제로 얼마나 오랫동안 간병을 받았는지, 하루에 얼마의 비용이 들었는지는 상관없이 ‘진단’ 사실만으로 같은 금액이 지급된다. 이 구조는 지급 절차가 단순하고 분쟁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간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질적인 보전 효과는 떨어진다. 보험연구원 소속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장 금액이 진단 시점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간병 기간이 길어지거나 물가가 상승해도 지급액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실질 보장력이 떨어지고, 장기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또한 간병보험이 실제 간병비 부담을 충분히 덜어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적 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 부족이다.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은 고령자나 중증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하기 어려울 때 국가가 요양시설이나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핵심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이지만, 민간 간병보험은 같은 등급 체계를 사용하면서도 세부 평가 항목과 요건이 달라 소비자 혼란이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등급을 받았는데도 보험사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김학주 교수는 “건보공단의 등급조사표는 서비스 필요 정도를 세밀히 구분하지만, 보험사는 지급 여부를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척도와 기준선이 다르다”고 말했다.간병보험 시장의 불안정성도 문제로 꼽힌다. 고령화로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일부 보험사 간 경쟁이 과열됐고, 그 결과 손해율이 급증했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장 범위를 넓히고 가입 기준을 완화하면서 위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손실이 커지자 보험사들은 보장 한도를 낮추거나 면책 조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에게 “보험을 들어도 정작 받을 때는 어렵다”는 불신을 키우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중저소득층은 높은 보험료와 짧은 갱신 주기로 인해 가입과 유지 모두에 부담을 느낀다. 김학주 교수는 “연령이 높을수록 위험률이 급격히 상승해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갱신 주기도 짧아지기 때문에 중도 해지나 가입 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간병이 꼭 필요한 계층일수록 민간보험의 보호 밖에 놓이는 ‘역선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간병은 장기·누적형 서비스… 실손 구조로는 감당 어려워”보험업계는 이러한 한계가 단순한 상품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간병 서비스 특유의 ‘장기·누적형 비용 구조’에서 비롯된 현실적 제약이라고 설명한다. 단기 질환 치료를 전제로 한 실손보험과 달리, 간병은 수년간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보험금 지출이 제한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간병인 인건비 상승률이 일반 의료비보다 높고, 돌봄 기간이 길수록 보험사의 부담이 누적되기 때문이다.보험업계 관계자 A씨는 “간병은 단기간에 치료가 끝나는 질병과 달리, 수년간 돌봄이 지속돼 보험금이 계속 누적된다”며 “실손형 구조로 설계할 경우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손형 구조란 실제 발생한 비용만큼 보험금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병원비나 간병비 영수증 등 실제 지출 내역을 근거로 보상하는 제도다. 이어 그는 “공적 장기요양보험의 급여 범위와 민영 간병보험의 보장 항목이 겹칠 경우 이용이 과도하게 늘어나 공적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 2023년 장기요양보험 이용자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을 실손으로 보상하는 ‘요양실손보험’이 출시됐지만, 재정 부담 우려로 현재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보험업계는 간병보험이 공적 제도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민영 간병보험은 장기요양보험이 미처 담지 못한 영역, 예를 들어 가족 간병 부담이나 비급여 돌봄 비용 등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단기적인 판매 경쟁보다 공적 돌봄 체계와의 조화 속에서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지속형 구조 전환하고 공·사보험 연계, 지역 돌봄 강화 필요전문가들은 업계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단순한 보완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보험 구조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상품은 진단 시점에 정해진 금액만 지급하는 정액형 구조라, 간병 기간이 길수록 보장 공백이 커진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험금이 간병 기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되는 지속형·연동형 구조로 바뀌어야 손해율과 해지율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며 “보험료가 불안정하게 오르내리지 않도록 갱신 체계를 개선하고, 장기 유지가 가능한 상품으로 설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또 공적 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 강화도 중요하다. 일본은 공적 등급 체계인 ‘요개호(要介護)’ 수준에 따라 민간보험의 월 지급액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예를 들어 요개호 1등급은 경증, 5등급은 중증으로 분류되며, 등급이 높을수록 민간보험에서 지급되는 금액도 비례해 올라간다. 독일 역시 ‘Pflegegrad(간병등급)’을 기준으로 공·사보험이 연동된다. 공적 장기요양보험이 기본 급여를 제공하면, 민간보험은 부족분을 보완하는 ‘보충형(ergänzende Versicherung)’ 구조다. 두 체계가 하나의 등급 평가를 공유하기 때문에 행정 절차가 단순하고 중복 심사가 거의 없다. 김학주 교수는 “공단의 장기요양등급 데이터를 보험사가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급 기준을 표준화하면 중복 심사와 혼선을 줄일 수 있다”며 “일본처럼 공적 등급 체계를 기준으로 민간보험의 월 지급액이 자동 조정되는 구조를 도입하면 실질 보장력을 높이고 간병비 누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돌봄의 무게를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옮기는 접근도 필요하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순둘 교수는 “현재 간병 구조는 요양병원 중심으로 짜여 있어 불필요한 입원이 늘고 있다”며 “의료·복지·간병이 연계된 지역 돌봄체계를 마련해 상태가 안정된 환자는 지역사회에서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병보험이 재가 서비스(집이나 지역사회에서 받는 돌봄 지원 서비스)를 포함하도록 설계돼야 하며, 직장에 다니는 가족이 돌보기 어려운 시간대 등 현실적 여건을 반영한 촘촘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아울러 고령층과 중저소득층이 보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김학주 교수는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제 혜택이나 장기 유지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일정 연령 이상은 갱신 주기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보험 모두 인공지능(AI)이나 IoT(사물인터넷) 기반 건강 모니터링 등 디지털 돌봄 기술을 활용해, 돌봄이 필요해지기 전 단계에서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라이프유예진 기자2025/10/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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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참여 병원의 병상 세 곳 중 단 한 곳만 통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참여대상 병상 24만6456개 중 실제 통합서비스를 운영 중인 병상은 8만3079개로, 전체의 33.7%에 불과했다. 병상 참여율을 종별로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은 4만2071개 병상 가운데 9463개(22.5%)만 통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종합병원은 9만5628개 병상 중 4만1886개(43.8%)가 운영 중이며, 병원급 의료기관은 10만8757개 병상 중 3만1730개(29.2%)만 참여하고 있다. 이를 공공과 민간으로 구분해보면 공공병원은 3만2239개 병상 중 1만672개(33.1%), 민간병원은 21만8808개 중 7만2407개(33.8%)로 양측 모두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기관은 통합서비스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참여대상 공공병원 94곳 중 실제 운영 중인 기관은 88곳으로, 국립교통재활병원, 근로복지공단 정선병원, 정선의료재단군립병원, 전라남도강진의료원, 호남권역재활병원,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의료원 등 6개 기관은 통합서비스를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올해에는 인천광역시의료원 백령병원이 추가돼, 미참여 공공병원은 총 7곳으로 늘어났다. 복지부는 이들 기관의 미참여 사유로 입원환자 수가 적고, 통합병동 입원료가 상대적으로 높으며, 환자군 특성(산재·진폐·자동차보험·장기입원 등)에 따라 수요가 낮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는 제도의 목표인 ‘공공의료를 통한 간병의 공적 책임 강화’가 현장에서 우선적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통합서비스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참여 대상 병상의 절반 이상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의료기관이 일부 병동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모든 병상을 전환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호 인력 확보나 시설 개보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참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인건비 부담으로 간호 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통합병동 확대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이렇게 참여 병상 비율이 낮은 현 상황은 결과적으로 ‘중증환자에게 통합서비스를 우선 제공해야 한다'는 법령의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공적 간병이 꼭 필요한 중증환자의 입원을 거부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지난 15일, 보건복지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통합서비스 개선을 위해 중증환자와 개별 간병이 필요한 환자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며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복지부가 제출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 구성·운영현황‘을 보면, 자문단 13명 전원이 간호사, 의료·보건 연구자 등 공급자 중심 인사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정작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제도의 영향을 직접 받는 환자, 보호자, 장애인, 시민단체 등 이용자 대표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김선민 의원은 “복지부가 병동 단위 운영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한 채 단순히 병상 수를 늘리는 데에만 몰두해 왔다”며 “그 결과 통합서비스가 중증환자 배제와 인력 불균형, 접근성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이어 “공급자 중심의 논의로는 현장의 변화를 만들 수 없으며, 제도의 불이익을 직접 경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국가가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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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이나 욕창을 막기 위해 수시로 병실을 돌지만, 5초 사이에도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래도 최대한 막으려 애쓰고 있다.”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오순희 수간호사의 목소리에는 피로감보다 책임감이 묻어났다. 이곳 간호 인력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를 앓는 환자들이 대부분인 병동에서 24시간 ‘전인 간호’를 수행하고 있다. 공공병원이라 요양보호사가 따로 없어, 기저귀를 갈거나 식사를 돕는 일까지 모두 간호사들의 몫이다.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아도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간호 인력 부족해 경증 환자만 받는 반쪽자리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병 부담을 덜기 위해 입원 환자에게 보호자나 간병인 상주 없이 전문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간병인 고용 비용이 하루 15만원에 이르는 등 국민들의 간병 부담이 높아지자 그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의료법상 거동이 불편하거나 질환의 중증도가 높은 입원 환자 등에게 우선 제공돼야 한다.그러나 중증 환자 대신 경증 환자 중심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많다. 열악한 인력 구조 탓에 중증 환자에게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돌봄시민행동이 지난 7월,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지방의료원을 합쳐 총 8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중증환자가 통합병동 이용이 가능하지 문의한 결과, 조사에 응한 50개 기관 중 4곳(8%)만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하대하는 환자·떠나는 동료 볼 때가 고충의정부병원의 통합서비스 병동은 경증·중증 구분 없이 환자를 받고 있다. 공공병원이기도 하고 환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라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종일 누워서 지내는 와상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내과계인 3병동에는 흡인성 폐렴 환자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치매를 앓고 있다. 외과계 4병동에는 수술이나 드레싱이 필요한 정형외과, 비뇨의학과 환자들이 주로 입원한다. 송미현 3병동 수간호사는 “요양원에 있다가 흡인성 폐렴으로 오는 환자가 많다”며 “환경이 바뀌면 불안도가 높아져서 며칠 동안 섬망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각 병동은 36병상으로 간호사 한 명당 환자 10명, 간호조무사 한 명당 25명의 기준을 따라 운영된다. 한 병동에 한 명뿐인 보조 인력은 환자 이송이나 물품 운반을 전담하고 있어 환자의 식사 보조부터 기저귀 교체, 상처 드레싱 모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몫이다. 팔도 못 움직여 100% 음식을 떠먹여줘야 하는 환자도 병동 당 3~4명씩 있다. 하대하거나 폭력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환자들을 만날 때가 가장 힘들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오순희 수간호사는 “개인 간병인을 쓰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왜 바로 안 오냐’고 화내는 환자들도 있다”라며 “갔을 때 리모콘을 가져다 달라거나 바닥에 떨어진 걸 주워 달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인지라 화가 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취자도 종종 있고 심지어는 퇴원했는데도 병동에 올라와 행패를 부리는 환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동료의 사직이다. 지난 월요일에 사직한 간호사도 섬망 환자랑 주취자 관리가 힘들어 사직했다고 한다. 이번 달을 끝으로 그만두는 간호사도 있고 신입 간호사가 적응을 못하고 일주일 만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송 간호사는 “공공병원 재정이 어렵다 보니 인력 충원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간병 업무는 노하우가 많이 필요해 한 명이 빠지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제도 자체를 모르는 환자들 많아불평하는 환자만 있는 건 아니다. 사실 고마워하는 환자들이 훨씬 많다. 오 간호사는 “기저귀 한 번 갈아드리면 ‘고맙다’고 하는 환자도 있고, 미안해서 콜벨을 못 누르겠다는 분도 있다”며 “그 한마디면 또 힘이 난다”고 말했다.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의 간병비 부담 효과가 확실하다. 올해 기준 종합병원 6인실의 본인 부담 입원료 1만5520원, 개인 간병인 고용 시 필요한 사적 간병비가 보통 1일 평균 14만 원으로 총 15만5520원이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을 해주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사적 간병비 없이 입원료 2만6880원만 부담하면 돼 약 80%가량 저렴하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아 외부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며 환자 회복 속도도 빠르다.그러나 환자들의 인식도는 낮은 편이다. 송 간호사는 “병원에서 홍보 캠페인을 하지만, 아직도 ‘그게 뭐예요?’ 하는 환자가 40%는 되는 것 같다”라며 “환자들에게는 정말 좋은 제도인데, 몰라서 이용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인력난 속에서도 간호 인력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돌봄의 사각지대를 채워야 해서다. 오 간호사는 “공공병원은 비급여 항목을 거의 못 쓰니까 같은 수술이라도 개인병원은 500만~700만 원이 나오지만, 우리는 150만 원 정도”라며 “저소득층, 독거노인, 보호자 없는 분들은 공공병원이 아니면 오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오상훈 기자 2025/10/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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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누군가는 부모를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두고, 또 누군가는 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간병비 앞에서 치료를 포기한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간병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다. 헬스조선은 ‘간병’ 기획 시리즈를 통해 독자와 함께 이 문제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집안에 아프거나 스스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기면, 가정이 무너진다. 환자를 온종일 돌보느라 개인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직업도 포기해야 하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비싼 돈을 부담하고서라도 ‘간병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간병인이 환자 돌봄에 소홀했고, 환자를 정서적·신체적으로 학대했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돼 환자 가족들은 돈을 내고서도 안심할 수가 없다.간병인의 자질 논란이 유독 자주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의료인, 사회복지 전문가, 사설 간병 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봤다.◇자격 조건 없고, 고용 주체 모호한 것이 근본 문제간병인의 간병 능력과 윤리에 관한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데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첫째로, 현재 간병인으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요구하는 자격 또는 조건이 없다. 넓은 의미에서 간병인은 환자를 간병하는 모든 사람을 말하지만, 좁은 의미에서는 ▲사설 파견도급업체에 고용된 후 요양병원 등에 파견돼 일하거나 ▲알선 업체를 통해 환자와 일대일 계약을 맺고 개인 사업자로서 일하는 사설 간병인을 가리킨다. 돌봄 서비스 플랫폼 케어닥 박재병 대표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많긴 하지만 현재 간병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관련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그렇다고 업체나 이들이 일하는 기관에서 교육을 시키기도 어렵다”고 말했다.여기에서 두 번째 원인이 나온다. 간병인의 자질을 관리할만한 주체가 없다. 사설 간병인을 환자에게 보내는 업체가 대부분 단순 알선 업체기 때문이다. 개인 사업자로 일하는 간병인을 환자에게 소개만 하고 중개 수수료를 챙기면 ‘알선업’인데, 이때 업체가 자신이 중개하는 간병인에게 간병 지식을 교육하는 등 관리 감독을 행하면 ‘파견도급업’으로 간주된다. 박재병 대표는 “파견도급으로 인정받는 순간 간병인의 노동자성이 인정돼 간병비 이외에도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 의무가 생기고,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간병비가 상승한다”며 “알선 업체에서 소개받아 쓰더라도 비용이 비싸다는 말이 많은데, 간병인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파견도급업으로 넘어가면 그 비용을 감당할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문제로 알선에 그친다면, 환자에게 소개하는 간병인에게 노인 학대 범죄 이력이 없는지 업체가 조회하는 등의 조치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환자가 알선 업체를 통해 고용한 간병인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소속은 당연히 아니므로 이들 기관 역시 범죄 이력 조회를 할 수 없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김기주 부회장(선한빛 요양병원)은 “파견도급업체를 통해 들어와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은 병원에서 관리 감독할 경우 고용노동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간병인을 직접 고용할 경우 간병인 인건비는 파견도급업에서보다 더욱 상승한다. 이렇듯 현실적 문제로 알선 업체 위주 시장이 조성되다 보니 관리 주체가 없다. 이에 간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먼저 시작한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알아서 배울 뿐이다. 간병 지식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기 어렵고, 꼭 지켜야 할 윤리에 관한 교육도 당연히 없다.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허준수 교수는 “타인을 돌보는 고된 일을 하지만 직업적 지위가 불안정해 휴식이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다 보니 간병인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이것이 돌봄 소홀이나 환자 그리고 그 가족과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민대 간호학과 임소희 교수는 “간병인이 노인을 장시간 돌보다가 정서적으로 소진되고, 스트레스와 감정 조절에 실패하는 것이 학대 행위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 안으로 편입” vs “시장에 맡겨야”업계 관계자, 사회 복지 전문가, 의료인 모두 원인에 대해서는 견해를 함께했다. 다만, 해결책에 관해서는 입장이 갈렸다. 우선, 간병 지식과 윤리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간병사 자격증’을 신설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임소희 교수는 “요양 보호사와 비슷하게 최소한의 역량, 윤리, 안전 수칙을 가르치는 이론·실습 교육이 필요하다”며 “교육을 받고 간병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국가에 등록한 다음 실무에서 활동하게 하면 주기적 보수 교육과 감시·징계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허준수 교수 역시 “장기적으로는 간병사 자격증을 국가가 신설해 간병 지식과 윤리를 교육받은 사람만 간병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이 경우 간호사나 요양 보호사 등은 간병사 자격증을 따지 않으면 간병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새로 간병인이 되는 사람들 말고 이미 간병 업무를 해 오던 사람들을 위한 특별 전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관련 교육을 받은 적 있거나 현장에서 간병 일을 해온 사람들은 약식 훈련을 받거나 세미나를 수료하기만 해도 간병사 자격을 인정해주는 ‘패스트 트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허 교수는 “간병사 자격을 신설해 간병사 임금이 오르면, 간병비를 급여화했을 때 건강보험에서 지출되는 돈도 늘어나겠지만 품질 관리를 위해서는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혹여라도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하다면 건강보험료를 올려서 메우면 된다”고 말했다.자격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홍선미 교수는 “돌봄과 간병 인력 수요가 증가하는 지금, 자격증을 신설해 관리를 엄격하게 하다가는 간병인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며 “우선은 간병인 개인에 엄격한 자격 관리를 하기보다, 업체의 인력 고용 구조와 직원 관리 행태를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간호, 간병, 돌봄, 요양이 용어는 다르지만, 사실 환자는 간호도 해 주면서, 간병도 해 주면서, 돌봄도 제공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한데 뒤섞여있는 업무들을 직업과 자격증으로 따로 떼어 놓는 것은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이미 있는 요양보호사를 간병 직무로 유입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300만 명을 넘었지만, 그중 5분의 1정도만 돌봄 현장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고용 형태가 아니더라도, 간병인 알선 업체가 간병인에 대해 최소한의 관리 감독을 수행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박재병 대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요양 보호사 자격증도 합격률이 90% 수준인데, 간병사 자격증 역시 비슷하게 운영돼 자격증이 간병 능력과 직업 의식을 담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차라리 법을 개정해 노인 복지 서비스업에 한해서는 알선 업체가 인력을 관리·감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의료업(의료기관)과 사회복지업(사회복지기관) 관련 기관만 고용자의 범죄 이력 조회가 가능하다. 사설 간병인 파견 업체는 고용알선업이라 해당 사항이 없다. 박 대표는 “법을 개정해 사회 복지업이 아닌 노인 돌봄 서비스업 전체로 넓히면, 사설 간병인 알선 업체도 자신이 환자에게 소개하는 간병인의 노인 학대 범죄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박 대표는 “마찬가지로 노인 복지 쪽에서만큼은 알선 업체가 자신이 소개하는 인력들에 퇴직금, 4대보험 등 의무를 지지 않고서도 간병 지식 교육 등 관리 감독을 할 수 있게 한다면, 환자들도 지금보다는 검증된 간병인에게 돌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교육하는 순간 파견도급업으로 분류돼 퇴직금과 4대 보험 가입 의무가 생기므로 알선 업체들이 교육을 시행하지 않는 상태다.◇’간병사 자격증’ 논하기 전 ‘케어 코디네이터’부터 활성화간병사 자격증에 관한 찬반 논의에서 벗어난, 다른 의견들도 있었다. 간병사 제도를 논의하기 전에 ‘케어 코디네이터’부터 활성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한 예다. 환자는 중증도에 따라 적합한 간병 인력이 달라진다. 중증 환자는 간호사가 필요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는 관련 교육을 받은 사람이 돌봐야 한다. 권용진 교수는 “간병인을 제도화할 것이냐를 따지기 전에 간호사든 요양보호사든 환자에게 적합한 돌봄 인력을 찾아주는 케어 코디네이터 제도부터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대 방지 기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김기주 부회장은 “학대를 모니터링하겠다고 CCTV를 환자 방에 설치하면 환자 옷을 갈아입힐 때 몸이 영상에 찍히는 등 문제로 개인정보 관리가 어려워진다”며 “영상 전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간병인의 움직임에 관한 데이터만 저장하는 ‘인공지능 모션 캡처’ CCTV가 개발 중인데,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생활건강이해림 기자2025/10/0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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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질환유예진 기자 2025/09/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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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비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서영석, 김남희, 김 윤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요양병원 의료기능 강화 및 간병비 급여화’ 국회 토론회에서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간병비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진행 1단계 시범사업을 통해 국비로 간병비를 지원하고 있다. 급여화가 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요양병원의 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도 잇따랐다.◇의료적 필요도 높은 환자 선별해 지원해야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건강보험 진료비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간병은 여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보호자가 병실에 상주하지 않는 간호간병통합병동이 활성화되고 있는 중증질환자나 요양병원은 입원 환자들은 여전히 가족, 간병인 중심의 사적 간병에 의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간병인 1인을 고용하는 데 월 평균 370만원이 소요된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대한 공적 지원체계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발제자로 나선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함명일 교수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으면 요양보호사가 있는 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재택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의료적 필요가 크다면 요양병원에 들어가야 한다”라며 “요양병원 간병비는 급여가 안 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전액 본인 부담해야 하는데 간병 도우미료가 연간 9% 상승하는 등 고통이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도 요양병원 중증환자 간병비 본인 부담율을 현재 100%에서 2030년 30% 이내로 낮추는 전략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건보 재정이 안정적으로 늘어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의료적 필요가 높은 환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함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나 중증 치매 환자 같은 최고도·고도 환자를 우선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현재 요양병원에는 의료적 필요도가 높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혼재돼 있는데, 낮은 환자는 지역돌봄 체계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함 교수는 아울러 요양병원의 기능 재편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비급여 치료나 면역항암제 등을 처방하는 요양병원에 간병비를 지원하는 경우 재정 누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간병비 지원 대상 환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담보하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로 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기준을 세워 첫해에는 200개 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이후 350개, 500개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역량이 떨어지는 요양병원은 장기요양시설이나 재가 돌봄으로 전환을 유도하거나 호스피스, 치매 등 특화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처럼…” 입원 환자 인권 향상시키려면 급여화 시급요양병원 관계자들은 간병비 급여화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예천 경도요양병원 이윤환 이사장은 일본 사례를 들어 간병비 제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2000년 이전 일본 요양병원은 냄새가 진동하고 환자가 묶여 있는 모습이 지금의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며 “개호보험이 도입되면서 모든 병원이 동일한 수가를 적용받게 됐고, 서비스 질 경쟁이 촉발되면서 환자 인권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그는 한국 요양병원이 간병비 할인 경쟁에 내몰려 인력을 줄이고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간병비를 낮추면 적정 인력을 둘 수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2014년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역시 야간에 간병인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의 결과였다”고 말했다.이 이사장은 실제 환자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중증 치매 환자가 간병인의 도움으로 증상이 호전됐지만 한 달 60만원의 간병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며 “간병비를 받지 않는 병원에서는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가 욕창으로 악화됐고,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간병비 급여화는 병원의 생존이 아니라 환자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말했다.토론자로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환자 중심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급성기 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적용된 이후 간호 인력은 늘고 간병 인력은 줄었다”라며 “처음에는 환자들 반응도 좋았지만 병원들이 중증 환자나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들은 안 받으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 부분만큼은 환자들 중심으로 갔으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급여화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쪽 인사로 참여한 복지부 공인식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은 “오는 12월까지는 세부적인 추진 방안을 세운 다음 내년 하반기에는 급여화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22일에는 공청회를 통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이 의료적 필요도가 높은 환자 중심으로 양질의 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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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부모를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두고, 또 누군가는 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간병비 앞에서 치료를 포기한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간병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헬스조선은 ‘간병’ 기획 시리즈를 통해 독자와 함께 이 문제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편집자주)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초고령 사회. 간병은 이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가 됐다. 가족의 헌신에 기대던 전통적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고, 사적 간병인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역시 비용과 인력 부족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 경기도의 ‘SOS 프로젝트’ 같은 지원책이 등장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국가 차원의 책임제 도입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치매 등 간병 수요 폭증하는 한국국내 간병 보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국내 전체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합산 치매·장기간병보험의 첫회 보험료는 883억6606만원으로, 전년 동기(519억2560만원)보다 70.2% 증가했다. 미래 간병비에 대비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연간 사적 간병비 지출 규모는 지난 2018년 이미 8조원을 넘었고, 올해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 단위로 해결해왔던 전통적인 간병 체계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렵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환자를 장기간 돌보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홍선미 교수는 “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 수명이 따라 늘지 않다 보니 병의 이환 기간이 굉장히 길어졌다”며 “그동안 암 등 고액 중증질환 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꾸준히 향상돼 의료비에 대한 부담은 줄었지만 치료 기간은 고려되지 않아 노인성 질환에 의한 간병 부담이 급증했다”고 말했다.◇가족 간병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도…간병 형태는 크게 ▲가족 간병 ▲간병인에 의한 간병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족 간병은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지만 가족 구성원들의 건강과 삶이 심각하게 훼손되기도 한다. 간병하던 가족 구성원이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으로 정신적 어려움까지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 경기복지재단이 간병 경험이 있는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간병으로 우울·불안·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87.8%에 이르렀다. “간병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비율도 17.4%였다.간병의 부담이 가족에게 전가되는 걸 막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다. 의료기관 내에서 전문 간호 인력이 24시간 환자를 돌보면서 가족이 병실에 상주하지 않아도 되는 체계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전국 병상 수 가운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상은 약 30%에 불과하다. 게다가 병원들이 거동이 어려운 중증 질환자 대신 경증 환자만 받으려고 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실제 건강돌봄시민행동이 지난 7월,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지방의료원을 합쳐 총 8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중증환자가 통합병동 이용이 가능하지 문의한 결과, 조사에 응한 50개 기관 중 4곳(8%)만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여기에는 인력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외에 보조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병원이 서비스를 확대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홍 교수는 “통합병동에서 간호 인력은 의료 서비스에 집중하고 간병은 보조 인력인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보조 인력이 부족한 게 원인”이라며 “또 인구 대비 병상 수가 많고 환자들의 재원 기간이 긴 한국에서 통합병동 서비스를 100% 확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간병인 고용에 370만 원 지불해도 불안간병인에 의한 간병은 비용 문제가 크다. 급성기 치료를 마친 뒤에도 간병과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은 대부분 장기요양시설로 향한다. 장기요양시설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으로 나뉘는데 통상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요양원으로, 그렇지 않으면 요양병원으로 향한다.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요양보호사를 고용한다. 반면, 요양병원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간병 인력이 필요한 경우, 개인이 사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간병인을 고용한 가구의 월 평균 간병비는 370만 원에 이른다. 6인실에서 공동으로 한 명의 간병인만 고용한다고 해도 월 80만~100만원이 든다.비용 외에도 간병인을 둘러싼 갈등과 불신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체가 잦아 환자가 불안정한 환경에 놓이거나, 보호자가 여전히 병실을 오가며 돌봄 과정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간병인을 둘러싼 문제는 병원 입장에서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대다수 환자가 간병인을 고용하는 방식은 민간 소개소를 통한 개인 계약”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 책임을 묻는데, 사실 병원은 간병인을 고용하고 교육해야 할 책임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병인의 업무 범위나 책임 소재가 정해져야 병원에서 교육도 하고, 간병인들에 대한 문제에 책임도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지방정부 지원만으로는 부족… 국가 간병 책임제 서둘러야”간병으로 인한 실직과 파산, 가족 해체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자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2월부터 ‘간병 SOS 프로젝트’를 시행중이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 65세 이상 노인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입원할 경우 연간 최대 120만 원의 간병비를 지원하는 제도로, 노인복지법과 경기도 간병비 지원 조례를 근거로 도입됐다. 8월까지의 중간 성과를 분석한 결과, 간병비를 지원받은 사람들의 만족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혜자의 86.7%가 “우울·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은 “일을 그만둬야 할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간병비 지원 덕분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받을 수 있었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다만,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지원책은 한계가 명확하다.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 규모와 혜택 범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경기도처럼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는 곳 외에는 유사한 지원을 시도하기조차 어렵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편적으로 간병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선미 교수는 “경기도 간병 SOS 프로젝트는 간병에 대한 국가 책임을 높이는 데 중요한 출발점인 것은 맞지만, 보편성을 갖춘 제도 설계, 급성기 병원과 지역사회를 연계한 통합 지원 등의 과제를 남겼다”며 “국가 차원에서 간병 책임의 사회적 분담과 제도적 정착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오상훈 기자2025/09/12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