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로 코로나19 치료? 이 정도면 ‘트럼프 괴담’

입력 2020.04.28 15:56

어이없는 소독용 알코올 유행

코로나 19 브리핑 중인 트럼프 대통령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트럼프 같은 권위자의 의견을 듣고, 락스나 에탄올에 비정상적으로 접촉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YTN 캡쳐

27일(현지시간 기준) 이란 보건부 대변인이 “코로나19 이후 약 2달간 5011명이 소독용 알코올(에탄올)을 마셨고, 이 중 525명이 사망했다”고 밝혀 화제다. 금주 국가인 탓에 술 대용으로 마신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체내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독하겠다며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코로나19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 치료를 위해 “소독제를 몸 안에 주입하거나 넣어 세척하는 방법이 없나”는 근거없는 발언을 했고, 당일 뉴욕에서는 소독제 노출과 관련한 사고 신고가 30건 발생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이란이나 미국처럼 ‘소독제 인체 주입’같은 어이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 입장이다.

권위자가 말하는 ‘건강 역설’, 무조건 신뢰 피해야 

최근 한 SNS에서는 ‘락스 마시고 (응급실에) 온 사람 있다, 트럼프 XXX XX’라는 게시글이 올라온 바 있다.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해란 교수는 “심리적으로 사회적 권위가 있는 사람이 이야기하면 사실이 아니어도 믿기 쉬운데, 강대국 대통령이면 오죽하겠느냐”며 “저런 이야기를 듣고 락스나 에탄올에 비정상적으로 접촉할 가능성은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했다.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김진세 원장은 “판단력이 상대적으로 예리하지 않은 어린이나 노인은 권위있는 사람의 말이라면 사실이 아니라도 쉽게 영향 받고, 판단력이 예리해도 현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권위에 무조건적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 잘못 생각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소독용 알코올, 피부 독성 더 강해

락스나 소독용 알코올이 피부에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호흡기로 다량 들어가거나, 먹는 등 체내에 들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다.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오재훈 교수는 “락스는 강알칼리 성분이라 피부나 점막을 부식시킨다”며 “손 등에 살짝 튄 정도는 물로 충분히 씻어내면 괜찮지만, 입 안에 들어가거나 삼키는 순간 식도나 위 세포 등이 녹는 ‘융해성 괴사’가 일어나면서 식도협착이 생길 수 있고, 기도가 부으면서 호흡이 힘들어지거나 혈액이 알칼리화 되면서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독용 알코올도 마찬가지다. ‘술과 비슷한 성분인데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에틸알코올에 비해 소독용 알코올로 자주 쓰이는 이소프로필알코올(isopropyl alcohol, IPA)은 피부·점막에 미치는 독성이 2~3배 더 크다. 오재훈 교수는 “그냥 에탄올이라도 소독용은 70% 이상의 고농도라 몸에 들어가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되면서 숨쉬는게 어려워지고 쇼크나 다발성 장기부전을 유발해 사망위험이 생기는데, 이소프로필알코올은 에탄올에 비해 중추신경계 마비 작용이 더 크다”며 “애초에 소독제를 인체에 주입해 병원균을 없애겠다는 발상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락스나 소독용 알코올을 조금이라도 먹었다면 곧바로 응급실에 가 위세척이나 피검사 등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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