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항성 고혈압을 수술로 치료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서울대병원 정창욱 최의근·포스텍 박성민 교수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다학제 연구팀을 결성해 복강경 수술을 통한 신경차단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저항성 고혈압이란 혈압을 떨어뜨리는 세 가지 약인 칼슘 채널 차단제, ARB 계열 약물, 이뇨제 계열 약물 모두 효과가 없는 고혈압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약을 모두 최대 용량으로 복용해도 혈압이 140㎎Hg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를 뜻한다. 환자 대부분이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고생하다가 사망한다.
저항성 고혈압은 '신장(콩팥) 교감신경'을 차단하면 조절된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우리 몸은 혈압이 높아지면 신장 쪽에 위치한 교감신경에서 뇌로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뇌는 혈압을 낮추라는 명령을 내려 혈압이 조절된다. 이에 연구자들은 혈관 속으로 카테터를 넣고 신장 동맥 외벽으로 지나가는 교감신경을 차단하고자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의 근본적인 한계를 찾아냈다. 환자의 절반가량은 동맥 지름이 3mm 이하로 작아 카테터(작은 관)을 사용할 수 없고, 신경의 약 30%는 동맥에성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혈관 내부로 들어간 카테터는 외부에 존재하는 신경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이에 서울대·포스텍 연구팀은 환자의 혈관과 신경의 분포에 무관하게 모든 신경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복강경 수술 장비와 수술 기법을 개발했다. 신장 동맥을 외부에서 360도 전면을 감싸고, 전기 에너지를 일정한 온도로 신경에 전달하는 인공지능형 스마트 제어기술이다. 이를 통해 혈관 손상은 없으면서도 동맥벽 근처의 교감신경뿐만 아니라 거리가 떨어진 곳의 신경도 완전히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4마리 돼지의 양측 신장에 새로운 방법의 신경차단술을 7건을 시행해 효과적으로 신경이 차단되는 것을 확인했다. 돼지와 인간은 신장 크기와 위치가 매우 유사하다. 아직은 동물실험을 통한 기술검증 단계지만 매우 유용한 기술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조심스럽게 자신감을 보였다.

정창욱 교수(비뇨의학과)는 “최초 연구 이후 계속 진행한 동물시험과 장기간 대동물 생존연구에서 치료군과 대조군의 혈압 변화 차이가 매우 극적이었다"며 "이 정도 결과를 보고한 연구 성과는 현재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박성민 교수(창의IT융합공학과)는 "전통적 내과 질환을 최소침습수술이라는 외과적 방법과 첨단 공학의 도움으로 극복한 것은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라며 "다학제 협업 연구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혁신성을 입증 받아 국제 학술지 ‘비뇨임상연구(Investigative and Clinical Urology)' 최근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