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質 떨어뜨리는 환자 한 마디 "인터넷선 ○○이라는데요?"

입력 2018.03.23 09:12

[의사들이 꼽는 '문진하기 어려운 환자']

대화 꺼리거나 거짓말하지 말 것, 하소연 길게 늘어놓는 것도 금물
증상 설명 어려우면 사진 등 활용

환자와 의사 간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의 기본이다. 진료실에서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병원과 의료진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환자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의사의 적절한 문진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환자 유형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의사소통이 치료 결과에 영향

진료실에서의 의사소통이 질병의 치료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와 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연구팀이 104개의 연구를 분석했더니, 환자와 의사 간 의사소통이 잘 이뤄진 경우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2.16배 높았다고 한다. 직장암 환자 1038명을 4년간 추적 관찰한 독일 뮌헨대의 연구에서는 의사와 의사소통을 잘 한 환자일수록 치료 후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인 기능을 잘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과 의사소통이 잘 되면 심장중재시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후 입원 일수가 짧고, 부정맥 같은 합병증 발생률이 22% 수준으로 낮다는 오스트리아의 연구도 있다.

원활한 진료를 위한다면, 환자는 의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야 한다.
원활한 진료를 위한다면, 환자는 의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야 한다. 자신이 겪는 증상을 구체적으로 말하되, 관련 없는 얘기는 하지 않아야 문진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문진하기 어려운 환자 유형

의사소통의 질(質)을 결정하는 요인은 의사의 태도, 환자의 태도, 환경으로 나뉜다. 의사가 피로하거나, 독단적이거나, 바쁘거나, 도도한 태도를 보이면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환자의 경우 공격적이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방어적이거나, 병원을 자주 옮기거나, 지나치게 슬퍼하는 태도가 문진을 방해한다. 의사들이 꼽는 '문진하기 어려운 환자'는 다음과 같다.

▲말을 잘 안 한다=소극적인 성격 탓에 의사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하거나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 때문에 대화하는 걸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증상이나 증상을 유발한 원인을 잘 파악하지 못해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다.

▲말이 많아도 문제=주요 증상 말고도 자신이 겪는 모든 문제를 늘어놓거나 신세 한탄을 하거나 불필요한 말을 너무 많이 하면, 필요한 정보는 정작 놓치기 쉽다.

▲중요한 사항을 숨긴다=약물 복용·민간요법·흡연력 등 자신이 한 일을 숨기면, 병의 원인을 못 찾거나 치료 효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통화하거나 문자를 보낸다=진료 중 전화를 받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환자도 있다. 진료실에서는 휴대폰의 전원을 끄거나 무음으로 해두는 것이 좋다.

▲의사를 믿지 않는다=인터넷이나 대중매체에서 접한 지식을 맹신해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믿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처방해달라고 요구하거나, 검사는 싫고 처방만 해달라고 고집을 피우는 환자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의사도 사람인지라 환자에게 감정이 실린다"며 "그로 인해 진료를 소홀히 하거나, 여러 검사로 문진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사와 비교한다=이 병원, 저 병원을 쇼핑하듯 다니면서 "다른 의사는 이렇더라"라는 식으로 비교한다. 이는 의사로 하여금 '진료를 성의 있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지게 만든다.

▲신분을 과시한다="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거나 "내가 아는 사람이 말이야"라는 식으로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직업·직위를 과시하기도 한다. 이 경우, 무례함을 느끼고 환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게 어려워진다고 한다.

▲기타=청진(聽診)을 성추행이라고 몰아가거나, 진료실에 술취한 상태로 들어오거나, 진료 받기 직전에 담배를 피우거나, 진료실 밖에서 "대기 시간이 길다"며 간호사에게 화내는 행동도 문진을 방해할 수 있다.

◇말하기 어려운 증상, 스마트폰 활용을

문진이 원활히 이뤄지게 하려면 증상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의사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며, 의사의 지시를 따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증상을 겪는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하자. 평소 겪는 피부 증상 등을 사진·동영상으로 담아 진료 시 보여주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진료 전에 혈압·맥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주·흡연을 삼가고, 궁금한 사항을 미리 적어두고, 가족력·약물 복용·민간요법 등에 대해 숨기지 말고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진(再診)인 경우, 처방약 복용 후 부작용이 의심되는 증상을 겪었다면 이 부분도 빠짐 없이 말해야 한다.


도움말=노용균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일환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안지현 KMI(한국의학연구소) 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