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 25만명… 삶의 질 낮아, 낙상 사고 잦고 우울증 생기기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세 찾아 연습… 상담·재활,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시각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사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각장애인 10명 중 2명은 시력이 남아있지만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저시력' 상태다. 중앙대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는 "이전까지 저시력 환자들은 저시력 진단 이후 대책이 없어 불편함을 견디며 살아왔다"며 "최근에는 저시력 환자들이 남아있는 시력을 이용해 사물을 최대한 명확하게 볼 수 있도록 훈련하는 저시력 재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70세 이상의 4%가 저시력 상태로 추정하며, 국내 저시력 환자는 약 25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력 낮고 시야 좁아 일상생활 어려움
저시력은 안경 등으로 교정한 시력이 0.3 미만으로 낮고, 시야도 10도 미만으로 좁은 상태를 말한다. 선천적 안구 결함이나 후천적으로 발생한 안과 질환이 원인이다. 녹내장이나 망막박리, 황반변성, 당뇨병성 망막증 등이 있으면 사물이 휘어져 보이거나 사물의 일부가 가려진 저시력 상태가 된다. 저시력 환자들은 장애물이나 계단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낙상사고가 쉽게 발생한다. 또한 책을 읽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일상생활에도 불편을 겪게 된다. 대한검안학회 백혜정 회장(길병원 안과 교수)은 "미등록 상태인 경우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저시력 환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저시력자는 삶의 질이 매우 낮아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시력 재활로 '보는 능력' 키워
저시력 환자들은 나빠진 시력을 다시 좋게 만들 수는 없지만, 저시력 재활을 받으면 남아있는 시력을 이용해 사물을 잘 볼 수 있다. 중앙대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시력 클리닉을 방문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저시력 재활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주관적인 시각 질 향상, 독서 속도 향상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시력 재활은 크게 '기구 사용'과 '생활 지도'로 이뤄진다. 기구 사용은 특수 제작된 렌즈(안경, 확대경, 망원경 등)나 글씨를 크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전자기구를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눌려 시야가 좁아진다. 이때 특수 제작된 오목렌즈를 사용해 사물이 망막에 상대적으로 작게 맺히게 만들면 넓은 시야가 확보돼 물체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사물을 보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눈의 위치에 맞춰 밝기 조절이 가능한 조명기구 사용법을 교육하기도 한다.
생활 지도는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세를 익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황반변성 환자는 망막 중심부의 황반 손상으로 사물이 휘어져 보이고 시야 가운데 부분이 검게 보인다. 이때 황반변성 환자가 황반이 아닌 다른 망막 부위를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눈을 위로 치켜뜨는 등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세를 찾아 훈련하도록 한다. 강남성심병원 안과 이가영 교수는 "대게 한 달 동안 2~3회 정도 저시력 재활 훈련을 받으면 환자가 스스로 기구 등을 이용해 책을 읽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시력 상담·재활 무료로 받을 수 있어
국내에서는 1995년 저시력 재활 클리닉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로 현재 중앙대병원, 길병원, 김안과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전국 11개 병원에서 저시력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에서 저시력을 진단받았다면 한국실명예방재단에서 무료로 저시력 상담, 저시력 재활 프로그램 등을 받을 수 있다. 확대경이나 망원경 등 저시력 보조기구를 대여·보급하는 사업도 한다. 김안과병원 김응수 교수는 "전문가를 통해 저시력 재활로 보조기구 사용법을 익히면 저시력 보조기구 대여나 구매를 통해 집에서도 저시력 재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