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동 중 심장이 조이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응급실에 실려간 이모(51)씨. 심장 근육이 정상보다 비대한 '비후성심근증'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젊었을 때 진단을 받긴했지만 이제까지 약도 먹지 않았고 그런 경험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치의는 "심장 근육이 두꺼운 데다 심장에서 혈액이 나오는 통로가 매우 좁기 때문에 수술로 심장 근육을 잘라낼 필요가 있다"며 "치료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달 수술한 이씨는 현재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국내 10만 명 사망 위험 노출
비후성심근증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져 있는 병이다. 유전자 이상이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약 10만 명이 이 병을 앓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정한다. 이 병이 있을 때 활동을 많이 하면 어지럽고 숨쉬기 힘들 수 있다. 흉통이 생기거나 쓰러질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망한다.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는 "심장 근육이 두꺼우면 피를 제대로 짜내지 못하기 때문에 돌연사 위험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후성심근증을 앓으면 심장에서 혈액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돌연사할 위험이 높다. 수술로 비대한 심장 근육을 잘라내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국내에서 심혈관 질환으로 돌연사 하는 사람이 한 해 2만3000여 명에 달한다.(통계청 자료) 2007~2010년 심혈관질환 사망자 중 7%의 사망 원인이 비후성심근증이었다.(대한법의학회지 자료) 홍 교수는 "통계를 보면 한 해 1600여 명이 비후성심근증으로 돌연사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장 근육 잘라내는 수술 효과
가족 중 이 병을 앓거나 돌연사한 사람이 있는 사람은 비후성심근증이 있는지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또, 이 병이 있는 사람은 1년에 한 번씩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일부는 심장 근육이 더 두꺼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홍준화 교수는 "운동할 때 흉통·호흡곤란이 생기거나, 3층까지 계단을 올라가야 숨이 차던 사람이 1층만 올라가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이 병이 더 악화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후성심근증 치료는 약물로 심장을 세게 뛰게 만들거나, 알코올을 심장 근육에 주사해서 괴사시키는 방법(알코올주사치료)이 쓰인다. 최근에는 가슴을 째서 심장 근육을 잘라내는 '심근절제술'도 시도되고 있다. 홍 교수는 "약 복용을 우선적으로 해야겠지만, 심장에서 혈액이 분출되는 곳이 좁아져 있으면 돌연사 위험이 높아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근절제술이 알코올주사치료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많다. 미국심장학회도 같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