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 줄어든 노인성 치매, 20대도 걸린다

입력 2013.03.29 09:37 | 수정 2013.03.29 11:27

28세 직장인 김모씨(서울 서대문구)는 지인 사이에서 '도돌이표'로 불린다. 한 번 해준 말을 금세 까먹어 또 해줘야 하고, 약속을 해도 "언제 그런 약속을 했냐"고 반문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8개월 전부터 생긴 증상이다. 최근에는 회사로 가는 길을 못 찾아 중간에 헤맨 적도 있다. 의사는 그에게 "치매 증상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김씨처럼 20대에 치매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 20대 치매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된 것만 84명으로, 최근 4년 사이 3배나 증가했다. 증상은 있는데 병원에 오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제 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치매는 50대 이후에 생기는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뇌세포가 줄어들거나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치매가 노년기에 잘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는 "하지만 지병·외상·유전적 요인이 있으면 연령에 상관없이 치매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아무런 질병이 없는 사람도 잘못된 생활습관을 가지면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도 치매의 안전지대는 아닌 것이다.

20대에 생활습관으로 인해 생긴 치매는 뇌세포 손상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매 증상을 방치하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가 너무 많이 손상돼 고칠 수 없는 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 혈관성 치매, 전측두엽 치매 등이 그것이다. 대한치매학회 홍윤정 홍보위원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치매 증상이 생겼는데 음주를 계속하고 영양 섭취를 제대로 안 하면 나중에 적절한 처치를 한다고 해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번 파괴된 뇌세포를 복구하거나 뇌세포를 늘리는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치매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잘못된 생활습관이란, 과음·과흡연·IT기기 중독 등이다. 일주일에 4~5차례 음주를 하고,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상 피거나,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비만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치매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 이같은 생활습관이 치매증상을 어떻게 유발하는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치매 발병 위험을 2배 정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있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전화번호를 기억할 필요가 없고, 중요한 일과나 시간 기록도 IT기기에 의존하므로 일상생활에서 뇌 기억장치를 쓸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는 "뇌가 기억할 게 적어지면 뇌세포 기능이 떨어지고, 신경세포끼리 제대로 연결이 안 돼서 뇌 활동이 저조해진다"고 말했다. IT기기에 중독되면 정신과적 문제와 함께 치매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외국 연구결과도 있다. 이찬녕 교수는 "IT기기가 직접적인 유발 요인은 아니지만, 흡연·음주 등을 하는 사람이 IT기기를 많이 사용한다면 치매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습관으로 인한 치매 증상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낫는다. 가천대 길병원 박기형 교수는 "치매와 멀어지려면 담배·술은 끊어야 한다"며 "티아민, 엽산, 비타민 등이 부족하지 않도록 야채·생선·견과류를 챙겨먹고, 고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길을 찾을 때는 이정표가 될 만한 건물 등을 눈여겨 보며 길을 익히려 노력하고, 휴대폰에 친한 사람들의 전화번호는 별명으로 저장해 전화를 걸 때마다 이름을 떠올리며 별명과 연결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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