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방약 가격을 최대 80%까지 낮출 수 있는 약가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두고 관세 남발로 인한 여론의 역풍을 완화하려는 속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이른바 ‘한번 더 미국인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약가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미국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미국 환자의 의약품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처방약급여관리자(PBM) 및 중개자(middlemen)에게 지불되는 수수료를 공개하는 등 처방약 가치사슬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를 브랜드 의약품보다 80%까지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그러나 무차별 관세 폭탄으로 인해 전체 의약품 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라브 아닥(Sourav Adak) 인도 에스제이 파마(Esjay Pharma) 부회장이 2024년 3월 세계 약리학 저널(Universal Journal of Pharmacy and Pharmacology)에 직접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제약 산업은 원재료, 중간체, 생산기술 등에서 국제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활성약물성분(API)과 중간재의 약 70%를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 중국에 관세 폭탄을 부과한다면, 미국 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의약품 생산 비용은 급격히 상승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약가 인상과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관련 바이오시밀러의 접근성과 가용성을 확대하고 미국 내 의료 서비스 개선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 바이오시밀러 포럼(Biosimilars Forum)의 잇따른 성명이 눈길을 끈다.

이 단체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약가인하 행정명령을 서명하기 이전, “의약품 관세 부과는 의료 비용을 증가시키고, 제품 품귀 현상을 초래하여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의약품의 공급망을 심각하게 교란시킬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6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약가인하 행정명령 서명을 환영한다”며 불과 하룻만에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의 조삼모사식 역풍 차단 전략이 먹힌 셈이다.

이 단체는 “포럼과 소속 기업들은 의약품 가격 책정의 투명성, 공정성을 높이고 PBM의 바이오시밀러 접근성 저해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하지만 CNN은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CNN는 “이번 명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의약품 원료 및 완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며 “조치(트럼프의 행정명령)가 미국의 높은 의료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의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