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없어도 쓰던 약 달라는 50대 가장

만성 B형 간염은 바이러스를 억제해 병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치료 기간이 5년 이상 장기화하면 일부 약제는 내성이 생긴다. 그러면, 잘 억제되던 바이러스가 어느 날 모습을 바꿔서 더 이상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다. 성분에 따라 내성 발생률이 29%에서 최고 70%까지 올라간다.
이 때문에, 내성이 생기면 다른 계열의 항바이러스제를 추가하거나 내성에 강한 다른 약제로 바꿔야 한다. 기존의 모든 항바이러스제에 내성이 생겨 대안이 없는 환자는 손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내성에 대처하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있다. 이 약은 5년 이상의 장기 복용해도 내성이 전혀 생기지 않고(내성 발현율 0%), 다른 약을 오래 써서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도 쓸 수 있다. 다만, 이 약은 환자가 직접 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공익법인인 한국희귀의약품센터에서 한 달에 90만원 가까이 하는 비싼 약값을 내고 구해야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환자가 눈 앞에 간경변증과 간암이 보여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약을 쓰지 못한다.
만성 B형 간염 환자 중에는 생산활동연령인 40~50대 가장이 많다. 이들 중엔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이 미안해서 내성으로 더 이상의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줄 알면서도 쓰던 약을 고집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B형 간염은 약값이 들어도 적절한 치료제를 써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악화돼 간절제수술, 항암 치료, 간이식 등에 들어갈 고가의 치료 비용을 생각하면, 나중에 가래로 막아야 할 일을 지금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니, 2009년 간암 보험진료비는 3520억 원,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합한 비용은 2조5천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보건의료 통계분석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중 정부의 부담률은 58.2%로, OECD 평균 74.4%에 비해 여전히 낮다. 국민의료비 총액이 계속 올라가면 정부가 감당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그 대신, 기존 치료제에 기댈 수 없는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간암 등 중증질환으로 진행되지 않게 하는 선제적 치료를 지원해서 국가 전체적인 의료비를 줄이는 것이 해답이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
占쎌꼶利뷸�⑨옙 占쎈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