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서 쓰러진 두 학생 운명 가른 심장 자동제세동기

입력 2011.10.12 09:05

[메디컬 포커스] 심근경색 응급대처

임태호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심장마비로 경기장에 쓰러졌던 FC제주의 신영록 선수가 얼마 전 걸어서 퇴원했다. 그의 모습을 보며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프로야구 임수혁 선수가 교차돼 떠올랐다. 두 선수는 똑같이 심장마비로 쓰러졌지만 한 선수는 1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받은 반면, 한 선수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필자의 병원에서도 목격한 적이 있다. 심장마비가 온 한 학생은 동료 학생의 응급조치와 함께 즉시 응급실로 옮겨져 자동제세동기(AED·심장에 고압 전류를 보내 정지된 심장을 뛰게 하는 의료기기)로 회생 치료를 받았지만, 다른 학생은 아무런 응급조치도 받지 못한 채 응급실까지 오는 데만 20분 넘게 걸렸다. 두 학생의 운명은 달라졌다.

국내 심장마비 환자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 시애틀은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이 15%를 넘는다. 이런 차이는 심장마비 치료의 두 축인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의 보급 사용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대한심폐소생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 등을 중심으로 대중을 위한 심장마비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2009년 개정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자동제세동기에 대한 규정이 명시됨에 따라, 현재까지 전국에 7000여 개의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설치 장소는 주로 공공시설에 국한돼 있다.

이런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관련법이나 규정의 강화도 필요하겠지만,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한양대학교는 캠퍼스 내 주요 시설에 자동제세동기 21대를 설치하고, 자동제세동기 사용 시 의료진이 출동해 환자를 처치하는 안전캠퍼스구축사업(Heart Safe Campus Project)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바탕에는 앞서 언급한 두 학생의 엇갈린 운명이 자리잡고 있다.

며칠 전 초등학생인 아들과 딸이 학교에서 배웠다면서 "흉부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라고 외치며 심폐소생술을 연습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국도 조금씩 '심장이 안전한 사회'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배운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이 남을 구하고, 남이 배운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이 나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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