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살아 있어요!” 생명유지장치 빼려 하자 갑자기 움찔… 10개월 미동 없던 남성에게 무슨 일?

입력 2025.03.29 14:05

[해외토픽]

현재 핸델 모습과 재활하는 모습​
제이크 핸델은 열 달 동안 혼수상태로 여겨진 가운데, 의료진이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려는 순간 움직여 살았다. 현재 핸델 모습과 재활하는 모습/사진=더 선
열 달 동안 혼수상태였지만, 의료진이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려는 순간 움직이며 살아남아 현재 자신의 틱톡 계정을 통해 재활 과정을 공유하고 있는 미국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제이크 핸델은 27세였던 2017년 당시 갑자기 균형 감각을 잃고 목소리가 변하는 등 이상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2주간 증상이 지속되자, 핸델은 병원을 찾았고 ‘급성 이형성 백질변성 질환’을 진단받았다. 이 질환은 뇌에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인지 능력 저하를 유발하고 치매와 혼수상태로 이어지다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진단 직후 병원에서 핸델은 뇌출혈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고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그에게 6개월 시한부를 선고했고 입원을 권했다. 실제로 핸델은 진단받은 지 5개월 지났을 때 운동 능력을 전부 상실했고 ‘락트-인 증후군’에 걸렸다. 락트-인 증후군은 의식은 있지만 전신마비로 인해 외부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다.

핸델에 따르면 당시 의료진은 그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그는 여전히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핸델은 자신의 틱톡 계정에서 당시에 대해 “어느 날 간호사 두 명이 나를 살피러 와서 사적인 대화를 하는데 한 명이 ‘환자 듣겠다, 말조심하자’라고 하자 다른 사람이 ‘어차피 혼수상태 환자라 못 들어’라고 했다”며 “그 순간 내가 남들한테 어떻게 보이는지 제대로 인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지금 죽은 게 아니라 움직이지 못할 뿐이라는 걸 빨리 알리고 싶었다”며 “그런데 몸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핸델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당황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수학 문제를 풀고 전 세계 수도를 떠올리면서 의식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열 달이 지나도 핸델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의료진은 뇌사자 분류와 생명유지장치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다. 병실에 누워 이 대화를 들은 핸델은 당시 속으로 “아니야 그러지마, 나 여기 있단 말이에요”라고 계속 외쳤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의료진이 그를 살피러 왔을 때 핸델은 미세하게라도 움직여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려 했다. 다행히 한 의사는 그가 움찔거리는 것을 발견했고, 핸델에게 “내 목소리가 들리는지 모르겠지만, 움직일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시도해봐라”고 말했다. 핸델은 전신에 힘을 주며 간신히 움직였다. 이에 의료진은 “뇌에 의식이 남아있다”고 판단해 재활 치료를 시작했다. 수년간 노력한 끝에 그는 현재 지팡이를 짚고 걷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의료진은 핸델이 락트-인 증후군에서 어떻게 회복할 수 있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핸델은 “누군가도 나처럼 락트-인 증후군에 걸려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락트-인 증후군에 대한 인식 개선을 강조했다.

핸델이 겪은 락트-인 증후군은 외부와의 소통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고, 남의 도움 없이는 평생 방안에 갇혀 살 수밖에 없어 ‘감금 증후군’ 또는 ‘잠금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락트-인 증후군 환자는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해 외관상 혼수상태로 오해하기 쉽다. 그런데, 혼수상태와 달리 락트-인 증후군 환자는 각성이 유지되고 운동기능만 차단된다. 감각 신경은 정상이기 때문에 신체 감각 및 청각 자극은 느낄 수 있다. 락트-인 증후군 환자들은 눈동자를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깜빡일 수는 있지만, 대부분 옆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락트-인 증후군은 뇌 손상이 생겼을 때 발병할 수 있다. 뇌 손상은 사고 때문에 일어날 수 있고, 색전이나 혈전에 의해 기저 동맥이 막히거나 출혈이 생겨 발생할 수도 있다. 핸델처럼 뇌에 생긴 희귀질환도 원인일 수 있다. 락트-인 증후군을 치료할 때는 우선 기도를 확보하고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락트-인 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만성적으로 증상을 겪는다. 드물게 발병 후 한 달 이내에 재활 치료를 시작해 운동기능을 일부 회복하기도 한다. 이때 재활 치료는 물리치료, 발성 및 호흡치료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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