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상 전 유전자 진단하고 배아 모아 이식… 체외수정, 임신 성공률 높인다

입력 2019.01.14 10:24

난임 체외수정 시술

체외수정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보조 시술법은 다양하다.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권황 교수는 “착상 전 유전 진단이나 배아 모아 이식, 배아 5일 배양법 등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여러 방법이 있어, 개인 상태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국내 난임 인구가 20만명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임신 외에 '체외수정(시험관아기시술)'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체외수정은 난자를 따로 채취해, 시험관 내에서 정자와 수정시킨 배아를 다시 자궁 내로 이식하는 시술법이다. 40대의 체외수정 성공률은 약 20% 정도지만, 최근에는 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권황 교수는 "난임 인구 증가로 체외수정 시도가 늘어나면서, 착상 전 유전 진단·배아 모아 이식·배아 5일 배양법 등 다양한 방법을 함께 사용해 체외수정 임신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법 시도… 임신 성공률 10% 이상 향상

체외수정은 자연임신이 쉽지 않은 상태거나, 인공수정에 실패했거나, 나이가 많거나, 정자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주로 고려한다. 기본적으로 임신이 되기 어려운 사람들이 시도하다보니, 체외수정 임신 성공률은 높지 않다(40대 약 20%). 그러나 성공률이 높지 않다고 임신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체외수정 시 다양한 시술을 함께 시도, 임신 성공률도 향상되고 있다. 다음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체외수정 관련 시술이다.

착상 전 유전 진단(PGD)=체외수정 과정 중 이식 전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염색체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분열 중인 배아의 세포를 1~2개만 떼내므로(5일 배양 시 5개) 배아 발달에는 문제가 없다. 체외수정시 착상에 2~3번 실패한 사람에게 쓰면 결과가 좋은 편이다.

권황 교수는 "여성은 엄마 배 속에서부터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고령 산모는 몸에 난자가 오래 머물다보니 염색체가 느슨해지면서 2개에서 3개로 변하는 등 염색체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며 "염색체에 구조적 이상이 있으면 착상에 실패하거나 유산될 위험이 커, 미리 이를 진단해 이상 없는 배아만 착상시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미국의 대규모 통계에 따르면,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하면 40세 이상에서 임신 성공률이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난임 인구 20만명… 40대 성공률 20% 안팎
실패 반복 땐 배아 5일 배양, 튼튼한 것 골라
멜라토닌·항산화 물질 효과 연구도 진행 중


배아 모아 이식=체외수정 과정 중 과배란을 통해 나오는 난자를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모아둘 때는 배아를 냉동한다. 보통의 난임 여성은 과배란 과정에서 난자가 10~15개 정도 나온다. 난소 기능이 저하된 여성은 과배란 유도를 해도 난자가 3개 이하로 나온다. 그러나 과배란 유도를 2~3번 반복, 난자를 10개 가까이 모아 한 번에 넣어주면 임신 확률도 높아진다. 권황 교수는 "난자가 3개 이하로 나오는 상태에서 체외수정을 하는 것보다 임신 성공률이 10% 이상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분당차병원 난임센터가 588명의 난소기능저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배아 모아 이식을 하면 신선 배아 이식을 했을 때와 비교해 임신 성공률이 18.8%에서 29.6%로 높아졌다.

배아 5일 배양법=배아를 5일간 배양한 뒤, 생존한 개체를 냉동한 뒤 이식하는 방법이다. 체외수정 과정 중 과배란 유도를 하면,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같은 여성호르몬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진 상태가 된다. 여성호르몬은 자궁내막 상태에 관여해, 수치가 과도하면 배아가 제대로 착상하기 어렵다. 배아 5일 배양법은 수정된 배아를 5일간 배양한 뒤, 냉동한다. 이후 여성이 과배란 주기가 끝나 자궁내막이 정상화 됐을 때 배아를 이식해준다.

권황 교수는 "여기서 5일간 배아를 배양하는 이유는 5일간 둬도 생존하는 튼튼한 배아를 골라내기 위해서다"라며 "5일 전에 생존이 안 되는 배아는 이식해도 착상이 잘 안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난소 기능도 괜찮고, 몸에 큰 문제도 없는데 체외수정을 2~3번씩 실패하는 사람이 시도하면 좋다. 분당차병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5일 배양법을 하면 신선 배아를 이식한 것보다 임신 성공률이 약 29%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산화 성분도 적극 연구… 곧 결과 나올 것

기술적 시도 외에, 특정 성분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으로 난자·배아의 질(質)을 높이려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권황 교수는 "대표적인 게 멜라토닌"이라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난소에 멜라토닌 수용체가 있어 멜라토닌과 난자 사이에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단, 섣부른 멜라토닌 복용은 금물이다. 임상시험 단계라 복용 전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학계는 항산화 물질 섭취도 주목하고 있다. 권 교수는 "산화 스트레스와 배아의 염색체 이상이 연관됐다고 추측 중이라, 항산화 물질인 코큐텐이나 효소인 SOD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