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까지 '말똥말똥'… 습관 아닌 병(病)일 수도

입력 2010.01.19 23:05   수정 2010.01.20 05:54

청소년의 10~12%가 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

새학기에 고3에 올라가는 신모(18·서울 서초구)군은 잠 때문에 걱정이 많다. 오전 9시까지 학교에 가지만, 졸려서 낮 12시까지 계속 엎드려 잔다. 점심시간에 겨우 잠에서 깨기 시작해 공부하다가, 밤 11시에 집으로 돌아오면 정신이 말똥말똥해져 새벽 4~5시까지 잠들지 못한다.

이런 증상을 흔히 밤에 늦게 자서 수면리듬이 깨지는 것이라고 치부하지만, '지연성수면위상증후군'이라는 질병일 수 있다. 이 병이 있으면 정상인보다 2~5시간 늦게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도 그만큼 뒤로 밀린다. 자기 의지로 도저히 수면 시간을 앞당기지 못하면 이 질병일 가능성이 있다. 홍승철 성빈센트병원 정신과 교수는 "전 인구의 약 6%가 이 질병을 가지고 있으며, 청소년기의 유병률은 10~12% 정도"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수면에 관계하는 유전자가 생체시계를 뒤로 밀어 놓은 뒤에 사람이 의지에 따라 조정할 수 없게 만드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질병이 있으면 자기 자신의 힘으로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수면의 질과 양은 정상인과 똑같다. 수면위상증후군 환자가 잘 때 나오는 멜라토닌 등의 호르몬을 조사해 본 결과 정상인과 수면의 질 차이는 나지 않았다. 이는 정상인이 방학이나 긴 휴가기간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과 대비된다.

보통 광선 치료와 멜라토닌 제제 투여를 1년 정도 받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동안 약 2천500럭스~1만 럭스의 형광등 불빛을 약 30㎝ 떨어진 거리에서 쪼이면 잠을 오게 하는 멜라토닌이 확 줄어들면서 잠에서 깬다. "잠을 자기로 목표한 시각의 4~5시간 전에 0.5~1㎎의 멜라토닌을 먹으면 수면 시간이 조금씩 앞당겨진다"고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일정량 이상을 먹으면 호르몬 분비 체계가 흐트러져 오히려 수면 시간이 더 늦어지므로 의사가 처방한 복용량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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