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 3인의 건강비결 2. 에스더클리닉 여에스더 원장

여에스더(43세) 원장은 타고난 ‘약골’이다. 초등학교 시절 500m만 걸어도 쓰러질 듯 어지러워 매일 학교 앞까지 차를 타고 등·하교했다. 결석한 날도 많아 학창시절 개근상은 남의 이야기였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하루도 피곤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건강상태로 보면 사람 구실도 못했다”고 회고하는 여 원장은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약골이 아니다.
난 사람 구실도 못했다?
약골 어린이는 뜻밖에도 의사가 되고 싶었다. 친정 아버지와 삼촌, 고모, 심지어 사촌동생까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모두 40~50대 창창한 시기에 돌아가셨다. 유난히 암 환자가 많았던 집안 유전자를 탓하기에 앞서 ‘가족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의대입학을 준비했고, 꿈을 이뤘다. 하지만 타고난 약골에겐 빠듯한 의대 생활이 쉽지 않았다. 여 원장은 “건강에 자신도 없는 놈이 무슨 의사냐”는 핀잔도 수없이 들었다. 악으로 깡으로 ‘못된’ 체력을 감당했다“고 그 시절을 회고한다.
어렵사리 의사가 됐고, 결혼을 했고, 아들 둘을 출산했다. 그런데 체력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숨쉬기도 힘들고 온몸이 이유 없이 쿡쿡 쑤셔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암의 공포가 엄습했다. 대장 검사를 했더니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용종이 여럿 발견돼 제거수술을 받았다. 여 원장은 “이러다간 얼마 못 살겠다는 불안감, 두려움 속에 지냈던 우울했던 날들이었다. 36살까지 나에겐 건강했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여에스더 원장의 ‘24시 건강법’
7년 전, 37세 때 마음을 고쳐먹었다. 남편, 두 아들, 병원 환자에게 부끄러운 아내, 엄마, 의사가 되기 싫었다. 그래서 24시간 생활 패턴을 모두 바꿨다. 먹고 자는 것부터 자투리 시간 1분도 쉬지 않고 활용하자고 마음먹었다. 유별나지 않아 보이는 그녀의 ‘24시 건강법’을 소개한다.
첫째, 운동을 시작했다.
과격한 운동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집 앞 양재천을 1시간씩 매일 저녁 걷는다. 아이들 재워놓고, 10시쯤 남편과 함께 걷는다. 그냥 걷지 않는다. 20분은 ‘욕 하면서’ 걷는다. 건강에 독약 같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남편에게 하루 동안 만난 사람,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쉴 새 없이 수다를 떤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버리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고 활력이 생긴다. 오늘 일은 오늘로 끝낸다는 ‘긍정’도 훌륭한 보약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운동은 걷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쉬는 시간마다 움직인다. 여 원장의 진료실엔 1kg 무게의 아령 2개가 놓여 있는데 근육운동을 위해 짬 날 때마다 든다. 벽보고 윗몸 일으키기, 러닝머신 뛰기도 수시로 한다. 운동을 의무적으로 하는 스트레스가 아닌, 생활 속 친구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 또 강조한다. 7년 전 정상인보다 근육량이 8kg 모자랐던 ‘ET 몸매’였던 여 원장은 유별나지 않은 운동으로 ‘몸짱’을 바라보고 있다.
둘째, 먹는 것을 바꿨다.
그녀의 하루 식단을 따라가 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과일 서너 조각과 저지방 우유 한 잔을 챙겨 먹는다. 배고픔을 잊는 목적과 함께 장운동을 시키기 위해서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면 아침식사를 한다. 잡곡밥 반 공기, 국, 찌게, 나물, 김, 두부(3분의 1모)로 식단을 짰다. 특히 두부는 찌개, 국, 반찬으로 빠뜨리지 않는다. 처음엔 밍밍했던 식단이었지만 익숙해질수록 맛이 느껴진단다. 오전 오후 간식은 손수 준비한 과일 도시락이다. 제철과일 3~4가지를 도시락 가방에 넣어와 간식 겸 점심으로 먹는다. 가끔 외식할 때는 메뉴가 정해져 있다. 중국집에선 잡탕밥, 한식집에선 비빔밥과 순두부찌개, 일식집에선 회덮밥을 시킨다. 모두 단백질과 채소류 섭취가 가능한 식단이다.
오후엔 단백질 가루에 저지방 우유를 부어 먹는다. 단백질이 부족한 체질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물도 하루 2L 이상 마신다. 발효녹차, 올리브잎차도 곁에 두고 들이킨다. 저녁엔 생선이 빠지지 않는다. 구이나 찌개로 생선을 올리고, 손바닥 반 크기의 쇠고기 안심구이도 즐겨 먹는다.
영양제 회사 사장님으로서 건강기능식품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에 복용하는 건강기능식품만 20여 알에 이른다. 종합비타민제, 오메가3, 칼슘제, 비타민D, 쌀 효모 추출물(홍국), 코엔자임Q10, 글루코사민, 단백질제제, 비타민E, 아마씨 가루, 감마리놀렌산을 빠지지 않고 복용한다. 여 원장은 “식사로도 부족한 부분은 건강식품으로 보충한다. 나에게 꼭 필요한 성분을 골라 꾸준히 복용하면서 만성피로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셋째, 잠은 푹 잔다.
하루 8시간 정도는 잔다. 베개는 3개를 쓴다. 목에 받치고, 팔에 안고, 다리에 끼고 잔다. 그리고 침실 방음에 신경을 썼다.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을 없애면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소음 없이 자려고 노력한다. 불빛도 철저히 차단해 잠을 즐긴다.
여 원장의 말대로 그녀만의 특별한 건강법은 없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라’는 의사들의 유행어 그대로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쉬워 보이는 것 같지만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쉼 없이 움직이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면 건강검진을 매년 빠뜨리지 않고 받는다. 여 원장은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로서 나부터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려 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열쇠는 일상에 숨어 있으며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