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증후군' 막으면 99세까지 '팔팔'하게 살 수 있다

입력 2008.06.10 16:04   수정 2008.06.10 17:33

예방·치료 가능한 노쇠증후군

나이가 들어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밥맛도 없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하고, 기억도 가물가물 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심하다면 당신은 '노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쇠증후군(Frailty syndrome)'이라는 병을 앓고 있을 수도 있다. 아직 정확한 국내 유병률 통계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의 7%, 80세 이상 노인의 40%가 노쇠증후군 환자에 해당한다. 이 증후군 환자는 여자가 남자보다 많다.

서울백병원 제공


노쇠증후군은 ▲최근 6개월간 5㎏ 이상 체중 감소▲팔·다리를 만지면 물렁물렁할 정도로 근육량 감소▲열다섯 걸음을 7초 안에 못 걸음 ▲1주일에 3회 이상 심한 피로감을 느낌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음의 5가지 증상 중 3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의심해 볼 수 있다. 1~2가지 항목에 해당되면 노쇠증후군 전 단계인 '허약' 단계로 분류한다.

노화는 보통 30세부터 시작돼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 근육은 위축되고, 뼈는 약해지고, 심장 박동은 둔감해지고, 폐 기능은 떨어진다. 시·청력, 기억력도 감퇴한다. 고혈압, 당뇨, 빈혈, 만성 폐쇄성 폐질환, 우울증 등 질병에도 노출돼 65세 이상에서는 평균 5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노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큰 질환 없이 독립생활을 유지하다 죽는 것.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 2~3일만 아픈 뒤 사망(4)'하고 싶다는 우스갯소리 '9988234'가 성공적인 노화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노쇠증후군은 건강한 노인이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으로, 노쇠증후군이 나타나는 시점부터 신체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노쇠증후군을 방치하면 식사하기, 옷 입기, 용변보기, 목욕하기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장애(disability)' 상태가 된다. 장애는 누워지내는 '와상(臥狀)'상태를 불러오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김문종 교수는 "노쇠증후군 환자는 일반 노인에 비해 5년 후 사망률이 약 30%가 높은 것으로 보고 된다"며 "노쇠증후군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과정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병'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노쇠증후군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통증, 근육 위축 등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임열리 교수는 "최근 노쇠증후군과 체내 염증조절물질과의 관련성이 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염증조절물질 수치가 높아지는데 이것이 근육량, 면역기능, 식욕을 감소시키는 등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노쇠증후군에 해당되는 노인은 일단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최선이다. 서울백병원 내과 권인순 교수는 "와상 노인의 경우 감기만 걸려도 위험한 상태로 진행되고 일상생활로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노쇠증후군이나 허약 단계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장애→와상→사망으로 가는 일련의 과정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쇠증후군 치료는 자신이 노쇠증후군 환자인지 찾아내는 것이 우선. 다음으로 고혈압, 당뇨, 빈혈, 만성 폐쇄성 폐질환, 우울증 등 노쇠증후군을 악화시키는 개별 만성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 요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광일 교수는 "근력 운동 하나만으로도 전신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근력 운동은 이왕이면 노쇠증후군에 걸렸을 때보다 허약 단계에 하는 것이 좋다. 3~6개월 동안 주 3회 30~60분간 운동했을 때 염증조절물질 수치가 감소되고 근력, 유연성, 균형감각을 키움으로써 신체적 활동과, 보행속도가 증가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많은 연구에서 '스트레칭' '근육 운동' '태극권' '자갈길 걷기' 등의 효과가 입증됐다.


>> 노쇠증후군 체크리스트

①최근 6개월간 5㎏ 이상 체중 감소

②팔·다리를 만지면 물렁물렁할 정도로 근육량 감소

③열다섯 걸음을 7초 안에 못 걸음

④1주일에 3회 이상 심한 피로감을 느낌

⑤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음

▶3가지 이상 해당되면 노쇠증후군 의심. 1~2가지 해당되면 노쇠증후군 전 단계(허약 단계)


>> 노쇠증후군 이렇게 잡아라(예방수칙)

①현재 있는 만성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라.

②신체활동을 저해하는 불편감이나 통증이 있으면 빨리 치료하라.

③운동은 최고의 치료제. 가능한 1주일에 3회, 1회에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라.

④근력 운동은 필수. 가벼운 아령 운동을 하라.

⑤콜레스테롤 걱정은 잊고 살코기 중심으로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라.

⑥많이 먹지도 적게 먹지도 말고 골고루 잘 먹어라.

⑦친구도 사귀고 취미도 만들어 즐겁게 생활하라.

⑧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병원에 가라. 나를 잘 아는 '단골의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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