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지도자의 ‘목소리 정치학’

예송이비인후과김형태 원장
입력
2016-02-11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인들이 최근 수년 사이 잇따라 타계해 국민들에게 슬픔을 안겼다. 가장 최근 타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권 입성 전부터 대중을 상대로 하는 다양한 연설 경험을 갖고 있었던 탓에 비교적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법을 구사했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젊은 시절부터 이어진 목소리 떨림이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지고 있다. 목소리 떨림이라고 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도 떠올릴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 성대의 노화로 인해 목소리 떨림이 나타난 김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부터 목소리 떨림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신경 이상이 원인인 연축성 발성장애가 짐작된다.

목소리가 전 대통령의 중요한 유산이 되는 것은 목소리에 한 인간의 성격부터 정치 신념까지 다양한 면모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들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올바른 억양의 소리를 들으면 지적인 느낌을 받으며, 화음이 풍부하게 섞인 목소리에는 신뢰감을 느낀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는 물론 정치인에게 좋은 목소리는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특히 대중 연설의 현장에서 정치인의 목소리는 빛을 발한다. 대중 앞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면서도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연설은 격렬하지 않되 적절한 높낮이가 있고 전반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가 기반이 돼야 한다. 목소리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해 적극적으로 활용한 정치인들도 있다. 목소리의 높낮이나 음색, 속도까지 훈련한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이나 톤을 매우 낮게 하면서 단호하고 결연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본의 고이즈미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만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지금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다름 없는 떨리는 목소리는 교정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치료는 물론 진단조차 어려웠던 연축성 발성장애는 현대에 들어서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을 수 있고, 성대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함으로써 치료 또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훈련과 교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목소리를 가다듬을 수 있다. 성대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복식호흡을 원활하게 하면 성대가 느리고 크게 진동해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달라진 목소리가 조금은 다른 정치적 행보를 이끌었을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번쯤은 지금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그 분’들의 목소리를 상상해보게 되는 요즘이다.

/기고자 :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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