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를 통해 얻은 ‘영혼의 목소리’ 카스트라토

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예송이비인후과/김형태 원장

갓 태어난 아기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와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맑은 목소리를 들으면 한없는 행복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목소리도 변한다. 변성기가 찾아오고 나이가 들면서 음색도 바뀌는데, 이는 누구나 겪어야 할 ‘목소리의 운명’이다.

간혹 이러한 인생의 흐름과 자연의 법칙을 인위적으로 거슬러 소년의 목소리로 남는 이들도 있다. 남성성을 대가로 영혼의 목소리를 얻은 ‘카스트라토(castrato)’가 바로 그들이다.

합창이나 중창 음악에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라는 4성 화음이 필수다. 그러나 남성이 여성의 목소리인 알토와 소프라노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 바로 카스트라토다.

카스트라토는 변성기 이전 남성의 고환과 성기를 절단해 여성화시키거나 고환만을 제거해 귀족 후궁들의 성적 노리개로 삼았던 고대 환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춘기에 이르면 2차 성징이 시작되고 남성의 경우에는 후두골격이 급격하게 자라면서 변성기를 겪는다. 변성기는 조그만 후두가 호르몬 작용에 의해 커지면서 찾아오는데, 보통 목소리가 굵고 낮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카스트라토는 이러한 변성기가 시작되기 전에 고환을 제거함으로써 소년의 목소리로 남는 것을 말한다. 후두를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들은 성장하지만, 목소리 생성 시 울림통 역할을 하는 후두만 소년 상태로 머무르는 것이다. 따라서 카스트라토는 어른의 힘찬 에너지를 이용해 넓은 공명강으로 소리를 만들고, 이것이 소년의 성대와 어우러지면서 여성의 소프라노보다도 깊은 음색과 넓은 음역을 소리를 내는 것이다.

성대는 악기 줄과 같이 길이, 굵기, 긴장도를 빠르게 변화시켜 음의 높낮이를 조절한다. 이 구조물은 쌍으로 존재하면서 서로 마찰하고 진동해 소리를 만든다. 성대는 후두라는 상자 속에 들어 있는데 이 상자가 커지면 그 안에 매달려 있는 줄인 성대도 길어진다. 소아기에는 매우 작은 상자 속에 매달려 있지만 사춘기가 되어 이 상자가 커지면 줄도 두툼하고 길어져 굵고 낮은 목소리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후두와 성대의 크기는 호르몬의 미세한 분비에도 달라진다. 따라서 소년의 높고 청아한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두와 성대를 성장시키는 호르몬 분비를 막아야 한다. 결국 남성 호르몬은 사춘기 시기에 고환에서 분비되므로 카스트라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환을 제거해야 했다.

현대에는 천상의 목소리를 얻기 위해 남성을 포기했던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이들이 천상의 소리를 얻기 위해 지불했던 대가는 성 정체성이라는 값비싼 희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목소리를 위해 성 정체성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의학의 발달로 남성 역시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성대수술을 통해 남성의 성대와 후두를 여성의 크기로 바꿔주면 된다. 의학의 발달은 거세 없는 카스트라토의 등장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기고자 :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전문의 / 의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부교수
현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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