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후 마약 구하려 남성에 정서적 종속, 성폭력도… 낙인 견디지 못해 재발에 취약

마약사범 여성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청소년으로 좁히면 여성이 70%에 이른다. 남성은 주로 또래 집단을 통해 마약에 처음 손을 댄다. 여성은 어떨까. 여성이 마약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는 크게 둘이다. 남자친구와 다이어트. 남자친구가 건넨 엑스터시 탓에 마약에 중독됐다는 김연수(가명)씨와 다이어트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으로 마약을 투약하기 시작했다는 송민지(가명)씨를 만나봤다. 이들은 입을 모아 “주변에 여성 중독자가 상상 이상으로 많은데 회복률은 남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며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의 마약 투약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 중독자의 삶을 들여다본다.
◇필로폰, ‘다이어트에 특효’라며 판매도… “구입 너무나 쉬워”
김연수씨는 “악화하는 우리 관계를 개선해 줄 것”이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마약을 시작했다. 마약을 투약하고 나니 정말로 남자친구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1주일에 두 차례씩 마약을 투약했다. ‘남들 다 마시는 술 대신 나는 마약을 한다’고 생각하며 자위했다. 폐쇄된 공간에서 투약하던 마약을 페스티벌·해외 여행 등지에서 점차 대범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2년 여 간 안 해본 마약이 없을 정도로 약에 절어 살았다. 마약을 사기 위해 운영하던 미용실도 처분했다.
송민지씨는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탓에 마약에까지 손을 댔다. ‘다이어트에 특효’라며 필로폰을 홍보하는 온라인 판매처를 접했고, 스스럼없이 구입했다. 약에 취한 며칠간 밥은 못 먹고 물만 들이킨 탓에 살이 빠질 수밖에 없었노라고 송씨는 말한다. 그렇게 3개월을 필로폰에 취해 지냈다.
◇‘여성 약쟁이’라는 낙인 두려워 재활에 소극적
김씨와 송씨 모두 수사기관에 마약 투약 사실이 적발되며 중단한 사례자들이다.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여성 중독자들이 검거되고 있을까.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마약사범은 2018년 2719명에서 2022년 4966명을 거쳐 2023년 891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마약사범 10명 중 3명이 여성이다. 청소년 마약사범의 경우 2018~2023년에 검거된 만 14~18세 청소년은 총 1430명이다. 이중 여성이 1009명, 남성이 421명이었다.
여성은 주로 남성에 의해 약물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을지대 상담중독학과 백형의 교수는 “중독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여성 중독자 대다수는 교제하던 남성이 건넨 것으로 마약을 시작한다”며 “그 후 마약을 구하기 위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성적 폭력으로 트라우마까지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중독자들은 ‘여성 약쟁이’라는 낙인과 사회적 편견이 더해져 적극적으로 재활에 나서지 못하고, 그래서 재발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마약 재사용을 막으려면 NA 모임(자조모임) 등에서 다른 중독자들과 경험담을 나누면서 단약 의지를 다지는 게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자조모임에서 여성 중독자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씨는 “그나마 참여하는 여성들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참여해 서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며 “당연히 그 자리에서 말도 잘 안하는데, 손목에 있는 흉터 자국으로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에 적발돼 다행… 아니면 죽었을 것”
김연수씨와 송민지씨는 마약으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을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김씨는 단약 1년 6개월 차다. 처음 마약을 끊었을 땐 갈망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프라이팬을 잡지도 못할 정도로 손이 떨렸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식욕억제제를 먹으면 마약을 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이를 복용하다가 ‘대체 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김씨는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삶이 처참할 정도로 피폐해져 결국 우울증 약을 매일 복용했다”며 “자조모임에 참여했다가 공황 발작이 와서 뛰쳐나가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말한다.
송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감정 기복이 병적으로 심해졌다. 한없이 무기력하다가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나서 주변에 있던 모르는 사람에게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 그는 “마약을 하기 전에는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뜰 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말이 많고 또 조리 있게 잘했다”며 “그런데 마약 시작한 이후부터는 자주 말을 더듬고 하려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에 적발된 게 다행”이라고 말한다. 단약의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본인이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여러 자조모임에서 알게 된 여성 중독자들 대부분은 재발했고 혼자 힘으로 단약을 이어가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다”며 “그게 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단약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적발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마약을 투약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처음 경찰서에 불려갔을 때의 충격을 떠올리며 단약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섭식장애 치료 등 여성 특화 프로그램 필요”
여성 중독자는 남성보다 마약 관련 회복률은 낮고 사망률은 높다.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마약 중독과 연관된 사망률이 남성보다 2배가량 높았다. 특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백형의 교수는 “통합적인 회복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여성 마약 중독자는 심리적·사회적·생물학적 특성이 다르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젊은 여성들은 섭식장애로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다가 마약류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회복 프로그램에 섭식장애 치료와 관련된 과정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하기관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마약류 중독자의 상황에 맞는 사회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남성, 여성이 따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여성 맞춤형 전략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중독자의 마약류 사용 동기 등 환경을 고려해 더욱 촘촘하게 마약류 상담과 재활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필로폰, ‘다이어트에 특효’라며 판매도… “구입 너무나 쉬워”
김연수씨는 “악화하는 우리 관계를 개선해 줄 것”이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마약을 시작했다. 마약을 투약하고 나니 정말로 남자친구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1주일에 두 차례씩 마약을 투약했다. ‘남들 다 마시는 술 대신 나는 마약을 한다’고 생각하며 자위했다. 폐쇄된 공간에서 투약하던 마약을 페스티벌·해외 여행 등지에서 점차 대범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2년 여 간 안 해본 마약이 없을 정도로 약에 절어 살았다. 마약을 사기 위해 운영하던 미용실도 처분했다.
송민지씨는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탓에 마약에까지 손을 댔다. ‘다이어트에 특효’라며 필로폰을 홍보하는 온라인 판매처를 접했고, 스스럼없이 구입했다. 약에 취한 며칠간 밥은 못 먹고 물만 들이킨 탓에 살이 빠질 수밖에 없었노라고 송씨는 말한다. 그렇게 3개월을 필로폰에 취해 지냈다.
◇‘여성 약쟁이’라는 낙인 두려워 재활에 소극적
김씨와 송씨 모두 수사기관에 마약 투약 사실이 적발되며 중단한 사례자들이다.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여성 중독자들이 검거되고 있을까.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마약사범은 2018년 2719명에서 2022년 4966명을 거쳐 2023년 891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마약사범 10명 중 3명이 여성이다. 청소년 마약사범의 경우 2018~2023년에 검거된 만 14~18세 청소년은 총 1430명이다. 이중 여성이 1009명, 남성이 421명이었다.
여성은 주로 남성에 의해 약물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을지대 상담중독학과 백형의 교수는 “중독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여성 중독자 대다수는 교제하던 남성이 건넨 것으로 마약을 시작한다”며 “그 후 마약을 구하기 위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성적 폭력으로 트라우마까지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중독자들은 ‘여성 약쟁이’라는 낙인과 사회적 편견이 더해져 적극적으로 재활에 나서지 못하고, 그래서 재발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마약 재사용을 막으려면 NA 모임(자조모임) 등에서 다른 중독자들과 경험담을 나누면서 단약 의지를 다지는 게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자조모임에서 여성 중독자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씨는 “그나마 참여하는 여성들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참여해 서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며 “당연히 그 자리에서 말도 잘 안하는데, 손목에 있는 흉터 자국으로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에 적발돼 다행… 아니면 죽었을 것”
김연수씨와 송민지씨는 마약으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을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김씨는 단약 1년 6개월 차다. 처음 마약을 끊었을 땐 갈망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프라이팬을 잡지도 못할 정도로 손이 떨렸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식욕억제제를 먹으면 마약을 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이를 복용하다가 ‘대체 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김씨는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삶이 처참할 정도로 피폐해져 결국 우울증 약을 매일 복용했다”며 “자조모임에 참여했다가 공황 발작이 와서 뛰쳐나가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말한다.
송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감정 기복이 병적으로 심해졌다. 한없이 무기력하다가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나서 주변에 있던 모르는 사람에게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 그는 “마약을 하기 전에는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뜰 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말이 많고 또 조리 있게 잘했다”며 “그런데 마약 시작한 이후부터는 자주 말을 더듬고 하려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에 적발된 게 다행”이라고 말한다. 단약의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본인이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여러 자조모임에서 알게 된 여성 중독자들 대부분은 재발했고 혼자 힘으로 단약을 이어가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다”며 “그게 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단약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적발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마약을 투약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처음 경찰서에 불려갔을 때의 충격을 떠올리며 단약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섭식장애 치료 등 여성 특화 프로그램 필요”
여성 중독자는 남성보다 마약 관련 회복률은 낮고 사망률은 높다.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마약 중독과 연관된 사망률이 남성보다 2배가량 높았다. 특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백형의 교수는 “통합적인 회복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여성 마약 중독자는 심리적·사회적·생물학적 특성이 다르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젊은 여성들은 섭식장애로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다가 마약류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회복 프로그램에 섭식장애 치료와 관련된 과정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하기관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마약류 중독자의 상황에 맞는 사회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남성, 여성이 따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여성 맞춤형 전략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중독자의 마약류 사용 동기 등 환경을 고려해 더욱 촘촘하게 마약류 상담과 재활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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