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세 번의 암 겪었지만… “저는 행운아입니다”

입력 2023.02.14 08:50

<아미랑 인터뷰>

  3년 동안 위암, 간암, 대장암을 이겨내신 이석현(70·경기도 시흥)씨의 투병기를 전해드립니다. 하나의 암도 이겨내기 힘들어 하는 남들과 달리, 세 번의 암을 초기에 발견한 것을 행운이라 여기며 생활하고 계신 분입니다. 그와 동행하며 세 번의 암 모두 무사히 극복하게 도운 주치의 가천대길병원 외과 이원석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석현씨(왼쪽)와 그의 주치의인 가천대길병원 외과 이원석 교수​./사진=헬스조선DB
이석현씨(왼쪽)와 그의 주치의인 가천대길병원 외과 이원석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위암 수술 후 ‘덤핑증후군’
이석현씨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건 2018년 2월입니다. 국가 암 검진으로 위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이상 소견을 들었습니다. 가천대길병원을 방문해 곧바로 정밀 검사를 실시했고, 위암 1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치료는 암 부위를 절제하고 남은 위 부분을 작은창자 윗부분과 잇는 ‘위아전절제술’을 시행했습니다.

위암으로 위의 3분의 1을 절제한 이씨는 식습관 변화가 제일 힘들었다고 합니다.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후유증인 ‘덤핑증후군’ 때문이었는데요. 위암 수술로 위 크기가 작아지고 위 배출을 조절하는 괄약근이 제거되면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소장에 바로 들어가, 설사·구토 등을 유발하는 겁니다. 이씨는 그간 먹던 음식의 절반도 안 되는 양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헛구역질과 구토를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힘들 때마다 옆에서 챙겨주는 아내를 보며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많이 먹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음식을 조금씩 자주 그리고 꼭꼭 씹어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소화가 잘 되도록 운동도 병행하며 두 달이 지나자, 편하게 음식을 먹으며 일상생활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3~6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추적 검사를 받았습니다.

두 번째 암 발생
1년이 지난 시점인 2019년 7월, 간암이 발견됐습니다. 간 속 작은 크기의 물혹이 종양으로 발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도에 처음 혹을 발견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물혹 크기가 작고, 모양 등에 변화가 없어 제거하지 않고 둔 상태였습니다. 간의 물혹은 악성으로 바뀌거나 크기가 커지지 않는 이상 치료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간암 판정 1주일 후, 곧바로 좌간엽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위암에서 비롯한 전이암은 아니었습니다. 다발성 원발성 악성종양이었습니다. 한 환자에게 두 개 이상의 원발성 악성종양이 동시 또는 시간을 달리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는 재발이나 전이암은 아닙니다. 다발성 원발성 악성종양의 발병률은 0.5~11%입니다. 다발성 원발성 악성종양 환자의 경우 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시행해 평생 추적 관찰하기를 권합니다.

또 한 번의 좌절
암과의 작별은 어려웠습니다. 2020년 5월 또다시 상행결장에서 암이 발견됐습니다. 세 번째 암, 대장암이었습니다. 이석현씨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남들은 한 번도 걸리기 어려운 것을 세 번이나, 그 것도 매년 걸렸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더 이상 두려운 마음은 없었습니다. 두 번의 암을 이겨내며 가천대길병원 의료진에 대한 믿음이 생긴 상태였습니다. 6월, 오른쪽 대장의 절반을 떼어내는 ‘우측 결장반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은 역시 성공적이었습니다.

“의료진의 관심과 배려가 큰 힘 됐어”
세 번의 암을 겪으며 좌절할 법도 했지만 이석현씨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워낙에 긍정적인 성격이기도 했고, 치료의 부담이 크지 않았던 덕분이라고 합니다. 가천대길병원에서는 소화기내과·외과의 효과적인 협진을 통해 암 진단 후 치료까지 환자 기다림을 최소화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장암의 경우 검진부터 수술까지 채 1주일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석현씨의 주치의인 외과 이원석 교수에 따르면 가천대길병원 소화기암센터는 이씨가 고령에, 위암과 간암 경력이 있는 만큼 다학제 진료팀이 치료 방법 결정에 신중을 기했다고 합니다. 내과·외과·영상의학과·방사선 종양학과 등 7개 진료과 전문의가 팀을 이뤄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낸 겁니다.

빠른 치료와 더불어 첨단 의료 기술도 이씨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존 개복수술보다 합병증이 적은 복강경 수술을 진행함으로써 이씨는 수술 상처와 수술 후 통증이 적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로봇 수술로 진행됐던 대장암 수술의 경우, 하루 만에 집중치료실을 나와 일반병실로 옮길 정도로 회복이 빨랐는데요. 수술 후 통증이 거의 없던 이씨는 수술 바로 다음 날부터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거동하며 운동도 했다고 합니다.

소화기암센터 코디네이터의 역할도 컸습니다. 가천대길병원은 암 환자 치료·관리를 위한 PHR(Persnal Health Record) 프로그램을 통해 암 환자에게 암 전문 코디네이터를 매칭해줍니다. 접수·등록·검사·수술로 이어지는 모든 치료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줍니다. 수술 후에는 담당 코디네이터가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영양·운동·치료 정보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술 위험하다’ 뒤늦게 깨달아
이석현씨에게 세 번이나 암이 생긴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술과 담배를 좋아한 과거 생활이 암 위험을 높였을 것이라고 이씨 스스로 말합니다. 이씨는 20년갑(20년 동안 하루 1갑) 이상의 흡연력을 지닌 흡연자였습니다. 2007년에 금연에 성공하긴 했지만, 술은 끊기가 어려웠습니다. 마당이 있는 주택에 거주하며 주말마다 가족들이나 지인들을 초대해 시간을 보냈는데요. 이때 빠지지 않았던 것이 바로 술이었습니다. 매 주말을 술과 함께 보냈습니다. 7~8명 정도가 모여 20병은 거뜬히 마실 정도로 애주가였습니다. 음주와 흡연 중 한 가지만 해도 암 발병률은 크게 높아지는데, 두 가지를 모두 하면 특정 암의 발병률이 최대 7배로 높아집니다.

이씨는 “암에 걸리고 난 후 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비소로 깨달았다”며 “유독 술에는 관대한 사회인데,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음주가 위험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 역시 입을 모읍니다.

정기 검진은 영원한 숙제
현재 이석현씨는 모든 암이 깨끗하게 사라진 상태입니다. 6개월 주기로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위암은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건강관리를 잘 하면 2024년과 2025년에 간암, 대장암이 차례로 완치 판정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씨가 겪은 암은 다발성 원발성 악성종양으로, 또 다른 암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이씨는 “병원과 친하게 지내며 꾸준히 검사받을 것”이라며 “암을 모두 말끔히 제거해준 주치의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의료진을 믿고 크게 걱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석현씨, 이원석 교수와 나눈 얘기 들려 드립니다.

<이석현씨>
이석현씨./사진=헬스조선DB
이석현씨./사진=신지호 기자
-거듭된 암 진단에 힘드셨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인생의 굴곡을 낙관적으로 보는 성격입니다. 암도 그랬습니다. 의료진이 알아서 잘 치료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암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때가 있었지만, 그럴 땐 저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는 교수님과, 저를 살리겠다고 보살펴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습니다. 이들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결과도 좋았고요.”

-주변 분들의 응원이 각별했다던데?
“제가 워낙에 친화력도 좋고 사람을 좋아합니다. 암 진단 전에는 매 주말마다 손주들, 동창들, 동료들을 불러 가든파티를 했습니다. 사람에 죽고 못 살다 보니, 그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암을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심전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사랑하는 이들이 그 사랑을 고스란히 돌려준 것 같습니다. 병문안에, 전화에 저를 그렇게들 응원해주는데 힘을 안 낼 수가 없었습니다. 암을 다 이겨내고 있는 요즘에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제가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세 번의 암 모두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고, 투병하는 동안에는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곁을 떠나지 않았으니까요!”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게 있다면?
“인생이 180도로 변했습니다. 예전의 저를 생각하면 아찔해질 정도로 모든 면에서 바뀌었습니다. 생각과 행동은 물론 식습관을 비롯한 제 모든 생활을 고쳤습니다. 모임에서는 술이 아닌 건강한 음식과 가족 간의 대화로 시간을 보냅니다. 더 즐겁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운동을 하고, 고기보다 채소를 많이 섭취합니다. 운동은 매일 아침 훌라후프 30분, 스쿼트 120회, 팔 굽혀 펴기 120회를 합니다. 암 진단 전에는 이런 운동을 건너뛴 날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김없이 아침 6시에 일어나 실천합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활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금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암 검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덜컥 암 진단을 받을까봐 걱정되시죠? 하지만 저처럼 암은 조기에만 발견하면 치료가 수월합니다. 조기 발견이 아니더라도 요즘 의술 놀라울 만큼 많이 발전해 있습니다. 두려움을 버리고 부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세요. 이미 암과 투병 중이시라면 의료진을 전적으로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의료진이 아닌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거나 흔들리면 본인만 힘들어집니다. 주치의가 하는 말만 잘 듣고 그대로 실천하면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원석 가천대길병원 외과 교수>
이원석 가천대길병원 외과 교수./사진=헬스조선DB
이원석 가천대길병원 외과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이석현씨가 암을 순탄하게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암을 조기에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수술만으로 암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 후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신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수술은 의료진의 몫이지만, 건강 습관은 스스로 개선해야 합니다. 아직 간암과 대장암은 완치 이전이긴 하지만, 성실하게 정기 검진을 나오시고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시는 만큼 무탈하게 오래 사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석현씨가 투병 중 힘들어한 적은 없었나요?
“크게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암을 세 번 겪는다는 게 사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인데, 다행히 세 번 모두 초기에 발견돼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위암, 간암, 대장암 모두 개복하지 않고, 합병증이 적은 복강경 수술로 치료했습니다. 4세대 최첨단 의료 로봇인 ‘다빈치Xi’를 비롯, 최신 항암 치료 방법을 적용해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수술 상처와 수술 후 통증이 적어 빠르게 회복하셨습니다. 수술 다음날부터 바로 복도를 가볍게 걸을 수 있었고, 열흘 후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택시를 타고 귀가하실 정도로 회복이 빨랐습니다. 입원 기간이 짧아서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해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대장암 환자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은?
“대장암뿐 아니라 간암과 위암의 공통된 위험인자는 술과 담배입니다. 술, 담배, 불규칙한 생활은 암을 유발합니다. 지금 당장 술과 담배와 작별하세요. 음식은 자극적인 것만 피하시면 됩니다.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삼시세끼 골고루 챙겨 드세요. 특히 대장암 수술 후에는 소화불량으로 인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데요. 수술 후 기력이 없더라도 규칙적인 운동과 절제된 식사로 면역력을 지키다 보면 금세 회복하실 겁니다.”

-투병 중이신 암 환자분들께 한 마디.

“암에 걸렸다고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마세요. 혼자 낙담하며 시간을 보내기 보단, 의료진과 전문 코디네이터를 만나 고민을 덜어내길 바랍니다. 지역별 암 거점 병원에는 최고의 장비 및 시설과 의료진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 받으세요. 여기에, 이석현씨처럼 정기적인 검진으로 추적 관찰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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