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부족한데? 대북 코로나 지원 유력한 '약'​

입력 2022.05.17 17:50

대증 치료제, 중증환자용 항체치료제·스테로이드 유력
제약계 코로나 정점 지나 지원 여력 있어
국회, 국내 상황 고려한 지원 검토 ​

대증 치료제, 중증환자용 항체치료제·스테로이드가 대북지원 의약품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클립아트코리

코로나19 청정지역임을 강조해왔던 북한이 최근 코로나 환자가 대거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등 의료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19 새 변이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고, 윤석열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의약품, 진단 및 방역 물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영향이 컸던 지난 2~4월 의약품 품귀현상을 겪었고, 대란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게 적절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해열제·소염진통제·기침약 등 증상 조절제 포함 유력
정부와 의료계, 제약계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관련 대북 지원 의약품은 해열제, 소염진통제, 기침·가래약, 콧물약 등 증상 조절제 위주 구성이 유력하다. 현재 북한은 당장 코로나 증상 조절을 통한 중증·사망 예방이 시급한 상황으로 추정, 이에 맞는 대증치료 약물을 보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박상민 부소장(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북한의 발표를 보면, 지금 단계에선 코로나가 확산세에 접어들어 증상 조절 약들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는 일반적인 독감과도 증상이 비슷하기에 해열제, 진통소염제, 콧물, 기침·가래약 등 당장의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약이 우선 지원 목록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연세대의료원 통일보건의료센터 정진현 약학기획단장(연세대 약학대학 교수)도 "북한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증상 조절제와 항생제 등이 필요한 상황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정진현 단장은 "북한은 지금 약물 오남용을 걱정할 게 아니라 당장 코로나 환자에게 사용해야 할 의약품 수급이 긴급한 상황으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항체치료제, 스테로이드 등이 포함될 가능성도 크다. 북한 상황에 밝은 의료계 주요 인사들은 증상 조절제는 경증 환자에게 유용할 뿐,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환자가 많은 북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항체치료제와 스테로이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회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헬스조선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의료체계가 열악해 우리나라보다 진단도 늦고 신속한 치료도 어려워, 이미 코로나에 감염된 이들이 중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해열진통제 등 증상 조절제와 함께 항체치료제 등 중증화를 예방할 수 있는 의약품이 함께 지원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도 부족한데 북한 지원?… “정점 지나 여유 있어”
일각에서 제기된 북한 의약품 지원으로 인한 국내 의약품 공급 차질 우려는 우려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제약계는 국내 코로나 관련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을 생산하는 A 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 관련 의약품이 정점일 때만큼 부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공식적인 대북 지원 요청이 있다면 추가 생산이 가능한 여력은 있다"고 말했다.

종합감기약, 해열제 등을 생산·공급하는 B 제약사 측은 "코로나 확진자수가 폭증한 당시 공장을 최대치로 가동해 현재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B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유통 물량은 부족하지 않고, 대북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도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 상황을 볼 때, 대북 의약품 지원을 한다고 해서 국내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 봤다. 박상민 부소장은 "우리나라는 코로나 정점이 지나 북한을 지원해줘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박 부소장은 "우리나라도 일시적으로 해열진통제 등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나, 정점이 지난 이후에도 의약품 생산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현장의 의약품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는 국내 의약품 공급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며 대북 의약품 지원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 전했다. 신현영 의원은 "만일 북한이 공식적으로 (지원 수용 입장을) 밝힌다면, 대북 의약품 지원은 우리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정점이 지나 대북 지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서 백신 지원 고려 필요
다만 당장 의약품이 전달되더라도 북한 상황이 진정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의 특성상 백신 접종이 병행되어야 감소세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진현 단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백신을 통한 전반적인 면역력이 형성되어야 실질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라며 "mRNA 백신은 북한의 전력 상황, 수송 시스템 등을 고려할 때 활용이 불가능하므로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민 부소장은 "백신은 전달 후 실제 접종까지 최소 3주~한 달이 걸리기에 지금 북한 상황에선 시급성이 떨어질 것이나 코로나19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추후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감염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고 확산하는 코로나 흐름을 볼 때, 코로나 대응을 위해선 백신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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