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국가도 있는 대마, 진짜 담배보다 중독성 없을까?

입력 2021.04.23 10:14

정신적 중독성 높아 위험… ‘옆에만 있었다’ 핑계 안 통해

마약
대마는 정신적 중독이 강한 마약이다/사진설명=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2일 가수 비투비 전 멤버 정일훈은 대마초 161회 흡연 혐의를 인정했다. 그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마는 중독성이 없어 담배보다도 안전하다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 대마는 중독성이 없는, 담배보다 안전한 물질일까?

◇대마, 환각·정신적 쾌락 중독 물질
일단, 일부 국가에서는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대마가 중독성이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대마는 '정신적 중독'을 일으키고 의존성을 높이는 물질이다. 중독이란 크게 정신적 중독과 신체적 중독으로 구분되는데, 대마의 경우 정신적 중독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된다.

성균관대학교 과학수사학과 정희선 석좌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는 "대마가 중독성이 없다면 (정씨가) 161회나 피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마는 환각성이 강해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이를 또 경험하고 싶게 만들어 정신적으로 대마에 심하게 의존하게 하며, 습관적으로 대마를 피우고 싶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대마는 환각성도 강력하지만, 자기제어 능력, 상황 판단능력, 거리감도 상실하게 한다. 지난해 부산에서 대마 흡연 후 대형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발생한 것도 대마의 이 같은 작용 때문이다. 정희선 교수는 "대마를 하는 사람들은 흡연 후에도 본인이 괜찮은 상태라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마를 피우면 환각과 함께 거리감 판단 능력이 상실돼 특히 운전할 때 위험해져, 대마를 허용한 국가에서도 대마흡연 후 운전은 음주운전만큼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마의 정신적 중독성은 담배와 비교할 수 없으며, 신체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고도 선을 그었다. 정희선 교수는 "보통 대마를 담배와 비교하면서 담배의 정신적 의존성이 더 크다고 하는데, 대마는 환각성이 있는 물질이라 담배와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밝혔다. 대마를 담배와 비교하며, 담배보다 해롭지 않다고 하는 일은 20대 남성과 60대 여성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마약의 신체적 중독은 금단현상에 따른 부작용, 내성 등을 의미하는데 대마의 신체적 중독성도 증명이 안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옆 사람만 피웠는데 억울? 과학은 진실을 알고 있다
대마 등 마약을 하다 적발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변론 중에 '대마를 피우는 사람 옆에 있었을 뿐, 나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있다. 정말 옆에만 있어도 대마흡연자로 나타나는 걸까?

전 국과수 원장인 정희선 교수는 "현재 과학기술로는 직·간접 흡연 여부는 물론, 얼마나 많이, 오래 대마를 피웠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에서 이미 여러 번의 관련 실험을 시행했는데, 밀폐된 자동차 안에서 두 명이 대마를 피우고 한 사람은 앉혀만 뒀을 때도 비흡연자에게서는 대마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모발검사와 소변검사, 체모검사 등을 시행하면 대마를 비롯한 마약류 복용 여부는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마, 필로폰(히로뽕) 등 마약은 나노그램 단위까지 성분 추출이 가능하기에 마약을 했다면 다 밝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마는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가 지용성이라 반감기가 길다 보니 더 오랫동안 검출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수용성 마약성분도 소변, 머리카락 등에서 3~4일 동안은 성분이 검출되는데, 대마는 지용성이라 길면 흡연 후 14일까지도 검출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종류의 합성 대마, 신종마약이라고 해도 검출에는 문제가 없다. 정희선 교수는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대마, 마약류가 유통되기에 이들이 대응할 수 없게끔 보유한 기술 등을 발표하지 않을 뿐, 국과수는 이미 최신 마약검출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도박, 술보다 중독성 강한 마약… 경각심 가져야
정희선 교수는 대마는 물론 각종 신종마약이 증가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마약은 절대 시작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했다.

정희선 교수는 "대한약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했듯 우리나라 마약류 관리 대상이 300여종이 채 안되는데, 신종마약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난주 기준 UN에서 보고한 것만 1200여 종이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마약은 신체적, 정신적 중독을 일으키고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남기며, 중독을 제어하지 못해 죽음까지 이르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은 도박과 술보다도 중독성이 높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 한번 중독되면 스스로 끊을 수 없기에 경각심을 가지고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