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응고시키는 물질 다량 증가, 심부정맥혈전증 유병률 4배까지
종아리 붓고 아프면 혈관외과를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여성은 혈전(피떡)을 주의해야 한다. 임신을 하면 아이 낳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과다 출혈을 막기 위해 체내에서 혈액을 응고시키는 물질이 증가한다. 계명대동산의료원 혈관외과 박의준 교수는 "혈액을 응고시키는 물질은 임신 후 늘어나다가 출산 직후 가장 많아지고, 출산 후 8~12주에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임신 중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분비가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임신 중에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100배까지도 높아지는데, 에스트로겐은 정맥을 확장시켜 혈액 흐름이 정체하면서 혈전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심부정맥혈전증'이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정맥 중에서도 근육에 둘러싸인 심부(深部)정맥이 혈전으로 막히는 것이다. 임신부의 유병률은 일반인의 2~4배로 더 높다. 혈전이 떨어져 나와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을 막는 '폐색전증'으로 이어지면 급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 혈관외과를 찾는 게 좋다. 주요 증상은 한쪽 종아리가 갑자기 아프고 붓는 것이다. 박의준 교수는 "종아리는 심장에서 가장 멀고 중력의 영향을 받아 혈액이 정체되기 쉽기 때문에 혈전이 유독 잘 생긴다"고 말했다. 폐색전증 의심 증상인 호흡곤란, 흉통, 기침 등이 지속돼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병원에서는 초음파, 혈액검사 등으로 진단하고 보통 항응고제 주사로 혈전을 녹인다.
박의준 교수는 "심부정맥혈전증을 예방하려면 임신 중이나 출산 후 눕거나 앉아만 지내지 말고,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지속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체중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