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체중 20㎏ 늘려 가속도… 스키점프, 살 많이 빼면 반칙

동계스포츠에 숨겨진 의학적 비밀

평창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다.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땀을 흘렸다.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종목마다 다르다. 여기에는 스포츠의학의 원리가 숨어있다. 쇼트트랙부터 스키점프까지 동계스포츠에 숨겨진 의학적 비밀들에 대해 알아본다.


[쇼트트랙과 작은 체형]

쇼트트랙
쇼트트랙 선수들은 체격이 다소 작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육상의 단거리 선수들처럼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쇼트트랙은 직선 주로는 51.7m(한 바퀴 111.12m)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 곡선 주로를 타야 하기 때문에 코너링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격이 크면 코너를 돌 때 원심력을 많이 받아 바깥으로 튕겨져 나갈 수 있어 날렵한 체형이 유리하다. 한국스포츠개발원 김언호 박사는 "순위 싸움을 해야 하는 쇼트트랙은 민첩성이 크게 요구되는 종목"이라며 "민첩성은 체격과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어 쇼트트랙 선수 중 체격이 작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체중관리도 특별히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피드스케이팅과 근파워]

스피드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근파워'가 중요하다. 근파워는 근육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능력을 말하며, 근력과 다르다. 김언호 박사는 "과거에는 스케이트 연습만 많이 하면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순간적인 힘을 바탕으로 슬라이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 근파워를 키우는 속근(速筋) 단련 훈련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파워를 키우는 대표적인 운동에는 점핑, 스프린팅(짧은 시간 전력 질주하는 주법)이 있다. 김 박사는 "근파워를 키우는 훈련은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들에게도 적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선수들의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봅슬레이와 과식]

봅슬레이
봅슬레이 선수들은 다른 동계스포츠 종목 선수에 비해 많이 먹는다. 선수들은 경기를 위해 체중을 20~30㎏ 늘리는데,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썰매가 나가는 속도가 더 붙어 경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남자 4인승의 경우 썰매 무게를 포함해 630㎏을 넘지 않아야 하는 등의 제한이 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민석기 박사는 "봅슬레이 선수들은 5~6개월에 걸쳐 식사량을 늘려 서서히 살을 찌우는 것이 원칙"이라며 "갑자기 체중을 늘리면 무릎 통증 등 관절 문제를 겪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봅슬레이 선수들은 하체 근력 운동을 필수로 한다. 근육을 키워 무릎·발목 관절에 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스키점프와 다이어트]

스키점프
스키점프는 몸무게가 적게 나가야 더 멀리 날 수 있다. 그러나 몸무게를 무제한 줄일 수는 없다. 국제스키연맹은 체질량지수(BMI) 21 미만으로는 감량할 수 없도록 한다. BMI 21 미만인 선수는 페널티로 더 짧은 스키를 사용해야 한다. 스키점프는 스키가 길수록 좋은 기록이 나온다. 스키점프 선수들은 몸무게를 늘리지 않기 위해 하체·복근·척추기립근 등 꼭 필요한 근육만 단련한다. CM병원 이상훈 원장(국가대표 선수촌 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은 "하체 근육은 도약 전까지 자세를 유지하고 0.25~0.3초의 짧은 시간에 힘껏 뛰어오를 때, 복근·척추기립근은 나는 동안 몸의 균형을 잡는 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스키·스노보드와 복장]

스키
스키 선수들은 고글을 3~4개씩 준비한다. 맑은 날 햇빛이 하얀 눈에 비치면 80%가 반사된다. 눈이 부셔 순간 앞이 보이지 않는 '설맹(雪盲)'으로 이어진다. 알파인스키 전(前) 국가대표인 지인 선수는 "거울처럼 어둡게 코팅된 고글은 이런 눈부심을 막는다"며 "흐리고 눈 오는 날에는 반투명 혹은 완전 투명 고글을 착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키와 스노보드는 같은 설상 종목임에도 복장이 다르다. 주로 시간 기록을 재는 스키는 몸에 달라붙는 옷을, 기술 점수를 채점하는 스노보드는 펑퍼짐한 옷을 입는다. 스키 중에서도 기술 경기에 해당하는 프리스타일 스키는 펑퍼짐한 옷을 입는다. 펑퍼짐한 옷은 묘기가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한다.


[아이스하키와 부상]

아이스하키
/연합뉴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다른 부위에 비해 어깨(탈구)와 무릎(내측 인대 손상) 부상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어깨 보호대·정강이 보호대 등을 착용하고 경기를 한다. 부상이 선수 생활에 치명적이지는 않다. 바른세상병원 최인철 원장(한국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 주치의)은 "아이스하키는 팔을 높이 드는 동작이 별로 없고,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이동하기 때문에 무릎으로 전해지는 부담이 적은 편"이라며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부상 때문에 수술 받아도 보통 두 달 정도 지나면 복귀한다"고 말했다. 야구나 축구 선수가 어깨·무릎 부상을 당하면 6개월~1년씩 재활에 전념하는 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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