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강

옛말에 ‘우리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냥’이라고 했다. 그만큼 우리 몸에서 눈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다는 소리다.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 시력에 문제가 생기면 ‘시력을 좋아지게 만든다’는 온갖 방법에 귀를 기울인다. 어린아이들뿐 아니라 낮은 시력 탓에 고생하는 성인들 역시 시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대형 서점을 가보면 ‘시력이 좋아지는 눈 운동법’을 다룬 책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해당 책에서는 주로 눈 주변을 지압하거나, 눈동자를 좌우로 흔드는 등의 방법으로 시력을 좋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압이 시력을 좋게 하긴 어렵다.
길병원 안과 백혜정 교수는 “일부에서는 의료인 아닌 사람이 시력을 개선시키고, 사시를 낫게 해준다며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고액을 받고 시력 개선 운동을 시키는 곳도 있다”며 “하지만 의학적으로 시력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시력이 나빠졌다’는 표현은 근시가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근시란 안구의 구조적 변형으로 안구 앞뒤 길이가 길어지면서 먼 곳을 볼 때 상(像)이 제대로 맺히지 않아 사물을 뚜렷하게 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백혜정 교수는 “근시는 눈이 구조적으로 변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단순히 눈 주위를 눌러주거나 안구를 돌려주는 것만으로는 변형된 구조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는 눈의 피로인 안피로를 개선하는 효과를 낼 뿐이며, 이 역시도 일시적이다”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소아 사시 환자의 경우 만 7세 이전이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골든타임이지만, 이 시기에 눈 운동만 하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약시(안과적 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없음에도 안경 등으로 교정한 시력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까지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비공식적인 시력운동센터에서는 눈 운동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 역시도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다. 백혜정 교수는 “시력은 한번 저하되면 다시 좋게 만들 수 없고, 시력이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은 없다”며 “무엇보다 시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