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눈병을 예방한다', '눈에 실핏줄을 없애준다'는 입소문과 함께 '일본 필수 여행상품'으로 꼽히는 제품이 있다. 바로 '안구 세정제'다. 제품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안구 세정액을 제품 뚜껑에 5mL 정도 부은 뒤 한쪽 눈에 대고 15초에서 20초 정도 눈을 깜빡이면 된다. 사용자들은 제품을 사용한 뒤 액체에 떠다니는 이물질을 확인할 수 있고, 눈에 느껴지는 청량감과 맑은 시야 등을 장점으로 꼽는다. 그런데 전문가에 따르면 이 안구 세정제가 일반 식염수와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안과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안구 세정제 성분을 보면 항히스타민 작용을 하는 크로 르 페니라민 마레 인산염이 100mg당 3mg 정도 들어있다. 이 성분은 감기약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15~20초간 눈에 닿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경희대학교병원 안과 진경현 교수는 "안구 세정제를 사용할 경우 처음에는 약간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눈이 더 가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구 세정제가 비타민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효과 역시 미미하다. 진 교수는 "해당 제품에 들어있는 비타민 B6와 B12는 눈에 잘 침투되지 못한다"며 "또, 너무 짧은 시간 노출되기 때문에 비타민 효과 역시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안구 세정제는 특히 렌즈 착용자들에게 더욱 위험하다. 평소에 렌즈를 끼는 사람은 각막에 상처가 나 있을 가능성이 큰데, 이때 오염된 안구 세정제를 사용하면 각막염이나 결막염 등이 생길 수 있다. 현재 판매되는 안구 세정제의 경우 '무방부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제품이더라도 쉽게 오염될 수 있다.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사람의 눈에는 눈을 보호하는 항생제나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세정제를 사용하면 이러한 역할을 하는 눈물이나 기름층을 닦아내 눈을 더욱 건조하고, 세균에 취약하게 만든다. 안구 세정제에 묻어나온 이물질 중에는 실제로 눈에 들어간 이물질뿐 아니라 우리 눈을 건강하게 해주는 수분층까지 함께 녹아있는 것이다. 진 교수는 "안구 세정제 제품의 경우 성분이 식염수와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오염위험이 큰 안구 세정제나 식염수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이 눈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