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들이 본 연예인의 자살

입력 2008.10.02 16:05   수정 2008.10.02 17:14

최진실 사망에 대한 전문가 분석

가수 유니에 이어 안재환, 최진실 등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연예인들은 왜 자살을 하는지 정신과 전문의들의 의견을 모았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

연예인의 아킬레스건은 프라이버시 문제다. 연예인은 인기를 얻는 순간 프라이버시를 보호 받지 못하게 된다. 그들은 인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까지 속속들이 대중에게 드러내야 한다. 가족사, 성형수술 내력까지 공개하는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더욱 없어졌다. 따라서 연예인들은 일반인 집단에 비해 더 많은 심적 부담을 가지고 살아가며,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연예인들도 사생활을 존중 받아야 할 하나의 인격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악플(악성 댓글)이 새로운 흉기가 됐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근거 없는 사실에 대해 언어적 공격을 받으면서 연예인들은 억울함과 함께 극심한 우울감과 분노감을 갖게 된다. 심한 경우 피해의식을 갖게 되고 모든 사람들이 루머를 진실로 받아들인다고 믿게 된다. 이 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충동적 자살을 감행하기 쉽다.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

악플과 악성루머를 유포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불만의 배설’과 ‘가학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마음속에 불만과 풀지 못한 스트레스가 가득한 사람들이 대중적인 공간에서 이를 배설함으로써 해소하려 한다. 가학성은 상대방이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이들에게 연예인과 같은 공인은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맘껏 욕하며 괴롭히기 쉬운 대상이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다. 따라서 익명성의 그늘 아래 악플이 난무하는 인터넷 문화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이 악플과 악성루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한편 정신과 치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도 대중의 시선에 민감한 연예인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여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하루빨리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 전반의 편견해소가 필요하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이 은 교수>>

흔히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을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들로만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신질환을 앓지 않았던 사람 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사업실패, 실연, 입시실패 등의 심리적인 충격에 대해 대처하기 어려울 때 자살을 생각하게 되며 충동적으로 이를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정서적인 면을 중요시하고 벌어진 상황이나 대인관계에 대처함에 있어 정서적 판단을 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 문제다. 이러한 성향은 위기 상황에서도 이성적인 대처보다 정서적인 판단을 하기 쉽게 만들며 사람들은 극단적인 결정을 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교수>>

유명인일수록 마음속 갈등을 누구에게 털어 놓기 힘들 것이다. 안 그런 척하고 걱정을 감추고 살았어야 할 내용이 많다. 감추는 것들이 표현하기 힘든 분노일 확률이 많다. 그런 것들이 쌓여 자살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한편 안재환에 이어 톱 스타 최진실의 자살까지 잇따라 벌어지면서 사회 전반에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된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온 18세기 말 유럽에서 극중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자살이 급증했다고 한다. 실제 탤런트 안재환씨의 자살이후 연탄가스로 자살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뉴스에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되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최진실의 자살까지 더해져 이에 대한 위험이 더 커졌다.

일반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갈등하고 자살을 하게 되면 자신 또한 그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생각하고 같은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젊은 사람들일 수록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데, 유명 인사를 닮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에서 모방 자살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