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손발저림, 혹시 병일까?

이유없이 손과 발에 쥐가 난 것처럼 찌릿찌릿 저릴 때가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순환이 안 된다’또는 ‘중풍이다’하고 지레 겁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혈액순환장애나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 저린 경우는 극히 일부다. 증상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 손발저림, 과연 어떤 병이 원인일까?

혹시 말초신경병증?
손발이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있고, 때론 근육의 힘이 약해져 물건 쥐는 힘이 떨어지고 걷기가 힘들어지면 말초신경병증을 의심해 본다. 말초신경병증은 말초신경의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손상으로 인해 여러가지 감각, 운동 또는 자율신경계가 이상증상을 보이는 질병이다. 심한 경우 걷기가 힘들 뿐 아니라 근육이 위축되기도 한다.

한편, 자율신경계에까지 손상이 온 경우 손발에 땀이나지 않고 밝은 곳에서 눈이 부시거나 어지러움 등의 전신적인 이상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100여 개 말초신경병증이 알려져 있는데 당뇨병, 요독증, 비타민결핍 등 전신질환에 합병되는 경우가 많다. 당뇨합병증으로 오는 말초신경병증일 경우 주로 다리가 먼저 저리기 시작하다가 양팔까지 증상이 느껴진다. 말초신경병증의 증상은 질병 종류에 따라 다르고,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마다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다.
따라서 의사의 자세한 진찰 외에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 같은 전기진단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혹시 수근관증후군?
손이 저려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병원을 방문한 환자중 대부분이 수근관증후군인 경우가 많다. ‘손목굴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이 질환은 전체 인구의 약 3%에서 발병하는데, 남자보다 여자가 3배 더 많다. 손을 많이 쓰거나 당뇨병, 류머티즘관절염, 갑상선질환이 있는 경우 이 인대가 두꺼워져 정중신경(손과손가락의 근육과 감각을 관장)을 누르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엄지부터 첫 세 손가락이 저리고 통증이 느껴진다. 심한 경우 손목 위까지 올라오기도 하며, 밤에 심해져 자다가 깨기도 한다. 살이 빠지고 손아귀힘이 약해지기도 한다.

가슴 앞쪽에서 양손 등을 직각으로 꺾어 마주했을 때 저림감이 생기거나 심해지는 경우 수근관증후군을 의심해 본다. 손목굴증후군은 항염증제나 신경병성통증을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손을 쉬게 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과도한 손움직임을 피하고, 경구소염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때론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를 넓히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혹시 뇌졸중? 아니면 다른 질환?
저리는 통증보다 시리면서 냉증이 있고 손끝이 차면서 하얘지는 경우 말초혈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동맥경화가 말초 부위 동맥에 생겨 나타나는 병이다. 특히 사지의 작은 동맥염증으로 혈전이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버거씨병은 남성 흡연자에게 잘 생기는데, 심하면 손가락과 발가락을 절단해야 한다.

말초동맥질환은 발목혈압을 재보면 알 수 있다. 문제가 있을 경우 팔뚝혈압과 같거나 1.2배 정도 높게 나타난다. 말초동맥질환은 풍선성형술이나 스텐트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항혈소판제나 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그 밖에 손발저림으로 레이노증후군과 같은 병적인 수족냉증이 원인일 수 있다. 추위에 노출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 의해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면 손발 등의 색이 하얗게 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파란색으로 변하는 질병을 말한다.

레이노증후군은 혈관확장제(칼슘채널차단제)나 혈소판응집억제제 같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또 공황장애와 같은 심리적 원인으로 손발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한 쪽 팔다리 또는 같은 쪽의 얼굴까지 찌릿한 느낌이 갑자기 발생해 5~10분간 계속되면 뇌졸중의 전조증상일 수 있으니 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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