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미세먼지… 대기오염이 머리 나빠지게 한다? [기후병화]

입력 2023.01.18 08:58

[기후병화]

미세먼지 사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몸속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면 뇌가 위축되고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다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맑은 하늘을 보기가 어려운 시대다. 일기예보 미세먼지 경보란엔 수시로 ‘나쁨’이 뜬다. 지난달 환경부가 발표한 바로,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직경 2.5 마이크로그램 미만, PM2.5) 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상위 수준이다. 환경부에서 초미세먼지량을 줄여 2027년까지 중위권 수준인 13㎍/㎥를, 2032년까지 12㎍/㎥를 달성하겠단 포부를 밝혔지만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며 대기 순환이 정체되면, 한반도의 미세먼지를 동해 상으로 날려보내는 북서 계절풍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오염이 인지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종종 보도되곤 한다. 일부 연구자의 주장에 불과한 것일까, 널리 인정받는 사실일까?

◇대기오염-인지기능 간엔 상관관계 이상의 인과관계 有
대기오염 농도와 인지기능이 반비례한다는 상관관계 연구 결과는 많이 누적됐다. 지난해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IJERPH)에 게재된 인도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2020년 7월 10일까지 발간된 대기오염과 인지기능의 연관성에 관한 영어 논문만 해도 53개에 달한다. 대기오염 농도가 짙을수록 노인의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2018년 논문이 그중 하나다. 북경대와 예일대 합동 연구팀이 중국 소재지 162곳을 임의 선정해 주민 2만 5000여 명에게 언어·수학 검사를 시행했더니, 대기 중 ▲이산화황(SO2) ▲이산화질소(NO2) ▲미세먼지 함량이 많은 곳 거주자들의 검사 점수가 비교적 낮은 게 관찰됐다.

국내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연세대 의대와 가천대 의대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거주지의 대기오염 농도와 대뇌피질 두께가 반비례한다고 밝혀진 것이다. 이외에도 대기 중 오염물질 농도가 짙은 곳에 10년 이상 장기 거주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해마, 시상, 기저핵 등 뇌 구조물의 부피가 작은 경향이 있었다.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등 뇌 질환이 없는 50세 이상 장노년층 약 1000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해 알아낸 결과다.

연구에 참여한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조재림 교수는 “생쥐를 미세먼지에 노출시키니 뇌에서 염증이 발생했다는 등, 대기오염이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과정에 관한 연구도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며 “상관관계가 성립한단 근거도 많고, 생물학적 기전도 밝혀졌기 때문에 학계에선 대기오염과 인지기능 간에 인과관계가 성립하리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몸에 들어온 미세먼지가 염증 발생시키는 게 원인 
대기오염이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건 ‘염증’이다. 대기 중 오염물질이 폐로 침투하면 폐에 염증이 생긴다. 우리 몸이 이 오염물질을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킨 탓이다. 폐에 생긴 염증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며 다른 장기에도 염증을 일으킨다. 그중 하나가 뇌다. 뇌에도 수많은 혈관이 있기 때문이다. 더 직접적인 방식도 있다. 인간의 코엔 뇌로 연결되는 후각신경로가 있다. 코로 들이마신 공기 안에 든 오염물질들은 이 통로를 따라 뇌로 직접 들어가기도 한다. 조재림 교수는 “이렇듯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뇌에 염증이 생기다 보면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뇌 질환이 생기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오염 물질 때문에 생긴 염증은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닌다. 이 염증들이 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천식 등 폐 질환, 심장과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면 심혈관질환, 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염증성 장질환이 발생한다. 조재림 교수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유발하는 염증은 전신에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며 “대기오염 탓에 시민의 미세먼지 노출량이 많아지며, 통풍으로 응급실을 찾는 빈도가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뇌세포 속에 들어간 미세먼지./사진=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Technology)'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노력엔 한계… 미세먼지 저감 대책 필요
대기오염이 인지기능에 주는 타격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아이와 노인들이 좀 더 취약하다. 조재림 교수는 “성장 중인 아이들이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 경우, 정상적인 신경발달이 저해될 위험이 있다”며 “노인은 한 신경 경로를 사용할 수 없게 됐을 때 다른 신경 경로를 개척하는 ‘신경 가소성’이 떨어지는데다 혈관 건강도 나빠진 상태기 때문에 미세먼지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의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오염 물질이 만드는 염증의 양을 줄이는 게 뇌 질환과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핵심이다. 채소를 골고루 먹어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고, 술·담배를 끊는 등의 건강관리가 부분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상시의 염증 수치가 낮으면,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돼 염증이 발생해도 독성 물질로 말미암은 타격이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대기오염 농도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외출해도 대기오염 물질의 흡입을 완전히 차단할 순 없기 때문이다. 실내에 머무르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없다. 실외 공기가 오염되면 실내 공기도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기 오염 물질은 실내에서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게 요리할 때다. 환경부 실험 결과, 고등어와 삼겹살을 구운 주방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각각 2290㎍/㎥, 1360㎍/㎥로 측정됐다.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75㎍/㎥ 이상인 상태가 지속할 때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걸 고려하면, 이는 무척 높은 수치다. 조재림 교수는 “생활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한다든가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든가 하는 개인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진 않다”며 “사회적 차원에서 대기 자체를 정화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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