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하나로 음식 나눠 먹으면 ‘이것’까지 공유

입력 2022.01.10 17:16
냄비에 젓가락을 넣는 손
음식을 한 그릇에 공유하면 헬리코박터균이 전파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팬데믹 2년, 감염병 예방에 대한 인식은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 바로 식문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찬은 물론 찌개까지 ‘공유’한다. 이런 식문화는 각종 수인성 전염병은 물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전파할 수 있다.

◇그릇 공유, 위암 원인인 헬리코박터균 옮길 수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의 원인이다. 헬리코박터균이라고도 불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 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며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벼운 소화불량부터 만성 위염, 위암까지 유발한다. 이러한 이유로 ▲소화성 궤양을 앓고 있거나 ▲위 MALT 림프종이 있거나 ▲조기 위암 수술을 했거나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환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필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한 그릇에 든 음식을 같이 먹어서 전파될 수 있다. 원래는 위장관에서 서식하지만 위액 역류로 구강까지 올라온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석 교수는 “배양 조건이 까다로운 헬리코박터균이 음식을 통해 전염될 수 있는지는 정확히 연구되지 않았다”며 “다만 구강, 항문 등에 비위생적으로 손을 접촉한 뒤 음식을 공유해 먹는다면 헬리코박터균 전염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이 높다. 이전보다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40대 이후 연령대에선 60%를 웃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은 평균적으로 30% 이하다. 비록 최근 폐암에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위암은 여전히 한국인에게 위협적이다. 위암 환자가 전체 암 환자 중 세 번째로 많다. 그리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 발생 위험도를 3.8배 높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끓여도 살아남을 수 있다. 박준석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이 생존하려면 위산 등이 필요하다”며 “상온에서 6시간 정도 생존하고 95도로 5분 이상 가열해야 사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끓여 먹으면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펄펄 끓고 있는 찌개라도 숟가락으로 서로 번갈아가면서 떠먹으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전파될 수 있다.

◇그릇이나 식기는 꼭 개인용으로 사용해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음식을 한 그릇에 공유하게 됐을까? 여기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난이 유력하다.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계급에 따라 반찬 수가 달랐을 뿐 상차림은 독상 위주였다. 19세기 음식서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 상차림은 1인분의 음식이 1인용 목재 소반에 차려져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정이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일제의 물자 수탈로 먹을 건 물론 식기까지 부족해지면서 음식을 한 그릇에 공유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분석한다.

이렇게 생겨난 식문화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한식당은 인원이 4명을 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반찬을 한 접시에 제공한다. 찌개를 시켰는데 덜어 먹을 접시와 국자를 주지 않는 곳도 많다. 굳이 한식이 아니더라도 큰 접시에 나온 음식을 번갈아서 나눠 먹는 사람이 많다. 가족끼리는 당연한 얘기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있는 사람의 자녀나 배우자는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 영유아도 예외는 아니다. 제아무리 가족끼리라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막으려면 꼭 개인용 식기나 그릇을 사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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