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G 등이 유발 성분… 상황별 판단해야
◇PEG 등에 알레르기 있다면 백신 접종 어려워
현재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을 대부분 따르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백신에 포함된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에 들어 있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과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에 들어 있는 '폴리소르베이트'에 알레르기 경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재우 교수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은 대장 내시경용 장세척제, 기침 시럽, 화장품, 피부 및 수술 중 사용되는 의료 제품, 치약, 렌즈 세척액 등에 포함된 성분"이라며 "폴리소르베이트도 화장품 등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CDC 지침에서는 폴리에틸렌글리콜이나 폴리소르베이트 중 한 가지 유형의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다른 유형의 백신을 맞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컨대 폴리소르베이트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화이자 등 mRNA 유형의 백신을 맞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질병관리청 지침에서는 두 가지 성분 중 하나라도 알레르기 경험이 있다면 접종 금기사항에 해당한다. 콜리에틸렌글리콜과 폴리소르베이트는 교차 과민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국에서는 폴리에틸렌글리콜에 알레르기가 있었던 여성이 폴리소르베이트가 들은 얀센 백신을 접종한 후 고열, 오한 등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美 연구팀, 무조건 피할 게 아니라 상황별 판단해야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두 성분에 대해 확신은 부족했던 상황.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6만5000명 이상의 기록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 변경을 제안했다. ▲폴리에틸렌글리콜 알레르기만 있는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을 접종한 후 30분 경과 관찰 ▲폴리소르베이트 알레르기만 있는 경우 mRNA 백신을 접종한 후 30분 경과 관찰 ▲폴리소르베이트 알레르기만 있으며 최초 접종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종류 무관하게 백신을 접종한 후 30분 경과 관찰 ▲두 성분에 모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알레르기 전문의가 피부 반응 검사 결과를 반영해 결정하는 등 내용이다.
한 가지 연구만으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백신 지침을 변경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부작용을 과도하게 우려해 백신 접종을 피하는 상황은 줄여야 한다. 매사추세츠대 알레르기 면역학과 킴벌리 블루멘탈 박사는 "백신으로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불필요하게 백신 접종을 피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국내 상황으로썬 유연하게 백신을 선택해 투약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알레르기 환자를 위한 지침은커녕, 건강한 사람에게 투약할 백신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침과 달리… 아나필락시스 경험 있으면 '접종 불가'
앞선 두 가지 성분이 아닌, 다른 음식이나 식품에 알레르기 경험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외 지침에서는 앞선 두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가 아닌, 다른 성분에만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웬만해선 접종 후 경과를 관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알레르기 경험이 있었더라도 과민반응의 정도나 정확한 원인 성분에 대한 정보는 부정확할 수 있으므로 접종 전 예진을 통해 담당의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경험이 있는 경우 백신을 접종하되 경과 관찰 시간을 일반인 기준인 15분보다 많은 30분으로 늘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의료진과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현장을 취재한 결과 권고대로 접종이 시행되고 있지는 않았다. 정재우 교수는 "과거 아나필락시스 경험이 있다면 사실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가 두려울 아나필락시스 환자들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