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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전후 환절기에는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진다. 사람의 몸은 24시간 주기의 '일주기리듬'에 따라 규칙적인 수면·각성을 반복하는데, 겨울에는 일조량이 줄면서 일주기리듬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국내 총 수면장애 환자 수가 증가 추세이기도 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환자 수는 2014년 42만명에서 2018년 57만명으로 연평균 8.1%씩 늘어났다.
수면장애는 불면증, 코골이, 수면무호흡, 기면증, 과수면증 등에 의해 발생한다. 잠을 못 자는 것도 문제지만, 잠이 과도하게 쏟아지는 것도 수면장애다. 특히 낮 시간 졸음이 몰려와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기면증'이다.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잤다고 생각되는데도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무력감을 느끼는 질환이다. 부산백병원 신경과 지기환 교수는 "기면증은 특발성 수면과다증이랑 헷갈릴 수 있는데, 특발성 수면과다증은 보통 하루에 10시간 이상 잠을 자고 낮잠을 자도 졸림증이 해소되지 않아 계속 졸려하는 반면, 기면증 환자는 약 20분 내외의 낮잠으로도 2시간 정도 졸림이 일시적으로 해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면증 환자는 50~70%가 '탈력발작(脫力發作)'을 겪는다는 특징도 있다. 탈력발작은 근육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것인데 강한 감정 변화와 함께 잘 동반된다. 눈꺼풀, 턱, 고개 등 얼굴 부분에만 국한된 가벼운 증상부터 몸통, 무릎 등 전신증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몸에 힘이 빠져 쓰러지면서 뇌전증으로 오인하기도 쉽다. 지 교수는 “기면증 환자의 탈력발작은 대게 무릎과 몸통이 꺾이면서 몸이 접히듯 쓰러지는 식으로 나타난다"며 "소아 뇌전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무긴장성 발작(atonic seizure)이나 팔다리에 나타나는 강직발작은 마치 통나무가 쓰러지듯 몸 전체가 일자로 넘어져 양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단, 모든 기면증 환자에게서 전형적인 탈력발작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뇌전증과의 감별진단을 위해서 비디오 뇌파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기면증은 평생 완치가 어려운 희귀난치성질환이다. 하지만 꾸준한 약물치료와 행동치료가 병행된다면 정상적인 생활 유지가 가능하다.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를 진행하는데, 과도한 낮졸음증 개선에는 페몰린, 메틸페니데이트, 모다피닐 제제 등 중추신경흥분제(각성제)를, 탈력발작, 수면마비 등의 증상 조절에는 일부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낮졸림증은 환자가 주로 활동하는 시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약물치료에 있어 ‘약효 지속 시간’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최근에는 반감기가 10~15시간으로 기존 약물 대비 오랜 기간 약효를 유지해주는 기면증 치료제도 있다.
지 교수는 “기면증 환자들은 규칙적인 수면·각성 주기를 유지하고 수면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필요시 학교나 직장 등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환자가 가장 졸린 시간대에 20여 분 이내의 낮잠을 잘 수 있게 양해를 구하고 잠을 자면 약 2시간은 개운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음주나 야간 운동 등 숙면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를 피하고, 운전을 하기 전에는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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