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막염은 ‘완치’라는 말 안 쓰는 병… 염증 꾸준히 관리해야 실명 위험 낮춘다”

입력 2025.02.17 08:28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포도막염 명의’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최경식 교수

교수님 설명 사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최경식 교수​가 포도막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니터 속 사진은 포도막염이 발생한 환자의 눈./사진=순천향대 서울병원
디지털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잦은 현대인은 늘 눈이 충혈돼 있다. 인공 눈물을 넣으며 버티고 안과는 잘 가지 않는다. ‘피곤해서 그렇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나날이 병을 키운다. 안구 전체에 생기는 염증인 ‘포도막염’이 대표적이다. 포도막염은 초기에 결막염과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어렵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시력이 떨어지거나 녹내장·백내장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포도막염을 어떻게 진단·치료받아야 하는지, 한국포도막학회 회장인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최경식 교수에게 물었다.

-포도막염은 어떤 병인가?
“포도막염은 눈의 구조물 중 포도막(홍채·섬모체·맥락막)에 생긴 염증을 말한다.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주변 조직인 망막·유리체·각막 등으로도 염증이 번지므로 사실상 눈 전체에 생긴 염증을 일컫는다.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나뉘는데, 감염성 포도막염은 세균·바이러스·기생충 같은 외부 감염원이나 패혈증 같은 내부 원인에 인해 발생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일종인 거대 세포 바이러스나 매독균에 감염돼 생기는 게 한 예다. 눈 수술 후에 생긴 염증이 포도막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비감염성 포도막염은 주로 전신 면역 질환에 의해 생긴다.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베체트병 등 전신 질환이 대표적이다. 전신 류마티스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그 질환 때문에 포도막염이 생기기도 하므로 안과 검진도 같이 받아보는 게 좋다. 염증이 생긴 위치에 따라 앞쪽·중간·뒤쪽 포도막염으로 나누기도 한다. 체감상 앞쪽 포도막염이 가장 흔하다. 한국표준질병분류(KCD)상 포도막염이 세분돼있지 않아, 염증 위치와 상태가 다른 포도막염이어도 같은 질병 코드를 써야 한다. 이에 포도막염 유형별 유병률에 관한 통계가 아직 미비하다. 지금은 한국포도막학회가 일선 병원들에 자료를 요청해서 자체적으로 유병률을 조사하고 있다.”

-포도막염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증상이 다양하고, 환자마다 증상 차가 있다. 급성으로 발생하면 심한 통증과 눈부심, 경도 시력 저하가 나타나고 눈이 충혈된다. 다만, 만성적으로 지속된 포도막염은 심한 통증 같은 급성 염증 소견은 드물다. 둔한 통증이 간혹 있을 수 있고, 시력 저하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확진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데 이유는?
“우선, 눈이 충혈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안과 방문을 미루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이런 증상이 있으면 포도막염이니 꼭 병원에 오세요’라고 확언하기도 어렵다. 환자가 안과에 갔더라도, 다른 안과 질환들과 증상이 겹쳐 초기에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내게 와서 진단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눈이 충혈돼 동네 안과에 가서 치료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시력이 떨어지거나 눈부심·통증이 심해져서 대학병원을 찾은 경우다. 포도막염으로 진단할만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도 한 몫한다.”

-결막염과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눈여겨볼만한 차이가 있나?
“포도막염과 결막염 둘 다 염증으로 눈 혈관이 확장돼 충혈된다. 그러나 결막염은 흰자 눈 표면에 생기는 염증이고, 포도막염은 안구 전체에 생기는 염증이니 분명 다르다. 포도막염은 분비물이 비교적 적은 경향이 있다. 보통 눈병에 걸리면 눈곱이 많이 끼는데, 포도막염은 비감염성일 경우 그렇게까지 많이 생기지 않는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에서 흔히 나타나는 가려움증도 포도막염에선 그렇게 심하진 않다. 물론, 안구 건조증 같은 다른 이유로 가려움증을 느끼는 포도막염 환자가 있을 순 있다. 자가 진단을 하려 들지 말고 안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병원에 가면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병력 청취가 가장 중요하다. 이 환자가 눈이 어떻게 불편하고, 어떻게 치료받아왔고, 증상이 몇 번 재발했고, 어떤 상황에 더 심해지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또 포도막염은 전신 질환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아서 환자의 전반적 건강 상태가 어떤지도 시시콜콜하게 다 물어봐야 한다. 전신 면역 질환 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후 시력 변화도 확인하고 안압도 재 본다. 앞쪽 포도막염은 눈 속을 들여다보는 세극등 검사로, 뒤쪽 포도막염은 눈 뒤의 망막을 보는 안저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형광안저혈관조영검사나 빛간섭단층촬영검사를 하기도 한다. 전신 면역 질환으로 인한 비감염성 포도막염이 의심되면 전신 질환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법은?
“감염성 포도막염이 의심되면 일단 감염원을 파악하고, 감염원에 맞는 약을 쓴다. 세균이면 항생제, 바이러스면 항바이러스제, 기생충이면 기생충 약이 필요하다. 감염원은 눈 안의 방수나 유리체를 채취해서 확인한다. 비감염성이면 우선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한다. 경구제(먹는 약), 안약, 안구 내 주사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다 오래 쓰기가 힘들다. 스테로이드제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부작용이 생겼거나 장기 사용이 어려운 환자는 면역 억제제를 대신 쓴다. 면역 억제제를 쓸 땐 다른 신체 변화가 생기지 않는지 계속 모니터링 해야 한다. 면역 억제제 효과가 떨어지면 생물학적 제제를 시도해본다. 현재 국내에서 포도막염 치료에 허가받은 생물학적 제제는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밥)’뿐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나 외국에선 휴미라 등 생물학적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1차 치료제로 쓸 경우 보험 급여 적용이 안 된다. ▲스테로이드제로 6개월간 치료했는데도 약이 듣지 않았고 ▲휴미라로 치료했을 때 치료 효과가 있음을 입증해야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난치성 비감염성 중간 포도막염·뒤쪽포도막염(후포도막염)·전체포도막염 등에 사용을 허가받았다. 결핵이 있으면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결핵부터 치료해야 한다.”

-합병증도 생기나?
“치료하지 않고 두면 안압이 올라가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백내장이 발생하거나 포도막염 때문에 눈 속 혈관이 막혀서 망막 조직이 떨어지기도 한다. 다양한 합병증이 겹치면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적절히 치료받으면 염증도 조절되고, 이런 합병증도 막을 수 있다.”

-완치가 가능한가?
“포도막염엔 ‘완치’란 말을 쓰지 않는다. 오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약을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간 쓰기도 한다. 평생 쓰는 사람도 있다. 염증은 바로 사라지지 않고, 나아졌다가 심해지길 반복한다. 이에 치료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도 있다. 그러면 염증 조절이 더 안 된다. 염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고 눈 관리를 등한시했다가, 다시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도 있다. 포도막염 환자는 꼭 정기적으로 안과에 방문해 눈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재발을 막고, 실명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애초에 예방할 방법은 없나?
“포도막염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안구 내 염증을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예방법’을 콕 집어 말하긴 어렵다. 굳이 꼽자면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평소 몸 관리를 잘하고, 이상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안과에 방문해봐야 한다. 특히 포도막염으로 치료를 받은 적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주기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눈 건강을 점검하길 바란다.”

-포도막염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렌즈를 착용하거나 시력 교정 수술을 받을 수 없나?
“할 수 있다. 다만, 수술이나 렌즈 착용이 염증에 불씨를 지필 수 있으니, 염증 안정기에 접어들고 적어도 3개월 후에 하는 것이 좋다. 포도막염 환자가 백내장 수술을 받을 때도 염증이 충분히 가라앉았는지 확인하고 수술한다. 수술 전에 눈에 미리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경우도 있다.”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 떠도는 부정확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안과 전문의가 제공하는 정확한 정보를 접하길 바란다. 한국포도막학회 홈페이지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안과 오길 게을리하지 말았으면 한다. 포도막엔 혈관이 풍부하므로 주변 조직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후포도막염(눈 뒤쪽 포도막염)으로 생긴 혈관염에 망막 조직이 괴사하면 돌이킬 수 없다. 염증이 혈관을 타고 몸속을 돌 수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만 보고 환자가 포도막염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주기적으로 안과를 방문하는 것이 최선의 대비다.”

교수님 정면 미소 사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최경식 교수​/사진=순천향대 서울병원
최경식 교수는…
순천향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과장이자 전략기획실장이다. 한국포도막학회 회장으로서 포도막염의 유형별 유병률을 학회 차원에서 알아보기 위해 힘쓰고 있다. 포도막염의 질병 코드 세분화 등 의료 정책에도 관심이 많다. 올바른 안질환 정보를 대중에게 알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