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혈관 문제로 생기는 중증 질환은 여럿 알려졌지만 '동맥류'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동맥류는 '몸속 시한폭탄'으로 불릴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뚜렷한 전조 증상 없이 혈관이 부풀다가 터지면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환자 수도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뇌동맥류 환자는 2012년 3만9074명에서 2016년 7만828명으로 4년 새 2.3배로 늘었다. 흉부와 복부에 생기는 동맥류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동맥류는 주로 동맥경화가 악화되면서 생긴다. 동맥경화는 혈관이 딱딱해지는 것인데, 이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혈액의 압력을 받으면 어느 순간부터 동맥벽이 얇아지면서 혈관이 쉽게 늘어난다. 또 오랜 시간 고혈압을 앓았거나 담배를 피우면 동맥의 가장 안쪽 내피가 손상되는데 이 부위로 혈액이 들어차면서 동맥류가 생길 수 있다.
동맥류는 생기는 부위에 따라 뇌동맥류, 흉부대동맥류, 복부대동맥류,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뇌동맥류=뇌혈관이 선천적으로 얇은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으면 주의해야 한다. 여성 환자가 남성의 2.5~3배 정도로 많다. 폐경 여성에게 특히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환자의 30% 정도는 뇌동맥류가 신경을 압박해 두통, 복시(사물이 겹쳐 보이는 것)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코일로 동맥류 안을 채우거나 클립으로 동맥류 입구를 막는 시술 등으로 치료한다.
▷흉부대동맥류=몸 중앙에 있는 대동맥에서 횡격막 위쪽으로 생긴 대동맥류다. 대동맥은 여섯 겹에 탄력성이 있는 엘라스틴 같은 조직으로 구성되는데, 혈관이 노화되면 이 조직이 서서히 줄어들어 대동맥이 약해진다. 이때 손상이 생기고 혈액이 반복적으로 압박하면 부풀어 오른다. 선천적인 요인보다 흡연, 노화 등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70세 이상 남성이 고위험군이다. 흡연하면 발생 위험이 5배 정도로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치료가 어려워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지만, 위급한 경우에는 스텐트를 이용해 대동맥류를 떼어내고 인조혈관을 대신 만드는 등의 치료를 한다.
▷복부대동맥류=횡격막 아래쪽에 생긴 대동맥류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흡연 남성을 위험군으로 분류한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생긴다는 특징이 있고, 환자 수도 흉부대동맥류의 3배가량 된다. 마른 사람은 배꼽 주위에 박동성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 똑바로 누워 양쪽 무릎을 세워 배를 만졌을 때 잘 느껴진다. 복통, 구역질일 생길 수도 있다. 역시 우선 경과를 지켜보고, 위험한 상황에는 동맥류를 떼어내고 인조혈관을 대신 만드는 등의 치료를 한다.
동맥류는 파열되기 전에 검진을 찾아내는 것이 최선이다. 동맥류 고위험군인 ▲65세 이상 ▲흡연자 ▲고혈압 환자 ▲동맥경화증 환자 ▲동맥류 혹은 뇌출혈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뇌혈관 CT나 MRI·복부초음파 등으로 동맥류를 확인해야 한다. 평소에는 혈관 건강을 해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을 철저히 관리하는 게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