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치료로 암 완치하는 시대 올까?

입력 2014.08.14 13:57

건강방어군 ‘면역력’을 탐구하다④

완벽한 암 치료법이 있다면,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수술·항암요법·방사선요법 등 기존 치료법은 정상 세포가 어느 정도 손상되는 것을 피하지 못한다.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활용해서 정상 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제거하는 치료법으로 부각되는 것이 암 면역요법이다.

조성훈 원장이 NK세포를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조성훈 원장이 NK세포를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암 면역요법은 지난 30년간 다양하게 연구·개발되고 있다. 이 치료법이 확립되면 기존 치료법을 뛰어넘는 여러 가지 장점이 기대된다. 우선, 면역치료제는 수술 등으로 제거할 수 없는 미세 전이된 암세포까지 찾아가서 죽일 수 있다. 또 암 치료에 동원된 면역세포를 기억세포로 변신시켜 놓으면 이후 길게는 수십 년간 몸속에 존재하면서 암 재발 방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암환자의 면역 시스템을 이용한 치료는 1970년대부터 있었다. 독성을 약하게 한소의 결핵균(BCG)을 암환자에게 주사하는 것이 대표적인데, BCG를 투여한 암환자는 면역력이 증강돼 암 조직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요법은 부작용과 한계가 많아서 보편화하지 못했다.

이후 암 면역요법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어져 오다, 1985년 미국 국립암센터에서 분수령이 되는 기법이 개발됐다. ‘사이토카인’이라고 부르는, 원래 사람의 몸속에서 분비되는 면역물질을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인터페론·인터루킨 등이 대표적인 항암 사이토카인이다.

체외배양해서 환자에게 투여한 사이토카인은 직접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환자 몸안 면역세포의 활동을 부추겨 암세포와 더 잘 싸우도록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배양 방식이 발전하고, 배양 대상도 다양한 면역세포로 확대됐다. 사이토카인을 투여하는 전통적인 면역요법은 많이 생기는 암보다는 백혈병, 흑색종, 신장세포암 등 상대적으로 흔치 않은 암에 주로 적용되는 아쉬움이 있다.

암 면역검사는 간단한 혈액 채취로 가능하다.
암 면역검사는 간단한 혈액 채취로 가능하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면역세포치료가 활성화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2년부터 일본 배양기술을 도입해 면역세포치료를 시도했지만, 일본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는 면역세포치료를 ‘의료행위’로 보느냐 ‘치료제’로 보느냐에 대한 양국 정부의 기준 차이 때문이다. 일본은 면역세포치료를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행위로 본다. 병원에선 각 환자의 혈액을 자유롭게 뽑아서 면역세포를 배양해 재주입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환자의 혈액을 뽑아내어 제조한 면역세포주사제’라는 치료제로 본다. 병원마다 자유롭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고, 제약회사가 대규모 임상시험 등을 거쳐 주사제로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개별 병원의 면역세포치료가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에는3가지 면역세포주사제가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고 개발 중이다. 이 중 실제로 배양이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이 진행된 주사제는 한 가지에 불과하다.

현재 적지 않은 우리나라 암환자가 면역세포치료를 받으러 일본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인공백신을 이용하는 ‘신수지상세포 암 백신요법’이라는 면역요법이 시행되는데, 이 치료를 받으러 일본에 가는 한국 환자도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이 안전한지, 효과가 충분한지 등은 아직 가부간에 확실하게 평가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면역세포치료는 불법이지만, 암 조기발견을 위한 면역세포검사는 가능하다. 암세포를 보면 즉시 파괴하는 자연살해(NK)세포를 이용한 검사법인데, 보건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했다. NK세포는 인체 내에 50억 개 이상 존재한다. 이 중 1억 개 정도는 혈액 내에서 온몸을 돌며 암세포를 감시한다.

최근 ‘NK세포의 활성도가 높으면 암이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NK세포 활성도를 검사해서 암에 대한 신체의 공격력, 즉 면역력을 확인한다. NK세포 활성도 검사는 원래 방사선 동위원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급이 어려웠지만, NK세포에서 분비되는 감마 인터페론이라는 사이토카인을 통해 측정하는 방법이 국내에서 개발돼 저렴하고 간단하게 검사받을 수 있게 됐다.

암 면역요법에 쓰이는 대표 물질인 인터루킨2와 사이토가인은 체외에서 배양해 암환자에게 투여한다. 인터루킨2는 면역세포가 생산하는 단백질이고, 사이토카안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면역물질이다.
암 면역요법에 쓰이는 대표 물질인 인터루킨2와 사이토가인은 체외에서 배양해 암환자에게 투여한다. 인터루킨2는 면역세포가 생산하는 단백질이고, 사이토카안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면역물질이다.

한편 암환자 자신의 면역 시스템을 이용하는 최초의 항암제로 주목받은 프로벤지가 2010년 미국에서 출시됐다. 전립선 암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해 낸 뒤, 이 면역세포를 백신 성분과 섞어서 환자에게 다시 주사하는 방식이다. 전립선암과 싸우는 환자의 면역력이 증강된다. 하지만 프로벤지는 환자의 생존 기간을 4개월 정도 더 늘려 줄 뿐, 전립선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해 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미국 기준으로 치료비가 9만 달러(약 9000만원)가 넘는 바람에 ‘대박’이나지 못했다. 그래도 프로벤지의 개발은암 면역요법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프로벤지 외에 1997년 출시된 림프종 표적치료제 리툭산과 1998년 출시된 유방암 표적치료제 허셉틴도 면역 기전을 응용한 약이다. 프리벤지와 달리 허셉틴과 리툭산은 효과적인 치료제로 자리 잡았으며,각각 특허 만료가 임박해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제약회사에서 복제약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암세포 있는 곳을 조준해 찾아가는 바이러스에 면역세포를 탑재시켜서 환자에게 주입하는 유전자면역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면역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탑재하는 면역강화요법을 가장 많이 쓰고,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거나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탑재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 운반체에대한 한계와 주입한 유전자의 활성화 및 기능 유지의 어려움 등 극복해야 할 점이 적지않다.

이외에도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400여 가지 새로운 암 면역요법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암 면역요법도 있지만, 새로운 면역요법의 상당수는 동물실험에서 탁월한 결과를 보이다가 실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기대 이하의 결과로 실망을 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암세포는 자신을 위장해서 면역 시스템이 찾아내지 못하게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어떻게 면역 반응을 피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새로운 면역요법 개발의 요체이다.

조성훈 원장
조성훈 원장
청담NK 조성훈 원장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CHA의대 조교수를 지냈다.

일찍부터 면역치료에 관심을 갖고 관련기업 대표를 지내기도 하였으며 면역치료와 관련되 SWJ서와 논문을 다수 갖고 있다.

한국면역학회와 일본면역학회 정회원이다.


월간헬스조선8월호(78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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