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방어군 ‘면역력’을 탐구하다①

사람의 몸을 국가라고 치면, 면역(免疫)은 적군의 침입을 막는 국방 시스템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평생 사는 동안, 수많은 이물질이 한순간도 빠짐없이 인체에 침입해 온다. 침투 이물질 중에서 세균·바이러스·기생충·진균류(곰팡이) 등 질병을 일으키는 ‘4대 이물질’을 병원체라고 한다.

우리 몸을 공격하는 4대 이물질. 이를 ;병원체‘라고 말한다. 면역력은 이들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한다.
우리 몸을 공격하는 4대 이물질. 이를 ;병원체‘라고 말한다. 면역력은 이들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한다.(사진제공=《Kuby면역학(7판)》- 범문에듀케이션)


적군 침입 막는 물리적·화학적 방어체계 ‘면역력’

적군(병원체)의 침입을 억제하는 ‘최전방 휴전선’ 역할은 인체의 피부나 점막이 담당한다. 이와 함께 ‘화학전’으로 적군을 걸러내기도 하는데 피부에 나는 땀, 점막 조직인 위 내벽이나 자궁내막을 감싸는 위액, 자궁 분비물 등이 화학무기에 해당한다. 이런 물질은 주로 산성을 띠는데, 상당수 미생물이 산성 환경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적군의 침투 경로에 산성 독극물을 뿌려 놓고 기다리는 셈이다.

병원체가 체내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이런 장벽도 면역 시스템에 속하지만, 본격적인 면역 활동은 병원체가 장벽을 뚫고 우리 몸 안에 들어온 뒤 가동된다. 면역 활동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경찰관 출동에 비유할 만한 1단계 소규모 국지전이 ‘선천면역’이고, 군대가 동원되는 수준의 2단계 전면전은 ‘적응면역’이다. 큰 사건이 발생하면 군·경이 합동으로 수사하듯,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은 서로 협력해 이물질을 무찌른다.


DNA에 입력된 병원체의 특징

우리 몸 안에 들어온 침입 물질은 포식세포에게 곧바로 잡힌다. 포식세포는 온 몸을 돌며 순찰하던 경찰관 역할을 한다. 포식세포의 현미경 사진.
우리 몸 안에 들어온 침입 물질은 포식세포에게 곧바로 잡힌다. 포식세포는 온 몸을 돌며 순찰하던 경찰관 역할을 한다. 포식세포의 현미경 사진.(사진제공=《Kuby면역학(7판)》- 범문에듀케이션)

그렇다면 면역 시스템은 휴전선이 적군에게 뚫렸는지, 즉 병원체가 인체의 장벽을 뚫고 들어왔는지 어떻게 알아내는가? 우리나라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적대국의 군사정보가 국방부 컴퓨터에 미리 입력돼있듯, 사람의 면역과 관련된 DNA에는 수많은 병원체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이 미리 입력돼 있다. 인간이 수백만 년간 진화해 오는 동안 자연 속에서 함께 진화하며 접촉해 온 미생물 정보가 입력된 것이다.

침입자가 독성이 약하거나 소규모 좀도둑 수준이면 경찰관에게 몽둥이로 두들겨 맞고 체포되는 것으로 상황 종료된다. 선천면역은 평소 혈액 속에 포함돼 온몸을 돌며 순찰하던 경찰관(백혈구와 포식세포등)이 담당한다. 모기에 물린 부위 등 좀도둑이 든 세포 근처의 모세혈관 벽에는 일시적으로 수많은 미세한 구멍이 뚫리면서 혈액 성분이 몰려든다.

혈액을 타고 출동한 포식세포(捕食細胞·이름 자체가 ‘병원체를 잡아먹는다.’는 뜻)가 병원체를 잡아먹으며, 동시에 감염 부위에 백혈구를 끌어들인다. 전쟁터에서 화염이 치솟듯, 이들이 병원체와 싸우는 과정에서 환부에 발열과 염증이 생긴다. 모기에 물리면 피부가 붓고 가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국지적인 선천면역과 염증 반응은 병원체를 죽이고손상된 환부의 세포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선천면역과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이뤄지면 오히려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극단적으로 과도한 반응은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데,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패혈증이 대표적인 예다. 출동 경찰관이 도둑은 안 잡고 주민을 상대로 난동을 부리는 셈이다.

선천면역은 전면전과 장기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길어야 환부 근처에서 몇 시간 정도 싸울 수 있을 뿐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선천면역만으로는 우리 몸을 감염성 질병에서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 병원체의 독성이 세거나, 수가 많거나, 변장을 거듭하면(감기바이러스가 계속 변종을 만드는 것이 대표적) 선천면역의 전투 능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이 단계가 되면 인체는 군대를 동원하는 2단계 전면전인 적응면역 시스템을 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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