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병원에서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환자들의 나이, 병의 진행뿐 아니라 개인의 성향 역시 모두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미술치료는 내면의 감정을 외부로 드러내는 활동이기 때문에, 내향적인 분들은 참여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억지로 참여를 권하기보다, 그분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며 편안한 관계 맺기부터 시작합니다.
한 번은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20대 환자를 만났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중에도 항상 머리를 단정히 손질하고, 곁을 지키는 어머니에게 “집에 가서 쉬세요”라며 조심스럽게 배려하던 분이었습니다. 늘 침대 주변에 커튼을 쳐두고 태블릿 PC로 영상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냈고, 다른 환자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주치의는 통증이 있어도 잘 얘기하지 않는다며 소통이 어려운 점을 걱정했습니다.
그녀는 병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스스로를 섬처럼 고립시키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조용히 식물 그리기 책을 건네며, 집단 치료에 꼭 참여하지 않아도 좋으니 침대에서 마음이 가는 식물을 그려보시길 추천한다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며칠 뒤, 간호사 선생님께서 그 환자분이 더 이상 영상을 보지 않고 꽃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후 저는 커튼 밖에서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고, 환자분은 “아, 선생님!”이라는 밝은 목소리로 반겨주셨습니다. 색연필이나 스케치북이 없어서 태블릿 PC로 그림을 그렸다고 하며, 저장된 작품들을 하나씩 보여주었습니다.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리던 마음을 설명하는 모습에 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는지 그 계기를 묻자, 환자분은 제가 드린 책에서 야생화에 관한 글을 읽으며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나는 늘 장미처럼 화려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왔는데…. 야생화 이야기를 읽으며 그 야생화가 저 같아서 마음이 좀 이상했어요.”
홀로 피는 야생화에 대한 글을 읽으며, 외롭고 고독하지만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워 자신을 고립시키는 자신의 삶이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환자는 야생화의 고립된 부분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저는 야생화가 가진 생명력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습니다. 태풍에도 꺾이지 않고 다시 꽃을 피우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으며, 또 그 꽃이 홀로 핀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바람, 벌, 나비, 공기, 햇빛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존재라는 자연의 섭리를 함께 나눴습니다.
점점 야생화 이야기에 몰입했습니다. 꽃말을 찾아보고, 생태를 공부하며 자신의 삶과 연결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퇴원하던 날, 환자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때마다 피고 지는 야생화를 보며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앞으로 제 삶 속에서도 그런 생명력을 키워볼게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자신의 내면과 삶을 조심스럽게 비추어보는 창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든, 그들의 선호와 속도를 존중하며 편안한 관계를 이어갈 때, 그림 속에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상징과 은유가 피어납니다.
미술치료는 그렇게, 아픈 시간을 지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돕는 따뜻한 동반자입니다.
그럴 때 저는 억지로 참여를 권하기보다, 그분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며 편안한 관계 맺기부터 시작합니다.
한 번은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20대 환자를 만났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중에도 항상 머리를 단정히 손질하고, 곁을 지키는 어머니에게 “집에 가서 쉬세요”라며 조심스럽게 배려하던 분이었습니다. 늘 침대 주변에 커튼을 쳐두고 태블릿 PC로 영상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냈고, 다른 환자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주치의는 통증이 있어도 잘 얘기하지 않는다며 소통이 어려운 점을 걱정했습니다.
그녀는 병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스스로를 섬처럼 고립시키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조용히 식물 그리기 책을 건네며, 집단 치료에 꼭 참여하지 않아도 좋으니 침대에서 마음이 가는 식물을 그려보시길 추천한다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며칠 뒤, 간호사 선생님께서 그 환자분이 더 이상 영상을 보지 않고 꽃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후 저는 커튼 밖에서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고, 환자분은 “아, 선생님!”이라는 밝은 목소리로 반겨주셨습니다. 색연필이나 스케치북이 없어서 태블릿 PC로 그림을 그렸다고 하며, 저장된 작품들을 하나씩 보여주었습니다.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리던 마음을 설명하는 모습에 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는지 그 계기를 묻자, 환자분은 제가 드린 책에서 야생화에 관한 글을 읽으며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나는 늘 장미처럼 화려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왔는데…. 야생화 이야기를 읽으며 그 야생화가 저 같아서 마음이 좀 이상했어요.”
홀로 피는 야생화에 대한 글을 읽으며, 외롭고 고독하지만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워 자신을 고립시키는 자신의 삶이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환자는 야생화의 고립된 부분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저는 야생화가 가진 생명력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습니다. 태풍에도 꺾이지 않고 다시 꽃을 피우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으며, 또 그 꽃이 홀로 핀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바람, 벌, 나비, 공기, 햇빛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존재라는 자연의 섭리를 함께 나눴습니다.
점점 야생화 이야기에 몰입했습니다. 꽃말을 찾아보고, 생태를 공부하며 자신의 삶과 연결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퇴원하던 날, 환자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때마다 피고 지는 야생화를 보며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앞으로 제 삶 속에서도 그런 생명력을 키워볼게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자신의 내면과 삶을 조심스럽게 비추어보는 창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든, 그들의 선호와 속도를 존중하며 편안한 관계를 이어갈 때, 그림 속에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상징과 은유가 피어납니다.
미술치료는 그렇게, 아픈 시간을 지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돕는 따뜻한 동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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