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관절, 1㎜ 오차로 환자 삶의 질 갈려 로봇으로 오차 줄이면 20여 년도 쓸 수 있어 수술 후 회복 빨라…고령자도 부담 없어 手技 수술 익숙한 의사에게 받아야 안전
고령자 네 명 중 한 명은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다. 이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져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진단받는 것도 있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에 과체중·비만인 사람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이 찌면 관절에 가는 부담이 커지고, 정상 체중일 때보다 연골이 빨리 닳는다.
타고난 관절 대신 인공 관절을 쓰며 노년기를 보낼 가능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인공 관절 수술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관절 수술 전문 의사들은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로봇 수술이 도입되며 수술 정확도와 안전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이 로봇 수술기 닥터엘시티로 인공 관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관절염 종착역 '인공 관절', 이젠 로봇으로 수술
이미 손상된 관절이 보존적 치료로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이에 수많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은 자신의 원래 관절을 임플란트로 대체하는 인공 관절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이 잘 되면 무릎이 아파서 못 걷던 환자도 잘 걸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인공 관절 삽입 각도가 틀어져 엉덩이 관절에서 발목 관절을 이은 일직선이 무릎 한가운데를 지나가지 않으면 큰일이다. 하체 정렬이 맞지 않아 환자가 움직이기 불편해지고, 통증도 느낄 수 있다. 인공 관절 수명도 단축된다.
1㎜의 오차도 치명적이다 보니 최근에는 로봇이 이용되고 있다. 로봇을 쓰면 본인 뼈와 임플란트가 잘 들어맞도록 뼈를 정밀하게 절삭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관절전문병원 이춘택병원이 2002년 10월 국내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인공 관절 수술에 성공했다. 이후 수많은 병원이 ▲큐렉소의 '큐비스 조인트' ▲스미스엔네퓨의 '나비오' ▲마코의 '스트라이커' 등 인공 관절 수술 로봇을 도입했다. 직접 로봇을 개발해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춘택병원은 이춘택의료연구소를 설립, 자체 수술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한 수술 로봇 '닥터엘시티'를 사용하고 있다. 외국인 체형을 기반으로 제작된 해외 제조사 로봇과 달리, 닥터엘시티는 한국인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돼 한국인의 뼈 구조와 체형을 고려한 수술이 가능하다. 의학계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19년에는 전체 인공 관절 수술의 6%에 불과하던 로봇 수술 비율이 2023년에는 20%로 상승했다.
과거에는 길어봤자 10년이던 인공 관절 수명도 지금은 20∼30년으로 연장됐다. 로봇 수술 술기도 대폭 향상됐다.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로봇을 이용한 인공 관절 수술 소요 시간이 한 시간 이내로 단축됐는데, 이는 숙련된 정형외과 의사가 손으로 직접 수술할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며 "10㎝ 미만의 절개 창을 내고 뼈를 절삭할 때 정상 조직을 헤집는 일이 적어 회복도 빠르다"고 말했다. 이춘택병원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로봇 수술을 하고 난 다음 날 환자가 바로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거동이 가능하다. 2∼3일째부터 재활을 시작해서 7∼10일 후에는 퇴원도 할 수 있다.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
로봇 수술도 집도의 '수술 경력' 살펴야
어떤 로봇, 어떤 병원을 고르느냐가 환자에게는 고민이다. 아무리 뛰어난 로봇이라도 결국 의사가 다루는 '도구'임을 기억해야 한다. 로봇 팔의 축이 많아서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한지 살피는 것도 물론 중요하나, 가장 눈여겨볼 것은 의사의 수술 경력이다. 의사가 손으로 직접 하는 수기(手技) 수술 노하우가 많은 병원이 로봇 수술 역량도 뛰어날 수밖에 없다. 1만 건 이상의 로봇 인공 관절 수술을 집도한 윤성환 병원장은 "만에 하나 로봇이 수술을 잘못된 방향으로 집도할 때 빨리 대처하려면, 의사가 자기 손으로 직접 인공 관절 수술을 집도한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며 "로봇 수술을 1000건 이상 집도한 의사라면 로봇의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수술에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병원 시스템도 눈여겨봐야 한다. 여러 명의 정형외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어서, 의사들이 서로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는 병원에서 수술받는 것이 좋다. 의사 간 토의로 환자에게 최적화된 수술 방법을 함께 찾을 수 있어서다.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이 로봇 수술기 닥터엘시티로 인공 관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신지호 기자
로봇 수술을 받기로 마음먹고 병원에 갔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는 수기 수술인 경우도 있다. 수기 수술 경력이 충분한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해야 하는 이유다. 윤성환 병원장은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화농성 관절염 등으로 염증이 심한 사람은 막상 무릎을 열어보면 인공 관절 수술이 어려워 세척 수술만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이처럼 염증이 심한 환자들은 수술 현장에서 변수가 많아 로봇 수술 대신 수기 수술이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이 극심해 뼈가 매우 약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뼈가 지나치게 약해진 상태에서 로봇 수술을 받다 보면, 인공 관절을 자신의 원래 뼈에 핀으로 고정할 때 고정한 부분이 골절되기도 한다. 윤 병원장은 "로봇으로 하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일반 환자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수기 수술이 나을 수 있다"며 "환자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알려주고 상의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이 훨씬 유리한 사례도 있다. 손상된 범위 일부만 대체하는 '부분 인공 관절 수술'이 대표적이다. 부분 인공 관절 수술을 하면서 전체 인공 관절 수술을 할 때만큼의 절개 창을 내는 건 환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 꼭 필요한 만큼만 절개 창을 작게 내고, 그 창 안에서 로봇을 움직여 정교하게 수술하면 정상 조직 손상이 적어 환자 회복도 쉽다.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이 로봇 수술기 닥터엘시티로 인공 관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신지호 기자
90세 환자도 받아… 관절 수술, 고령자 '필수 의료'
고령화 시대에는 관절·눈·귀의 퇴행성 질환 치료가 일종의 필수 의료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전문 인력과 진료·수술 장비를 확보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인증받은 전문병원에서 대학병원 못지않은 고난도 수술이 가능해졌다.
치료를 가로막는 것은 고령 환자의 마음가짐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혹은 '수술을 견디기에 몸이 너무 약해졌다' 등의 이유로 수술을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윤성환 병원장에게 최근 로봇 인공 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는 90세였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언정 무릎 수술을 받아 통증 없이 여생을 살고 싶다"며 윤 병원장을 찾았다. 윤 병원장은 "과거 무릎 인공 관절 수술은 무릎에 큰 절개창을 만들어야 해서 출혈이 많았지만, 지금은 최소 절개만으로 수술할 수 있어 수혈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출혈이 적다"며 "수술 후 2∼3일이면 재활에 돌입할 만큼 회복 속도도 빨라졌으므로, 고령 환자들이 나이 때문에 치료를 고민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