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피임약, 한번만 먹어도 부작용… 남용하면 난임 위험

입력 2017.03.29 09:05

4년 새 처방 남용 사례 2.25배로… 생리주기 한 번에 1회만 복용을
고용량 호르몬, 배란 체계 방해… 경구피임약보다 피임 효과 낮아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프로게스테론이 고용량 들어 있어 '호르몬 폭탄'이라고 불리는 사후피임약(응급피임약)은 아주 신중하게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그러나 남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한 달 안에 사후피임약을 두 번 처방받은 경우가 2012년 2395건에서 2016년 5388건으로 4년 새 2.25배로 늘었다. 사후피임약은 한 번의 생리주기(약 한 달)에 두 번 이상 복용하지 않아야 하는 약이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훈 교수는 "사후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이 들어있어 평생에 걸쳐 되도록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약"이라고 말했다. 사후피임약은 한 번만 복용해도 혈전·구토·두통 등 여러 이상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복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한 번의 생리 주기에 한 번만 복용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외국과 달리 경각심 적어 남용 심각"

사후피임약 중복 복용 사례가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장은 "사후피임약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안전한 피임법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사후피임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 약을 1년에 두 번 이상 복용한 경우가 4%에 불과했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사후피임약을 한 번 복용한 후에는 70%가 다른 피임법(사전피임약, 콘돔 등)으로 피임하는 등 사후피임약을 반복해서 먹는 사람이 적었다.

사후피임약은 한 번만 먹어도 구토, 부정출혈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사후피임약은 한 번만 먹어도 구토, 부정출혈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여러 번 복용하면 그 위험은 더 커지고, 난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유두호 기자
아직 신체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이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는 것도 문제다. 2016년 국내 사후피임약이 처방된 건수는 총 16만2643건인데, 10대가 이 약을 처방받은 경우는 1만4389건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김예지 약사는 "어릴 때부터 사후피임약에 의존하다 보면 커서도 다른 피임법 대신 이 약을 반복적으로 복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생리 주기가 완성되지 않았을 때 사후피임약을 복용해서 호르몬 체계가 교란되면, 생리 불순 등의 부작용 위험도 성인보다 크다.

구토·두통부터 혈전·난임까지 유발

사후피임약은 한 번만 먹어도 부작용을 유발한다. 이 약을 먹은 사람의 30%가 부정 출혈이나 유방통 등을 겪고, 10% 정도가 구토·복통·두통·피로·생리 주기 변화 등의 문제를 경험한다. 혈전색전증 위험도 있다. 김예지 약사는 "사후피임약을 복용하고 혈전색전증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35세 이상 흡연자, 혈전색전증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약을 여러 번 복용하면 부작용 위험은 더 커진다. 김훈 교수는 "칠레에서 사후피임약을 5일, 7일에 한 번 복용해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 일각에서는 이 약을 반복 복용해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이 연구는 난관을 절제한 사람 23명만을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안전성을 뒷받침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란은 뇌하수체, 난소, 자궁에 걸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인데, 고용량의 호르몬 영향을 여러 번 투여하면 이 체계가 무너져서 임신이 잘 안 된다. 청담산부인과 김민우 원장은 "사후피임약을 여러 번 복용한 사람이 나중에 임신을 하면 자궁 외 임신 같은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주 복용하면 피임 효과 떨어져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24시간 안에 복용하면 피임 효과가 95%이지만, 24시간 초과~48시간 이내에는 85%, 48시간 초과~72시간 이내에는 58%로 떨어진다.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손인숙 교수는 "사후피임약의 평균 피임 성공률은 75%로, 99.8%인 사전피임약이나 97%인 콘돔에 비해 낮다"며 "복용한 횟수가 많을수록 효과는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후피임약을 판매하고 있는 현대약품의 관계자는 "약을 여러 번 복용하면 호르몬에 대한 감도가 떨어져서 약효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사후피임약

프로게스테론이 경구피임약의 7~10배 수준으로 고용량 들어 있다. 배란을 억제하거나, 자궁 경부에 점액을 분비시켜 정자가 잘 이동하지 못 하게 하거나, 수정이 이뤄지는 난관의 운동 기능을 저하시키거나, 자궁 내막을 변형시켜서 착상을 억제시키는 원리로 피임 효과를 낸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