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하면 임신을 막아준다는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을 찾는 여성이 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지난해 응급피임약 복용률은 5.8%로, 일반 피임약 복용률(2.8%)의 두 배가 넘는다. 또2002년 이후 12년 동안 일반 피임약 복용률은 40% 증가한 데 비해 응급 피임약 복용율은 222%나 증가했다. 그러다보니,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응급피임약을 찾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응급피임약의 습관적 복용은 피임 효과를 거둘 수 없을 뿐더러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정호진 부회장은 "응급피임약을 처음 먹었을 때는 85% 이상 피임 효과를 보지만, 1~3개월 안에 재복용 할 경우 몸속의 호르몬 체계가 교란돼 피임 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일반 피임약에는 프로게스테론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 0.075~0.125㎎ 함유된 반면, 응급피임약에는 수정란 착상이나 배란을 방해하기 위해 1.5㎎ 정도의 호르몬이 들어가 있다. 한 알 먹으면 몸 속에 '호르몬 폭탄'을 투하하는 셈이어서, 단기간에 여러 번 먹으면 호르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임이 안 된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정용욱 교수는 "응급피임약에는 일반 피임약의 10~20배에 달하는 고용량의 여성호르몬이 들어가 있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호르몬 교란은 생리불순, 부정출혈, 어지러움, 구토 등을 일으키며, 난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뒤 3개월 이내에 다시 사후 피임이 필요하다면, 약 복용보다는 자궁에 구리 루프(T자 모양의 기구)를 삽입하는게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