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구헌날 아프냐?” 가족들의 이해부족으로 우울증까지
만성골반통은 뚜렷한 질환이 없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비규칙적인 골반내 통증을 말한다. 산부인과 외래환자의 10~20%를 차지할 정도로 유병율이 높은 편이지만 일반 병의원에서 검사를 해 보면 뚜렷한 병인이나 질환이 없는 경우가 많아 오랜 시간동안 통증에 시달리곤 한다. 통증의 양상도 다양하다. 배꼽 아래 복부에 묵직한 둔통이 있거나, 꼬리뼈나 양쪽 허리가 아플 때도 많다. 또 골반통 환자의 약 90%에서 요통이 나타나며 배뇨 시 통증이 나타날 때도 있다.
증상이 모호하다보니 환자들은 만성골반통으로 진단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산부인과는 물론 내과, 정형외과, 통증클리닉, 재활의학과 등등 이곳저곳을 전전긍긍하느라 시간과 돈을 날리고 병은 병대로 키우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대부분의 여성들이 진통제나 항생제 등을 복용하면서 오랜 시간을 참고 견딘다. 통증 발생이후 50% 이상의 여성들이 2년 후에야 만성골반통센터를 방문한다는 통계도 있다.
문제는 만성골반통이 단순히 통증으로 끝나지 않고 부부갈등과 가족 내 불화 등을 가져온 다는 것. 대부분의 남편이나 가족들은 이런 고통을 이해하기 못하고 아내나 엄마에게 “또 아프냐”며 귀찮아하거나 구박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성적인 통증 때문에 몸은 힘들고, 가족 내에서도 이해받지 못하다 보니 주부들은 이로 인해 우울증을 겪을 때도 많다.
◆ 심리적, 정신적 접근으로 환자의 마음까지 이해해야 치료 가능
무엇보다도 만성골반통은 원인질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흔한 것은 부인과 질환. 자궁내막증, 수술 후유증에 의한 골반 내 유착증, 자궁선근증, 난소 잔류증후군, 골반울혈증후군(정맥 판막의 이상으로 자궁 및 난소주변부에 울혈을 일으켜 통증을 야기하는 증상) 등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정신적인 원인도 살펴봐야 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자궁이 비정상적인 수축을 하게 돼 자궁 내 혈액이 정체되어 울혈 상태가 되거나, 생리혈이 골반강이나 자궁근육층으로 역류해 만성통증을 일으킨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70%가량의 환자에게서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원인으로는 ‘남편과의 문제(52.9%)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어려운 가정 경제(23.5%), 시댁과의 갈등(20.6%) 등이 차지했다. 만성골반통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와 환자간의 진솔한 대화가 중요한 이유다.
* 만성골반통 자가진단 해보세요
□ 요통이 골반통과 더불어 6개월 이상 지속된다.
□ 여러 차례 골반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 성교통이나 성교 후 통증이 심하다.
□ 복강경검사에서 아무런 병리소견을 발견하지 못 한다.
□ 복부 불편감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설사.복통.변비 동반) 등 위장관계 증상이 동반된다.
□ 빈뇨 특히 급박뇨, 소변 시 통증과 같은 비뇨기계 증상이 함께 온다.
□ 삼십대 전후로 출산 경험이 있거나 다산부.
□ 특히 생리 전에 악화되며, 생리 시에 통증이 줄어든다.
□ 비정상적인 자궁출혈 등 월경 이상이 있다.
□ 냉대하(특히 맑은 점액질양상)가 있다.
□ 두통. 만성 피로감. 불면증 등 신경계통 증상이 동반 된다.
□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있고, 성격이 예민하다.
□ 골반통으로 자궁적출술 또는 양측 난소난관제거술 후에도 증상 호전이 없다.
□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이 의심되는 병력 또는 진단을 받았다.
□ 난관결찰술 등 수술력이 있다.
※하복부(배꼽 이하 복부)와 골반 부위에 6개월 이상 지속 또는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으며, 내진. 초음파 검사상병변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위와 같은 증상이 3개 이상 동반된 경우 만성골반통이 의심되며 7개 이상은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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