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많이 볼수록 손해”… ‘실패한 제도’ 탓 요양원 찾는 촉탁의 부족 [간병리포트]

입력 2026.03.27 18:03
의사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달마다 요양원으로 찾아오는 입소자들의 주치의, 바로 ‘촉탁의(계약의사)’다. 중요한 역할임에도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역 촉탁의인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예헌수 정책부회장(촉탁의위원회 위원장)은 “하려는 사람이 적어 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촉탁의 활동을 보다 체계화하고, 장려하기 위해 2016년 관련 법이 개정됐었다. 지금도 여전히 제도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력의료기관’보다 ‘촉탁의’ 두는 쪽으로 변화
우리가 흔히 ‘요양원’이라 부르는 입소자 10인 이상의 노인의료복지시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입소자 건강 관리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당 시설 소속은 아니나 시설과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를 보는 촉탁의(계약 의사)를 두거나 ▲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해당 의료기관 소속 의사가 입소자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의료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식이다.

노인복지법에 나오는 촉탁의 관련 규정은 일련의 변화를 거쳤다. 1990년대의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노인의료복지시설 운영 기준에 “전담의사를 두지 않은 시설은 촉탁의사(시간제 계약에 의한 의사를 포함한다)를 두어야 한다”는 내용만 포함했다. 이 기조가 유지되다가 2008년 7월에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전담의사를 두지 않은 시설은 촉탁의사를 두거나(시간제 계약에 의한 의사를 포함한다) 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하여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바뀌었다. 보건복지부 전신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당시 개정 이유를 “일부 노인의료복지시설의 경우 지역 특수성이나 주변 병·의원 상황으로 인해 촉탁의사를 두기 어려운 곳이 있어 입소 노인의 건강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협력의료기관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입소 노인의 건강 상태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해 건강권을 증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당초 촉탁의 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폐지 대신 ‘협력의료기관’이라는 선택지를 법에 추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실제로 2008년 대한의사협회 김주경 대변인은 “촉탁의 제도를 폐지하고 협약 의료기관 제도만 도입할 경우 간호사의 판단에 따라 시설 입소자 중 응급환자에 대한 관리만 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설 내 입소자에 대한 적절한 건강 관리가 방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촉탁의 제도가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맞이한 것은 2016년이다. 촉탁의 관련 제도가 부실해 필요성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탓이다. 당시만 해도 촉탁의의 진찰 행위에 대한 보상 체계가 없어 의사의 사회 봉사 차원에서 진찰이 이뤄졌다. 또한, 요양시설장의 개인적 인맥을 통해 촉탁의를 선정하다 보니, 소규모 시설과 산간벽지나 오지에 있는 요양원 내 입소자의 건강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했다. 2016년 9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제도는 이러한 부분을 개선했다. 촉탁의가 제공하는 건강 서비스의 비용을, 촉탁의가 직접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도록 했다. 또한, 시설장이 개인적 인맥을 통하여 지정하던 촉탁의를 지역 의사회의 추천을 통해 지정받게 했다.

◇여전히 ‘협력의료기관’ 의존도 높아
10년이 지난 지금도, 의료계는 협력의료기관보다는 촉탁의를 두는 것이 더 권장된다는 입장이다. 대한노인병학회 가혁 요양병원협력정책이사는 “촉탁의는 의사 개인이 요양시설과 계약을 맺는 것이므로 해당 요양시설 입소자들의 주치의로서 ‘내 환자’라는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다”라며 “그러나 협약의료기관은 기관과 요양시설이 협력 관계에 있으니 입소자 건강 관리의 책임 소재가 촉탁의를 둘 때보다는 분산되고, 한 명의 의사에게서 계속 진찰받는 연속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헌수 정책부회장은 “협력의료기관 소속 의사는 요양시설 입소자 진찰에 관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촉탁의로 활동하려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촉탁의 제도가 2016년에 개선되었음에도 10년이 지난 지금조차 요양시설 상당수가 여전히 협력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전체 시설급여 운영기관 6292개소 중 2892개인 45.96%가 촉탁의 제도만 이용해 입소자의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있었다. 촉탁의 제도와 협력의료기관 제도를 병행하는 기관의 비율은 30%(1888곳)였으며, 촉탁의 없이 협약의료기관 제도에만 의존하는 곳의 비율도 17.64%(1100곳)에 달했다. 협약의료기관에만 의존하는 기관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32.41%)와 경기 (29.79%)였다. 

도표 그래픽
그래픽=김경아
◇“많이 볼수록 손해”인 구조가 촉탁의 활동 의욕 꺾어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2017년 경기도의사회 성종호 부회장은 의료정책연구원 계간지 의료정책포럼을 통해 2016년 개선안에도 여전히 문제가 내포돼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촉탁의가 요양시설에 방문해 입소자를 진찰한 후 건보공단에 요구할 수 있는 방문비와 진찰비 등 활동비의 최대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었다.

2016년 개정된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 방법’ 제44조의 3은 “촉탁의의 요양시설 방문 비용은 장기요양기관당 월 2회까지 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입소자 진찰 비용에 대해서는 “촉탁의 1인은 1일당 수급자 50명까지 진찰비용을 산정할 수 있다” “수급자 1인의 진찰비용을 월 2회까지 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둔다. 이 경우 한 요양시설에 한 달에 2번보다 많이 방문하고, 입소자 한 명을 한 달에 2번보다 많이 진찰하면 의사가 ‘자원 봉사’를 하게 된다. 무보수인 셈이다. 법이 정한 비용 처리 상한선을 넘어서므로 초과 진료분에 대해서는 건보공단으로부터 비용을 산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신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 방법’도 이 조항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오히려 “입소자 월 최대 150명까지 진찰비용을 산정할 수 있다” “1인당 진찰비용을 1일 1회, 월 2회까지 산정할 수 있으며 방문 간격은 2주 이상 두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제한이 추가됐다.

반면, 협력의료기관의 경우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요양시설 수에 상한선이 없다. 가혁 요양병원협력정책이사는 “잠재적 환자 유치를 위해 다수의 요양시설과 계약을 맺는 경우, 입소자 개개인에게 협력의료기관 소속 의사가 제공하는 진찰의 품질은 떨어질 염려가 있다”며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데 촉탁의는 진찰할 수 있는 입소자의 수와 방문 빈도에 큰 제한이 있다 보니, 더 많은 입소자를 효율적으로 진찰할 수 있는 협력의료기관 제도가 아직도 현장에 남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활동비 현실화하고,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자리 잡아야
개선안으로는 촉탁의의 활동비를 현실화함으로써 신규 유입을 늘리고, 요양시설의 의료 수요를 줄이는 방안이 언급된다. 2017년 경기도의사회 성종호 부회장은 의료정책포럼을 통해 “방문 비용은 촉탁의가 내원할 때마다 책정되도록 하고, 요양원과의 거리에 따라 방문비용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혁 요양병원협력정책이사는 “요양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중증인 사람이 요양원에서 지내는 사례가 많다”며 “이에 요양원의 의료 수요가 늘어났는데 촉탁의의 진찰 여력이 부족한 현실이, 협력의료기관 제도가 잔존하게 한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촉탁의 제도 개선에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올 3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는 기존의 장기요양 등급판정체계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각각의 기준에 따라 운영되던 요양병원(의료), 요양시설 등 장기요양서비스(요양), 노인돌봄서비스(돌봄)의 신청, 조사, 대상자 선정, 서비스 제공 등의 절차를 통합해, 공통의 기준을 적용해 대상자가 각 서비스 중 어느 것에 가장 적합한지 판정하고 이쪽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각자에게 적합한 환자만 담당하게 함으로써 요양시설의 의료 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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