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뇌졸중은 한 순간에 팔 다리를 못쓰는 장애인이 된다는 점에서 척수손상과 비슷하지만, 인지기능과 언어기능까지 ‘덤’으로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재활치료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뇌졸중이 발병하면 대부분 3개월 이내에 부분적으로 손상을 받았던 뇌세포가 회복되며, 평소 사용하지 않던 신경의 통로가 열려 완전히 파괴된 뇌세포의 기능을 대신하게 된다.
따라서 첫 3개월간의 재활치료가 뇌졸중 후의 장애 정도를 결정짓는 척도가 되며, 6개월까지는 증세가 빠른 속도로 좋아진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면 증세가 더 이상 좋아지지 않거나 좋아지는 속도가 매우 느려진다. 일반적으로 뇌졸중이 발생하면 20% 정도가 사망하고, 10% 정도는 거의 완전히 회복되며, 나머지 70% 정도는 운동-언어 기능 상실과 같은 장애가 남는다.
치료
뇌졸중 재활치료는 환자가 응급상황을 넘기고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곧바로 착수하게 된다. 우선 팔 다리가 마비된 환자들은 급성기가 지나면서 마비된 부위가 뻣뻣해 지고, 팔목 발목 어깨 관절이 굳어지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관절을 최대한 움직여 주는 물리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이같은 물리치료는 환자가 의식이 없더라도 시행해야 한다.
환자의 의식이 깨어나면 침상에서 구르기, 침상에서 일어나 앉기, 휠체어에 타기, 서기, 걷기 순으로 운동능력에 대한 재활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가능한 몸을 많이 움직이게 하는 게 중요하며, 그렇게 6개월 정도 노력하면 대부분 독립적인 보행과 활동이 가능해 진다. 팔 다리의 근육이나 신경이 뇌의 통제를 벗어나서 제멋대로 반사운동을 하거나 뻣뻣하게 경직되는 경우가 많은데, 페놀이나 보톨리눔 독소 등을 주사하는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아울러 물건 잡기, 숟가락 사용하기, 세수하기, 대소변 가리기 같은 ‘작업치료’를 통해 환자가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훈련 시켜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소변이나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인데, 감각이 없어도 일정한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 등을 들이면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이렇게 훈련시키면 중증 뇌졸중 환자라도 절반 이상은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언어 능력이 떨어진 경우엔 반드시 언어 재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뇌졸중 때문에 언어 중추가 손상되면 발음이 어눌해 지거나, 실어증이 생기게 된다. 실어증은 말을 전혀 못 알아듣고 못 하는 중한 상태서 부터 유창하게 말하지만 단어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증상의 정도가 다양하다. 어떤 경우든 6개월 정도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으면 의사 소통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일반적으로 간단하고 쉬운 말부터 따라하게 하고, 책을 소리내어 읽게 하고, 흥미를 느끼는 TV를 시청하게 하고, 단어카드를 이용해 단어를 익히게 하면 언어 재활에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은 실어증이 나타나 말을 제대로 못한다고 해도 환자의 지식 수준이나 자존심은 예전 그대로 이므로 환자를 너무 어린애 다루듯이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환자가 자존심이 상해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또 환자는 어느 정도 의사 소통이 가능해 질 때까지 친구나 친척 만나기를 싫어하는데 이 때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단어가 헷갈려, 예를 들어 ‘물’을 ‘불’이라고 말하는 등 말 실수가 많은 경우에는 그 때마다 일일이 고치려 하지 말고 그대로 들어주는 게 좋다. 자신이 계속 실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환자가 좌절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편 뇌졸중 환자는 많게는 약 80%, 적게는 25% 정도에게 우울증이 나타난다. 이 때는 환자를 따뜻하게 감싸 주면서 약물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또 우울증과 무관하게 감정 조절이 잘 안되고, 그 때문에 쉽게 화를 내거나, 참을성이 없어지거나, 타인을 의심하거나, 부적절하게 웃거나 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도 약물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좋아지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에 데려와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발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노령화에 따라 뇌졸중도 급증하고 있다. 당연히 재활치료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재활치료 시설은 필요량의 1/10에도 못미친다. 의사, 간호사, 언어치료사, 물리치료사, 보조기 기사 등이 팀을 이뤄서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하는 재활센터는 전국에 네 곳 밖에 안된다. 더군다나 이 네 곳의 입원 병상을 모두 합쳐도 500개 미만이다. 각 대학병원 재활의학과가 10~20병상씩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모두 합쳐도 ‘코끼리 비스킷’이다.
재활치료는 치료비가 너무 낮아 하면 할수록 손해만 보고, 이 때문에 병원들이 재활센터를 지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정부가 심지어 재활센터 건립비를 대겠다고 했는데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그 바람에 특히 대학병원이 운영하는 연세의대 재활병원에 입원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며, 국립재활원 등 나머지 재활센터의 입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적절한 치료로 정상에 가까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재활 기회가 박탈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고는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재활치료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