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일월드컵 이동국 선수, 2012년 런던올림픽 홍정호 선수, 2014 브라질 월드컵 콜롬비아 팔카오 선수.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월드컵의 꿈을 접은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십자인대는 X자 모양으로 무릎 위, 아래 관절을 이어 무릎 관절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준다. 무릎 관절 안에서 부위에 따라 전방과 후방 십자인대로 나뉘는데, 5~10mm의 굵기로 무릎 관절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끊어지기 쉬운 부분이다. 특히 축구는, 발을 땅에 디딘 채 다리가 안쪽으로 회전할 때 인대가 버티지 못할 정도의 큰 힘이 가해지면 찢어지게 된다.

무릎 십자인대 부상은 비단 운동선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축구 등 스포츠 동호회가 증가하면서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의 조사결과, 2011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3년간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무려 2161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20대 남자환자가 28.2%(610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 남자가 18.9%(408명)를 차지하며, 전체 환자의 47.1%(1018명)가 2~30대 남자로 조사됐다.
무릎 십자인대파열 부상이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최근 남성들의 스포츠 참여도가 높아지고, 익스트림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과욕을 부리거나 격렬한 움직임으로 몸을 부딪치거나 무릎이 꺾이면서 연골이나 인대 등이 찢어지고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기 쉽다. 또, 다쳐도 금방 나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방치하면 무릎이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동 중이나 후에 무릎에서 파열음이 들리거나, 무릎 관절이 빠지거나 어긋난 느낌, 24시간 동안 무릎이 붓고 통증이 있는 경우, 쪼그려 앉기가 힘들고 정상적인 걸음이 어렵다면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십자인대의 불안정성에 인한 관절 연골판의 파열이나, 관절 연골의 손상에 의한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에 확실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십자인대 파열은 손상 부위가 적으면 보조기 착용과 재활치료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인대가 끊어졌다면 자연치유가 불가능하므로 십자인대를 꿰매서 봉합하는 '십자인대파열 봉합술'이 필요하며, 봉합이 불가능한 경우 '십자인대파열 재건술'과 같은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후에는 6개월의 근육훈련 재활기간이 필요하며, 개인차가 있으나 수술 6~9개월 이후에는 가벼운 운동 및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다.
십자인대 손상은 운동 중 순간적으로 발생하므로 예방이 쉽지 않다. 하지만 평소 허벅지 근육을 강화해 두면 무릎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또, 운동 전 허벅지와 대퇴사두근(무릎 바로 윗부분 근육), 햄스트링 부위를 중점적으로 스트레칭하면 부상 방지에 효과적이다.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대표원장은 "무릎 십자인대파열은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난다"며 "골반에서 회전이 잘 이뤄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무릎에 가해지는 힘이 클 때, 민첩성과 순발력이 떨어질 때, 다리 근육이 피로한 상태에서 갑자기 무릎이 돌아갈 경우 위험하므로 평소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나이와 관계없이 과욕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