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우울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와 그로 인해 메말라가는 사람들 사이의 정, 여기에 세월호 침몰 사고 같은 국가적 참사까지 더해졌기 때문. 이러한 우울과 불안이 심해지면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보통 정신질환에는 약물치료나 심리치료 등 몸에 가장 무리를 주지 않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이를 수술로 해결하는 '사이코서저리(Psychosurgery)'가 있다. 일반적 방법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어려울 때 마지막 대안으로 쓰인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전두엽절제술로 증상 완화
사이코서저리의 첫 사례는 전두엽절제술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한 것이다. 포르투갈 신경외과 의사 에가스 모니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신적 충격을 받고 돌아온 군인에게 처음 실시했다. 전두엽과 시상을 연결하는 신경섬유를 절단함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완화시켰다. 이 시술로 에가스 모니스는 194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 기기들이 발달하고, 뇌과학에 대한 실마리가 하나둘씩 풀리면서 사이코서저리는 기존보다 발전했다.
▶조현병, 피막절개술로 공격성 몰라보게 낮춰
가장 높은 단계의 약물치료를 진행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던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에게 서울아산병원과 국립서울병원 연구팀이 사이코서저리를 한 결과, 공격성이 40% 감소했다는 치료 결과가 있다. 전극을 부착한 바늘을 뇌 신경섬유의 일부에 넣어 고주파 전류를 흐르게 해 파괴하는 '양측 전방 피막절개술'을 한 것이다. 전신마취 후 정확한 수술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머리에 프레임을 장착한 후 CT와 MRI 촬영을 하고, 이 영상을 활용해 전극을 부착한 바늘을 정확하게 뇌의 신경섬유에 넣어 고주파 전류로 파괴하는 수술이었다.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도파민 이상 분비를 조절하기 위해 도파민이 이동하는 연결통로의 일부분을 제거하는 원리로 진행됐다.
▶강박장애·우울증, 조직 손상 없는 뇌심부자극술
우울증이 심한 경우 미주신경자극수술(Vagal Nerve Stimulation)이나 뇌심부자극술을 할 수 있다. 특히 뇌심부자극술은 난치성 강박장애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뇌심부자극술을 이용해 난치성 강박장애 환자 4명을 치료하고 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4명 모두에서 수술 전보다 강박 및 우울 증상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뇌심부자극술은 볼펜심 정도(1.27mm)의 가는 전극을 뇌 병소 부위에 삽입해 컴퓨터 프로그램된 자극장치가 지속적인 전기 자극을 줘 신경회로를 복원하는 치료이다. 뇌심부자극술은 조직 손상 없이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